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08:00 (토)
‘동물권·반려동물’, 용어 자체가 틀렸다
‘동물권·반려동물’, 용어 자체가 틀렸다
  • 김재호
  • 승인 2022.10.31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명선 서울대 교수, 이영환 이화여대 교수
동물권의 현실화 가능성·철학적 기반 지적

“동물권은 굉장히 어렵고 거추장스러운 단어다.” 천명선 서울대 교수(수의학과)는 『철학과 현실』 2022 가을호 ‘동물로 본 우리 사회’ 특별좌담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천 교수는 “톰 레건(1938∼2017)이 이야기하는 동물권은 동물에 관련된 인간의 태도에 관한 스펙트럼 중 가장 끝에 있는 입장”이라며 “인간은 모든 동물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물권을 인정하면 반려동물도 인간의 도구이기에 이용할 수가 없다. 

천 교수는 “우리가 동물권이라고 이야기하면, 인간에게 주어진 인권처럼 윤리적·법적으로 침해받아서는 안 되는 동물의 권리가 있는 것 같은 어떤 환상을 갖게 된다”라며 “동물에게 권리가 부여된다고 하더라도 인권과 같은 수준으로 동물에게 권리를 부여할 수는 없다”라고 강조했다. 동물권이라고 부르는 순간 사람과 대등하게 대우받을 수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동물권이라는 용어는 너무 큰 개념이기에 현실화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천 교수는 “동물권은 쓰기에 쉬운 단어”라며 “현재 우리가 동물을 배려하고 있는 정도는 인도적인 처우 정도”라고 지적했다. 

 

천명선 서울대 교수(사진 왼쪽)는 동물권의 현실화 가능성, 이영환 이화여대 교수는 동물권의 철학적 기 반을 지적했다. 사진=철학과 현실, 이화여대

동물권의 철학적 기반에 대한 비판은 이영환 이화여대 교수(철학과)의 최근 「동물권, 인권 그리고 종차별주의」(환경철학 33집, 2022) 논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교수는 동물권 옹호론자들이 근거로 제기하는 종차별주의가 오히려 인권 개념을 성립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간이 지닌 합리성, 도덕성 때문에 다른 종에 비해 인간은 존엄하고 동등하게 존중돼야 한다는 논리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동물권을 제대로 철학적으로 옹호하기 위해 동물권 옹호론자들은 종차별주의에 기반하지 않는, 인권개념의 새로운 철학적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라며 “인권을 부정한다면 인권의 확장으로서의 동물권을 주장할 수 없고 종차별주의를 편견으로 치부하면 인권을 정당화하는 전통적이면서 가장 직관적인 방법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훈 강원대 교수(삼척자유전공학부)는 『철학과 현실』에 투고한 「동물을 사랑하는 것과 윤리적으로 대우하는 것」이라는 글에서 ‘반려동물’이라는 용어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최 교수는 “‘반려’는 대등한 관계이다. 대표적으로 부부를 반려자라고 하는 것에서도 그 관계의 본질을 짐작할 수 있다”라며 “애완견의 의존성은 평생 간다는 데 문제가 있다. 평생 의존적인 대상을 반려라고 할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공장에서 번식시키고, 일부러 취약하게 만들고, 펫숍에서 사고파는 대상을 반려라고 부를 수 있는가”라며 “우리는 평생 의존적이게 하고 의도적으로 취약하게 만든 존재를 반려라고 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