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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_신임교수에게 듣는다 ‘나의 연구계획’
기획취재_신임교수에게 듣는다 ‘나의 연구계획’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6.04.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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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춤을 추고싶은 新進들 … “10년 내 중요 성과 냈으면”

신임교수들이 가장 욕심내는 건 역시 자기 연구다. 올 상반기 임용된 교수 다섯 명으로부터 향후 장단기 연구계획에 대해 들어보니, 어떤 이들은 기성세대의 학문하기 방법론을 비판하고 또 어떤 이는 깊이 없는 연구축적들을 비판하는 데서 자신의 연구 출발점을 찾는다. 아직 신임이라 연구실도 조교도 없지만 세계적으로 기여할만한 연구성과를 거두겠다는 과학도들도 있다. 이들이 이끌어갈 연구가 주목된다.  전임이 되면 누구나 완벽한 집 하나를 머릿속에 이를 짓기 위한 연구계획을 세운다. 보통 교수가 되면 자기연구 분야에서 10년 내에 중요한 성과를 내고 싶어 하기에, 신임 때의 연구의욕과 실천은 중요하다.

마치 폭풍처럼 대교협 평가, 로스쿨 업무, 해외캠퍼스 설립에 학과 잡무까지 쏟아지지만 “평생의 집짓기 작업은 신임 때부터”라는 게 경험자들의 조언이다. 이번 학기 임용된 이들은 어떤 계획을 품고 있는지 다섯 명의 신임교수로부터 얘기를 들어봤다.

“문화적 문학연구로의 전환”
‘근대의 책읽기’, ‘새로운 문학연구와 글쓰기를 위한 시론’ 등으로 새로운 문학연구의 가능성을 보여줬던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현대소설)는 ‘문화론’ 전공으로 임용됐다. 그의 연구분야가 문화사로 확대되기 때문인데, 즉 “국문학을 문화연구로 확장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다.

미로 속에서 헤매던 20대, “해오던 대로 살며 덜 어려운 길을 택하자”며 자기연민도 했고, 그러면서 틈틈이 김윤식, 백낙청, 도스토예프스키를 읽었던 터라 대학원으로의 진학은 자연스럽고도 쉬운 선택이었다. 하지만 정작 대학원 공부를 하면서 회의도 많았고 학제 속에 갇힌 문학연구에 불만도 품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저런 자의식은 문학연구에 있어 문제의식으로 연결되었다. 다시 말해, “대중은(그들은, 우리는) 왜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가. 왜 그런 방식의 문화를 누리고, 생각하게 되는가” 등을 파헤치는 것이 그의 연구의 주된 관점이다. 이를테면, ‘대중지성’ 개념을 들 수 있는데, 근대 식민지시기 대중들의 취미, 교양, 상식이 어떻게 분화됐는가를 다루는 문화사 연구는 거의 돼있지 않은 현실이라 이를 연구하려는 것. 영화사나 음악사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기 시작한 것에 비해 문학은 한참 뒤떨어져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의 말을 듣고보니 문학이 여타 예술보다 뒤떨어진 부분이 있다는 것이 퍽 낯설게 다가왔다.

천 교수는 또 얼마 안 있어 동료들과 새로운 문화잡지를 만들 계획도 세우고 있다. 물론 평론도 계속 할텐데, 하지만 ‘전통적 의미’에서의 문학평론은 아니다. “좀더 소통을 추구하기 위해 현실로 확장되는 문화적 관점에서의 문학평론”을 하는 것이 그가 지향하는 바다.

“한반도 청동기문화에 대해 막연히 바이칼, 알타이, 시베리아 같은 주제만 논할 뿐 깊은 연구는 이뤄진 바가 없다”며 기존 고고학 연구 한계를 지적하는 강인욱 부경대 교수(고고학)는 ‘과연 광활한 초원의 유목민족이 한국의 농경민족과 어떤 관련이 있었나’, ‘사람들이 이주했는가 아니면 물자의 교류인가’ 등의 쉽게 풀리지 않을 문제의 답을 찾으려 한다. 학부시절 평양지역의 낭랑을, 석사 때는 만주지역의 청동기를, 박사시절에는 시베리아와 중국의 청동기를 연구하다보니 자연히 관심은 동북아 전반으로 확대됐다.

따라서 ‘동북아시아의 청동기시대와 한국문화의 관련성’을 밝히는 것을 가장 큰 연구 주제로 삼았다. 우선 5년 내에 청동검, 동물장식, 고분, 등자 등을 연구해 단행본 한권을 집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단행본이 “동북아시아적 관점에서 한반도의 청동기문화를 논의하는 거대담론의 단초”가 되었으면 하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

“알타이 고분 발굴하고 싶어”
나아가 재직 중인 부경대가 해양관련 학문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는 것을 활용해, 강 교수 는 “장기적으로 환동해권의 선사문화로 연구를 확대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는다. 요컨대, 러시아 연해주-한반도 동해안-경남지역을 잇는 선사문화 주민들의 상호교류와 문화적 계통을 밝히고 싶다는 것이다.

