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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특별기획: 연구비평을 시작하며
연중 특별기획: 연구비평을 시작하며
  • 편집기획위원회
  • 승인 2006.04.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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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결과에 대한 엄정한 평가필요 … 구조적 제약요건 개선 노력

교수신문은 창간14주년을 맞아 학계 연구풍토를 비평적 시각에서 점검하고 좀더 나은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초석을 다진다는 마음으로 ‘연구비평’을 시작한다. 최근 연구지원금이 늘어나면서 적게는 몇천만원 규모에서 많게는 1백억대 규모의 대형과제들이 공동연구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연구과제의 규모는 커졌지만 이에 대한 사후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그 성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교수신문은 주요 연구과제에 대한 엄정한 연구비평을 통해 학문발전과 성찰적 연구문화를 만들어가는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 편집자주

# 사례 1 : 20여명의 공동연구원에 18억원이 넘는 연구비가 2년동안 지급되었지만 그 연구결과물은 단행본 1권. 그나마 일부 내용은 기존 자료의 번역, 짜깁기에 불과한 수준.

# 사례 2 : 명색이 책임연구원이지만 현직에 있다는 이유로 월 연구비 25만원. 강의하랴 논문쓰랴 바쁜 공동연구원들의 사정을 뻔히 아는 터라 ‘함께’ 연구한다는 것은 엄두도 못낼 일. 연구주제를 쪼개어 개별연구로 글을 모으지만 형식과 내용은 제각각. 겨우 정리해서 단행본으로 출판했으나 비체계적이고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비판.

 

현재 크게는 1백억원 적게는 몇천만원대의 연구프로젝트가 매년 수백건씩 발주되고 있다. 공동연구프로젝트의 경우, 책임연구자를 중심으로 최소 5명에서 많게는 1백명 이상의 연구인력이 동원되어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6년까지 장기적 학술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김대중 정부 말기에  제도화된 프로젝트 기반 연구문화는 심사의 객관성과 공정성, 연구결과의 부실 등 각종 논란을 불러왔지만 엄두를 내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기초연구가 수행되고, 일부 걸출한 성과도 냈다.

 반면 프로젝트들이 종결되고 쌓여가면서 그 결과물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사실이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출발했지만 그 종착점에서는 초심만큼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사례1’에서 보는 것처럼 “대형연구프로젝트가 너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결과가 연구비 규모에 비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 학계의 안일한 연구풍토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해 학진에서 중형과제를 수주하여 공동연구를 진행중인 한 교수는 “많은 교수들이 연구비는 먼저 받아쓰고 대충 논문이나 몇 편 써내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질타한다. “그럴듯하게 계획서를 써내지만 그대로 연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 “연구계획서는 지원받기 위해 전략적으로 기획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현재 연구비 구조가 박사급 강사들에 대한 생계보조적 성격이 강한 것도 이러한 인식을 부채질한다. 몇몇 대형과제의 경우 공동연구의 필요성보다 생계성이 우선되다 보니 학문 본연의 유인이나 공동연구 자체의 규율을 행사하지 못하는 것이다.

수행기간 길고 책임자 통제권한 약해

많은 학자들이 ‘대형과제’가 기간이 길고, 연구책임자의 컨트롤 기능이 약하게 제도화되어 있어서 팀을 끝까지 긴장감 있게 이끌 수 있는 조건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과학 분야에서 3억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한 교수는 “박사급 공동연구원이 강의에 외부원고에 치이다보니 프로젝트 연구에 전념하지 못한다”라고 털어놓는다.

교수임용심사에 논문점수가 강조되면서 1년에 두세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해야 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구조적 제약이다.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박사급연구원들의 노력과 헌신을 강요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 연구자는 ‘대형프로젝트 회의론’을 들고 나오기도 한다. 차라리 모든 과제를 개인베이스로 가져가야 그나마 학계에 충실한 연구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 이런 맥락에서 보면 좋은 연구결과를 만들어내느냐 하는 문제는 단지 연구자들의 도덕성에 의해 결정될 수 없다.

교수신문이 추진하는 연구비평은 이러한 두 가지 차원의 문제에 중점을 둔다. 하나는 의식의 차원에서 연구비에 대한 잘못한 인식을 걷어내고 새로운 풍토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엄밀한 연구활동을 제약하는 구조적 요소들을 드러내어, 제도적 보완을 제안하는 일이다. ‘사례2’에서 알 수 있듯 연구자의 공동연구를 유인하거나 제약하는 요인들은 자주 외적 환경 속에 놓인다.

어떤 방법으로 평가할 것인가

교수신문은 이러한 작업을 ‘연구비평’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통해 수행할 것이다. 이는 연구결과물에 대한 학술비평을 기본으로 하면서 연구계획과 진행과정에 대한 운영평가를 결합는 형식을 취할 것이다.

연구비평의 대상은 자의적이고 선택적일 수밖에 없지만 5억원이상 투입된 전 학문 분야의 연구과제 가운데 그 결과물이 단행본(논문)이나 보고서 형태로 제출된 과제로, 결과물이 제출된 지 일정한 시간이 경과하여 관련 학계에 널리 열람돼 객관적인 평가를 내리기 용이한 과제를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학문적 내용에 대한 평가는 연구자에 따라 상이할 수밖에 없고 그러한 다양성의 인정이야말로 학계의 기본이다. 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다양한 성향과 관점의 전문가들에게 폭넓은 견해를 청취해서 ‘다수의 합의’가 가능한 과제를 선정하는 것이다. 비판적 기능을 위해서 다소 문제적인 연구과제를 우선적으로 다루겠지만, 모범사례를 선양한다는 의도에서 훌륭하게 진행된 연구과제도 비슷한 비율로 다룰 것이다.

연구비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비평의 기준이다. 학계와 연구재단, 외국의 사례를 통해 구체화시켜나가겠지만, 우선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연구계획서와 연구결과의 일치’여부를 들 수 있다. 연구계획서에 연구의 목적, 내용, 효과, 예산, 추진과정, 역할분담에 대한 모든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에 연구계획이 연구결과와 얼마나 일치하는지 살펴본다면 연구과제에 대한 평가의 중요부분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 △해외의 관련 연구와의 상관성(외국유사연구와의 차별성/진보성) △연구결과물의 학문적 효과(게재저널의 영향력지수, 인용지수 등 활용) △한국적 적실성(인문사회과학분야) △연구의 체계성과 일관성(공동연구의 경우) △지원금 규모의 적절성 △참여연구원 구성의 타당성 등을 추가적인 기준으로 활용할 것이다.

취재와 자료조사과정에서 가능한 많은 학계 인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연구참가자들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통해 기존 연구과제 진행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동시에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경험자들의 폭넓은 조언을 기초로 구조적·제도적 차원의 연구분위기 조성방안을 모색할 것이다.  

교수신문 편집기획위원회 editor@kyosu.net

진행, 정리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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