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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립금은 쌓이고 쌓여 … 등록금은 왜 자꾸 올리나
적립금은 쌓이고 쌓여 … 등록금은 왜 자꾸 올리나
  • 박수진 기자
  • 승인 2006.04.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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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사립대 재정 및 교육여건 실태비교’ 발표

사립대 등록금이 1997년에서 2005년 사이에 50% 이상 인상된 반면 교육여건은 더 나빠졌다는 분석 결과가 나와, 사립대의 계속되는 등록금 인상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이하 연구소, 소장 박거용 교수)가 지난 12일, 1997년부터 2005년까지의 ‘전국 1백22개 사립대의 재정 및 교육여건 실태’를 비교·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등록금 인상률, 물가인상률의 2배 = 2005년 각 단과대학별 등록금은 1997년보다 44~53% 인상됐다. 2005년 소비자물가지수는 97년보다 27.9% 증가해, 등록금 인상률이 소비자 물가지수 인상률의 두 배에 가깝다. 등록금이 가장 많이 인상된 단과대학은 의학대학으로 1997년 5백36만원에서 2005년 8백21만원으로 53% 인상됐다. 다음으로 예체능계열 50%, 인문사회계열 45.9%, 자연과학계열 45.6%, 공학계열 44% 순이다.

그러나 사립대의 교육 여건 개선 정도는 그 기간동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의 학생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는 35명으로 1997년의 33.5명에 비해 오히려 1.5명 늘었다.

재학생 1만 5천명 이상인 서울 소재 사립대학 중에서는 건국대, 성균관대, 이화여대를 제외하고 모두 전임 교원 1인당 학생 수가 늘었다. 홍익대의 경우 12.2명이 늘어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 증가분이 가장 높았다. 등록금은 계속 인상됐는데, 교육여건은 더 악화됐다는 것.

고려대와 경희대도 2004년 전임교원 1인당 학생 수가 각각 5.9명, 5.5명씩 늘었으며, 연세대와 한양대도 3.2명, 3.0명이 늘었다.

지난해의 대학 정원 감축과 교수 임용 확대 등이 반영되지 않은 자료이지만, 2005년 이전까지 학생들은 계속 인상되는 등록금을 내고도 더 나쁜 교육환경 속에서 대학을 다녔다는 결과여서, 올해의 등록금 인상 또한 문제시될 것으로 보인다.

등록금을 인상해도 땅을 사거나 건물짓는 데에 쓰고, 재학생들에게는 별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하는데, 등록금 인상을 찬성할 리 만무한 것.

학생 1인당 기자재 구입비도 줄어든 대학이 증가한 대학보다 많았다. 고려대, 동국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국외대, 한양대, 홍익대 등이 기자재 구입비가 줄었으며, 연세대와 이화여대는 50% 넘게 감소했다. 학생 1인당 실험실습비는 이화여대가 17.9% 감소했으며 동국대, 홍익대, 성균관대가 전체 사립대학 실험실습비 평균 증가율인 40.1%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월적립금은 큰 폭으로 증가 = 사립대의 이월적립금의 급증 현상 또한 문제시됐다. 물가보다 높게 등록금을 인상하면서까지, 건물을 증축하기 위한 명목 등으로 수년째 등록금의 일부분을 적립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는다는 것.

분석결과, 1997년부터 2004년 사이에 홍익대는 누적 이월·적립금이 3배 이상 늘어났고, 성균관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경희대는 누적 이월·적립금이 10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사립대들이 등록금 인상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교육 및 연구여건을 갖추려 노력하기보다 건물 증축 등 자신들의 자산을 불리는데 주력하고 있다는 의혹을 뒷받침한다”라고 비판했다.

□등록금 투쟁으로 대학가 몸살 = 이런 등록금 올리기 때문인지 올 봄은 유난히 각 대학들의 등록금 투쟁이 거세다.

연세대 총학생회는 벌써 3주 째 12%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며 본관 점거 중이다. 지난 14일 총학생회 주최 등록금 인상 반대 자전거 행진에는 무려 2천여명이 넘는 학생들이 참여해 ‘등록금 인상 저지 투쟁’에 대한 학생들의 공감도가 높음을 보여줬다.

부산대 총학생회도 지난 12일 등록금 동결을 요구하며 총장실을 점거했다. 경희대는 지난 13일 ‘등록금 협상에 문제가 있었다’는 학생 총투표 결과를 받아들여 ‘6.8% 인상안’을 재논의하기로 했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namu@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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