또 언제가 될지 기약할 순 없겠지만 알타이지역의 고분을 파볼 계획도 품어본다. 중앙아시아의 진주라 불리운는 靈山 알타이에는 수많은 고분이 남아있는데, 거기서 값진 고대유물을 만나보는 것만큼 값진 연구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홍태희 조선대 교수(경제학)의 전공은 경제변동론이지만, 국내에서는 거의 불모지인 젠더 관점에서의 경제학을 해온 터라 그러한 연구들이 자연히 눈에 띈다.

‘조화로운 삶을 위한 보살핌의 경제론의 함의와 대안경제론으로서의 가능성’, ‘성별관계를 통해 본 현대자본주의 국가의 동일성과 다양성’ 등 성별경제학의 연구를 축적해온 홍 교수의 향후 연구 축의 하나는 성별경제화를 주류화 하는 작업이다.

부엌의 경제학이 바로 생태경제학이다
이를테면, 시장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던 주류 경제학을 넘어 부엌과 시장, 넓게는 생태계 전체를 경제분석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가난과 실업, 인간소외, 물신주의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주범이 되고 있는 것이 현대경제학”이라고 비판하는 홍 교수는 우선 경제변동론, 자본축적론 등에 대한 실증작업을 한 후, 장기적으로 ‘자본해체론’을 연구하고자 한다. 지금까지의 경제분석이 주로 자본축적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것이었다면, 이젠 그것을 어떻게 분산시키는가가 중요한 쟁점이라는 것.

나아가 경제학자라면 누구나 궁극적으로 ‘인간은 어떤 동물(또는 존재)인가’에 관심을 가졌듯, 홍 교수 역시 최종적으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존재론적 관점의 저서를 펴내고 싶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정종화 경상대 교수의 전공은 요즘 각광받고 있는 융합학문 쪽이다. 유기화학, 무기화학, 물리화학, 분석화학이 겹쳐진 분야로, 그 중에서도 나노화학이 주 연구분야다.

고효율 나노소재, 꿈의 기술을 찾아서
신임교수로서의 연구계획을 묻자 “8년 전부터 흥미를 갖고 해온 연구를 이어나갈 것”이라 답하는 정 교수는 특히 NT(나노기술), NT-BT(생명기술), NT-ET(환경기술) 분야의 융합기술을 하나씩 연구해갈 생각이다. 5T 가운데 3T를 섭렵하겠다는 그 계획을 듣자니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먼저 든다. 하지만 정 교수의 계획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준비된 듯했다. 우선, 자기조립에 의한 나노구조체에 대한 연구로 분자재료와 나노분야를 접목해 새로운 물성과 기능성을 갖는 유기물 나노구조체의 합성을 이뤄내는 것이다.

그 다음에는 오래 전부터 해온 ‘졸-젤’ 법(금속 알콕사이드 단위의 전구체로 부터 다양한 종류의 무기질 망상조직을 만드는 기술)을 이용해서, 다양한 기능을 갖는 무기물 나노소재를 개발하려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무기물 나노소재는 곧장 현장투입될 예정이다. 바로 중금속 분리 및 검출에 활용하는 것이 세번째 계획. 이는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폐수의 중금속 량을 제어하는 기술이 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본다.

마지막으로, 나노 하이브리드 구조체를 이용한 수소저장 기술을 개발하는 것인데,  수소가 대체에너지로 각인되면서 뛰어든 연구자들이 많은데, 정 교수는 자기조립에 의한 유기 나노구조체 및 졸-젤법에 의해 합성된 무기물 나노구조체를 이용해 고효율의 나노소재를 개발하려는 것이다.

이렇듯 일목요연하게 앞으로의 연구활동에 안테나를 바짝 세우고 있는 그이지만 “대학원생 찾기가 어렵고, 아직 2단계 BK21의 심사결과를 기다리는” 지방대 교수로서의 상황은 또 다른 별개의 현실이다. 정 교수는 “개인능력만이 아닌 공동체적 자원이 있어야만 연구도 가능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다”며 지방대 이공계 교수로서의 어려움을 털어놓는다.

윤도영 건국대 교수(생화학)는 그동안 비만과 당뇨조절 물질, 항코로나바이러스 조성물, 자궁암 면역치료제 조성물 등으로 특허를 획득하는 등 감염과 면역, 발암물질 및 예방과 치료 분야에서 연구실적을 쌓아왔다.

앞으로의 연구과제로는 크게 세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는데 △바이러스성 발암인자에 의한 새로운 발암 메커니즘 연구와 면역회피기전 분석 및 치료방안에 관한 연구 △염증성 싸이토카인 IL-1/IL-18의 발현과 기능 조절에 관한 연구 및 신규 싸이토카 IL-32의 성격 규명 △대사성 질환의 메커니즘 연구와 개선의 표적 단백질(PPARg/d)들을 이용해 새로운 신약 후보물질을 탐색하고 대사성 질환조절물질을 개발하는 것 등이다.

윤 교수 연구팀은 현재 세계 BT분야에서 가장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 덴버의 ‘콜로라도 헬스 사이언스센터’와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국내의 BT 연구를 한단계 끌어올려 놓을 것이 기대된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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