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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 종합전형을 정상화하라
학생부 종합전형을 정상화하라
  • 손화철
  • 승인 2022.10.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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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손화철 논설위원 / 한동대 교양학부 교수·기술철학

 

손화철 논설위원

나는 4년 전 수행했던 교수위촉사정관직을 다시 맡아 2023년 입시의 학생부 종합 수시전형 서류를 평가했다. 벚꽃 취급이나 받는 지방 사립대 교수 입장에서 입시 서류 한 장이 귀하고 귀하다.

더구나 그 4년 사이에 맏이가 대학에 들어갔고, 내년엔 둘째가 고3이 되기 때문에 감회가 남달랐다. 교사들이 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에서 느껴지는 애정과 약간의 난처함, 학년별 성적과 이런저런 활동 기록을 보며 가슴이 찡했다.

3년 전과 달라진 것은 자기소개서를 비롯한 여러 기록의 부재다. 그 몇 년 사이 정부가 공정을 기한다며 정시 모집 정원을 늘리고 학생부 평가항목의 축소를 결정하면서, 내가 재직하는 대학은 올해 자기소개서를 받지 않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도 성적의 비중이 커졌다. 이로써 2008년부터 시행된 입학사정관제는 확실한 후퇴의 길에 들어섰다.

이제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불리는 입학사정관제도의 취지는 학생의 성적뿐 아니라 개인의 특성과 장점, 선행을 반영하고 대학에도 각자의 정체성에 맞는 인재를 뽑을 자유를 주자는 것이다. 대학마다 특색있는 전형과 기준을 마련하면 사교육으로 대처하기 힘들어져서 대학 서열화도 좀 완화되리라는 기대가 있었다. 나아가 일선 고등학교에서 문제 풀이 연습이 아닌 다양한 방식의 수업과 활동이 일어나게 유도했다.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지난 15년간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학생부 종합전형의 약화는 필연적으로 사교육시장의 확장, 교실의 황폐화, 경험의 축소로 이어진다. 우리 집의 첫째 아이는 동아리와 봉사 활동을 열심히 했는데, 둘째 아이는 동아리에 시간을 너무 쓴다며 선생님께 타박을 듣고 봉사는 아예 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학생이 각각 자기 학교에서 받은 상대 등급을 중심으로 서로 경쟁을 하니 점수 비교조차 공정하지 않다.

학생이 쓴 자기소개서, 외부 봉사활동과 다양한 활동의 내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주장은 온전히 불신에 기반한다. 학생은 자기소개서를 대필시키고, 외부 단체는 봉사 시간을 조작하며 학교는 의미 없는 상을 남발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일이 없지 않겠지만, 다년간 입시 서류를 본 전임입학사정관은 정보의 신뢰성 여부를 대부분 가려낼 수 있다.

그러니까 몇몇 두드러진 사건으로 커진 대중의 불신을 입학사정관 제도 자체의 후퇴로 해결한 것은 게으른 결정이다. 드라마에 나오는 일부 부유층의 범죄적인 입시 부정을 뿌리 뽑아 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이려 했다면 장기적으로 고등학교 교육을 정상화시키고 사교육 시장의 과열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시작하고 보수 정부가 발전시킨 몇 안 되는 좋은 정책을 어처구니없게도 문재인 정부가 뒤집었다. 이번 정부는 전 정부가 한 일이라면 화장실 위치도 바꾸려는 것 같아 약간 기대를 했는데, 고시의 추억 때문인지 입학사정관제 정상화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정답 맞추기 경쟁을 공정이요 실력이라 정의하는 현재의 교육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입학사정관제의 정상화와 대학의 선발 자율화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쉽고도 저렴한 방법이다.

손화철 논설위원 
한동대 교양학부 교수·기술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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