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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의 시대, ‘투명마스크’가 이해·소통력 높인다
바이러스의 시대, ‘투명마스크’가 이해·소통력 높인다
  • 류창욱
  • 승인 2022.10.28 1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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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류창욱 가천대 교수

필자는 2019년 이후, 학교에서는 일반대학원 강의만 했고, 대중 강연은 공무원과 공무에 준하는 기관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만을 진행하였다. 

따라서 필자는 2019년 이후로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부터 학부 강의는 없었다. 코로나로 실내에서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기간에 대학 재학생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4학년 2학기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3학점 수업을 이번 학기에 맡고 있다. 

수강 대상은 사회과학대학 소속의 5개 학과 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필자는 학부 강의가 없는 전임이 아닌 교수이기 때문에 이전에는 코로나로 사람이 거의 없는 학교에서 대학원 강의 시간에만 있다가 오다 보니, 학부생들과 학문적인 대화를 나눌 기회가 전혀 없었다. 방역 방침상 당시 학부 수업은 비대면, 인원이 적은 대학원 수업은 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인간관계와 마스크가 전제된 대면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모든 사람이 일정한 불편함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곧 졸업하게 되는 학생들이 졸업생 수준에서의 기본적인 이해와 논리적인 말하기에 있어서 유의미한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

필자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언어적으로 지도가 특별하게 필요한 상태로 진행될만한 연령대는 ‘영유아’기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미 성인인 학생에게 유의미한 변화는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필자의 강의가 4학년 2학기 수업이기 때문에 대학원 석사 신입생 수준에서 설명해도 모두에게 충분히 재미있는 강의가 될 수가 있을 것으로 확신했으나, 강의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필자의 판단이 모든 학생에게 적용될 수는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필자는 근래에 장기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는 일에서도 근래에 장기간 실수가 거의 없었기에 꽤 당황스러웠다. 필자는 코로나19의 팬데믹이 선언된 이후에 매일 한 시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하는 습관이 생겨서 몸은 피곤하지만, 그 전과 달리, (아마도)폐 기능이 강화되고 땀으로 몸속 노폐물질의 배출도 원활하게 되어 일정하게 좋은 건강 상태를 장기간 유지해왔다.

또한 졸업을 몇 달 남긴 학생에게서 보기 어려운, 코로나19 팬데믹이 원인으로 유추되는 경우도 있었다. 사회과학도라면, 모든 일에서 최소한의 확인 과정인 ‘비교검토’는 기본이다. 비교검토를 하지 않고(불확실한 단편적인 근거로) 결론을 내려버리는 것은, 확증편향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모든 일을 모든 각도로 분석해서 결론 및 행동하는 습관을 확립하는 것은 사회에서 사회과학도에게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졸업을 앞둔 학생에게 특히 중요하다.

두 달 전, 그냥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취재기자가 ‘20대~30대의 학문적인 영상을 보는 습관’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설명하는 것을 들었다. 당시 운전 중이라서 그냥 흘려들었는데, 지금 그 내용이 확실히 기억난다. 짧은 영상에 길들어있는 젊은 층이 많아서, 길고 어려운 내용의 영상은 ‘빨리 보기’ 기능이 없었다면,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내용이었다. 기자는 그것이 디지털 시대의 부작용이라고 했다. 작은 화면의 휴대기기로 짧은 내용의 글과 영상을 보는 일이 습관이 되어, 어렵고 긴 내용의 콘텐츠를 보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되어버린 젊은이들이 의외로 아주 많다는 설명이었다. 첨단 디지털 분야 전문지에 소속되어있는 기자 본인도 그 세대라서 ‘빨리 보기’가 없으면, 일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란다. 

그런 시대적 현실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고, 대면이 크게 부족하게 된 기본적인 환경이 장기간 지속된 것이다. 서로의 표정을 보면서 현실 사회와 정치에 대한 학구적인 논쟁이 온종일 캠퍼스 곳곳에서 시냇물처럼 끊임없이 흐르는 그 전까지의 대학사회는 정치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순기능은 있었다. 

