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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단평] [오래된 꿈] 김형찬 지음, 생각의 나무
[새책단평] [오래된 꿈] 김형찬 지음, 생각의 나무
  • 이세영 기자
  • 승인 2001.07.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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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24 15:56:28

99년 8월부터 50회에 걸쳐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학술칼럼 '밀레니엄 담론'을 묶어놓았다. 종합일간지의 '학술전문기자'인 저자는 10매 안팎의 짧은 원고들 안에 동서고금의 사상가와 예술가, 대중스타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철학과 문화가 교우하고 과학과 비평이 몸을 섞는다. 그는 이 50개의 글 조각을 통해 "디지털과 아날로그, 동성애와 이성애, 미래와 과거, 몸과 이성, 자율과 검열, 시간과 공간, 국가와 개인, 문명과 자연, 위기와 희망" 등을 이야기하며 문화와 철학, 현상과 사건 사이를 가로지른다.

그의 글에는 양질의 정보가 먹기 좋은 외피를 띠며 담겨 있다. 물론, 칼럼의 생명력은 제공하는 정보의 양과 질에 좌우되지 않는다. 인터넷과 데이터베이스가 보편화된 요즘 세상에 칼럼 한 꼭지 쓰려고 꼼꼼하게 독서카드를 정리하거나 사전을 뒤적일 사람은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스타일과 통찰의 깊이다.

'읽히는 맛'으로 따진다면 김형찬의 글은 그저 평범한 '일품요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정운영처럼 장중하지도, 진중권처럼 날선 언어를 구사하지도 않는다. 강준만처럼 직설적이지 않을뿐더러 조형준처럼 도회적이지도 않다. 다시 말해, 그는 기교파가 아닌 정통파다. 깔끔한 문장과 현학을 배제한 평이한 서술은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만남이라는 '모험'을 위해 그가 채택한 전략이다. 독자는 그를 통해 무수한 사건너머의 핵심을 수월하게 잡아낼 수 있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학술저널리즘이 다다른 곳을 투명하게 보여준다.
이세영 기자 syle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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