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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운동, 동물이 아니라 인간 위해 시작됐다”
“동물보호운동, 동물이 아니라 인간 위해 시작됐다”
  • 김재호
  • 승인 2022.10.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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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지 ‘철학과 현실’ ‘동물로 본 우리사회’ 특별좌담 열어

전 세계 대형동물의 90퍼센트 이상이 인간·가축
동물복지는 육체와 더불어 사회관계적 고통 고려

“동물보호운동의 시작은 본질적으로 동물이 아닌 인간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충기 공주대 교수(사학과)는 「동물보호운동과 반려동물 열풍의 역사적 기원」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실제로 옛날 동물보호협회의 표어는 ‘동물 학대가 인간 학대로 이어진다’, ‘동물을 보호함이 인간에 유익하다’ 등이었다고 한다. 송 교수는 “1848년 『공산당선언』에서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이들 ‘동물 학대 철폐론자’의 움직임을 ‘부르주아지 사회를 지키기 위한 운동’으로 규정했다”라고 지적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약 30년 전에 시작돼 서구의 200년에 비하면 매우 짧다. 송 교수는 “1822년 영국에서 최초로 소와 말 등에 대한 학대를 금지하는 보호법이 통과되었고, 이어 2년 후에 최초로 시민단체가 결성되어 동물 학대를 방지하는 운동을 펼쳤다”라며 “이때 창립된 영국 왕립동물보보협회는 나중에 빅토리아 여왕의 후원을 받으면서 ‘왕립’이라는 용어가 붙었고, 지금까지 존속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동물로 본 우리사회’ 특별좌담에서 김성한 전주교육대 교수(윤리교육과)는 “우리가 즐겨 먹는 동물들은 엄청난 고통 속에 살고 있음에도 그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들을 두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물들이 갖지 못한 이성 능력을 우리가 갖고 있다고 말하면서, 이러한 능력이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인간 중에도 이성 능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가 그들을 차별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심각한 정신지체 장애인, 식물 인간, 아기는 이성 능력이 없습니다.” 

김 교수는 <교수신문>과 인터뷰에서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을 인용했다. “모든 위대한 운동은 세 단계를 거쳐야 한다. 조롱, 토론, 채택이 그것이다.” 김 교수는 “적어도 철학계에서는 오늘날 동물윤리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조롱 단계를 거쳐 현재 토론과 채택 사이의 어디엔가에 위치해 있다”라며 “도덕철학을 전공하는 사람들 중에서 동물윤리를 아예 무시하거나 조롱하는 사람은 있다고 해도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반면 많은 동물애호가와 활동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동물의 도덕적 지위에 대한 국내 일반인들의 입장은 여전히 조롱의 단계에 놓여 있거나 기껏해야 조롱과 토론 사이에 놓여 있는 듯하다”라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원 동물이 오히려 복지 사각지대 놓여

천명선 서울대 교수(수의학과)는 반려동물이나 동물원 동물들이 동물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천 교수는 “사회는 실험동물과 식용동물의 경우 어떤 방식으로 사육하고 도살하고 이용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기준을 제시한다”라며 “오히려 반려동물과 동물원 동물이 더 제도에서 벗어나 있는 동물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우리가 관심을 갖거나 가까이 있는 귀여운 동물들이 오히려 제도적으로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전의령 전북대 교수(고고문화인류학과)는 우리가 “과연 동물권이 인간중심주의를 벗어날 수 있을까?” 반문했다. 전 교수는 “동물이 법적으로 물건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상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다기보다는 사회적인 현실과 법적인 어떤 정의에 괴리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레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 교수는 동물의 육체적 통증만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관계적인 고통에 대해서 언급했다. 전 교수는 프랑스에서 진행된 동물복지 농장에 대한 현장 연구를 소개했다. 그는 “고통에는 육체적, 신체적 통증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서, 사회적이고 관계적인 고통의 존재에 대해서 이야기한다”라며 “동물복지 축산 농장에 있는 동물들만이 아니라, 그곳의 노동자들과 동물들 간에 만들어지는 관계를 계속해서 관찰한 것”이라고 말했다.  

좌담 사회를 맡은 이주향 수원대 교수(문화/기술철학)는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2007)를 언급했다. 이 교수는 “어린 시절에 자기가 키우던 개가 복날 사철탕이 된 기억이 무의식 속에 잠재해 있다가, 거의 20년 후에 꿈을 통해 나오면서 삶이 완전히 달라지는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동물보호운동과 반려동물 열풍의 역사적 기원’을 살펴본 ‘동물로 본 우리 사회’ 특별좌담에 참여한 김성한 전주교대 교수, 전의령 전 북대 교수, 이주향 수원대 교수. 사진=철학과 현실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현대철학)이자 『철학과 현실』 편집인은 「동물에게서 ‘인간다움’을 배운다」에서 “야생 늑대는 모두 합쳐도 약 20만 마리인데, 가축화된 개는 전부 합쳐 4억 마리가 넘는다”라며 “지구에 어승렁거리는 사자는 4만 마리에 불과한데, 집고양이는 6억 마리”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오늘날 세계에는 10억 마리의 양, 10억 마리의 돼지, 10억 마리 이상의 소, 250억 마리 이상의 닭이 존재한다”라며 “현재 전 세계 대형동물의 90퍼센트 이상이 인간 아니면 가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1년 창간한 『동물 윤리 저널』의 편집인은 ‘애완동물’이라는 단어를 ‘반려동물’로 바꾸도록 요청한다”라며 “동물을 우리의 필요와 욕구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필요와 자연스러운 행동을 존중하는 태도가 ‘반려동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천 교수는 <교수신문>과 인터뷰에서 동물권에 대한 연구동향에 대해 “최근 약 30년간 인간동물학이라는 융합 학문분야가 형성되고 또 자라고 있어 인간중심적인 태도를 성찰하고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새롭게 보려는 노력이 학문적인 토대를 갖춰가고 있다”라며 “각 학문 분야에서 이른바 동물 전환(animal turn)이라는 흐름이 유사하게 나타나는 것도 최근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둘러싼 변화이기도 하다”라고 답했다.  

 

반려동물은 인간에게 어떤 의미일까. 반려인구 1천만 명 시대에 중요한 물음이다. 사진=픽사베이

<교수신문> 사무실 앞에는 한쪽 다리가 절단된 고양이가 살고 있다. 어떤 연유로 다리를 다쳤는지 모르겠으나 고양이는 굳건히 잘 살고 있다. 심지어 친구 고양이가 종종 옆에 함께 있다. 기자는 도시에 살고 있는 거리의 동물들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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