정치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토론이 폭포수처럼 여기저기에서 쏟아지던 독재 시대 대학의 모습은 민주화 이후에 그 기능이 큰 폭으로 축소되기는 하였지만, 현실 사회와 정치에 대한 학구적인 논쟁이 온종일 캠퍼스 곳곳에서 시냇물처럼 끊임없이 흐르는 최소한의 대학이 가지는 순기능을 순삭(순간 삭제)시킨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추석 연휴에 휴강한 것을 포함하여 강의가 한 달이 넘어가면서 마스크로 과묵해진 학생들과 학문적인 대화를 처음 한 지금 그 판단이 가능해졌다. 몇 달 뒤면 졸업하는 학생들과의 대화가 코로나19 전 시대의 대학 신입생과의 대화와 본질에서 다르지 않았다. 장기간의 마스크 착용으로 서로의 표정을 정확하게 읽을 수 없는 기간이 길어져서 오히려 이전 시대의 신입생들보다 퇴행한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관련해 한 어린이집 원장은 “원비로 투명 마스크 10여 개를 구매했는데 ... 투명 마스크 착용 후 2개월이 지나니 발음이 많이 좋아졌다”라며 “지속적으로 자체 구매하기엔 부담이 커서 지자체나 정부의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교사 마스크 착용에, 유아 언어발달 지체..한창 입 모양 보고 말 따라 하기 배워야 할 때인데」, 동아일보, 2021년 10월 11일자)

위 기사의 내용과 같은 근거로 정부의 실내 마스크 해제론이 최근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참고로 여기서의 ‘투명마스크’는 우리가 TV 예능프로그램에서 관객에게 제공되는 조잡한 투명 마스크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기술로 만들어진 한 개에 1만원 정도의 초고가 마스크를 말한다. 

 

캐나다 맥길대 연구진은 불투명 마스크가 부정적인 사회적 영향을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진=맥길대

이미 1년이 넘는 긴 시간이 지나 최선의 적용 시기를 놓쳐버린, 투명마스크 지원을 골자로 하는 “영유아들이 코로나19에 노출되는 것을 막으면서도 언어 및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투명마스크 착용이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며, 팬데믹 극복을 위해 국가 및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는 영역을 찾고 적극적인 행정을 통해 위기를 헤쳐가야 할 때라고 강조”한, 이원욱 의원이 대표발의(2021.9.24.)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12654/ 발의의원: 이원욱, 고용진, 김민철, 김영주, 김주영, 송옥주, 유기홍, 이용빈, 한준호, 홍익표, 홍정민)이 있다. 투명마스크의 필요성은 모두가 부인하지않았지만, 질병관리청과 기획재정부 및 교육부는 개정안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며, ‘신중한 검토’와 ‘일부 수정’ 입장을 내놓았다. 예산 등의 충분한 검토 연구와 입법의 절차에 대한 치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필요성과 의욕이 앞선 입법안이다. 필요성과 요구가 분명한 문제일수록 연구와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발의할 경우에 오히려 입법의 적기를 놓치게 되어 문제를 확대·장기화 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 경우가 그렇다.

더 큰 문제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선언과 동시에 4차 산업혁명이 해일처럼 밀려들어 오면서 2018년에 세계적으로 대단한 흥행을 거둔 영화 ‘레디플레이어원(Ready Player One)’과 유사한 새로운 일상의 시작이 곧 이루어질 것처럼 많은 사람이 기대했지만, 비약적 기술발전은 아직 멀어 보인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이 지나도록, 현실을 그대로 구현해내는 정도의, ‘레디플레이어원’에서의 수준보다 크게 낮은 VR 메타버스 가상현실 조차도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현실을 그대로 구현해내는 수준! 사람과 사람이 서로 대화하고 움직이는 것에서 현실과 다름없는 현실성이 필요하다. 특히 서로 말과 말할 때의 표정 및 몸짓이 현실과 같은 수준에서 교감이 가능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이 가능해질 때까지 반복될 ‘방역의 시기’에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좋은 투명 마스크가 빠른 시일 내에 준비되어야 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사나 교수가 해일처럼 쏟아지며 시시각각 변하는 바이러스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교육환경에서 영유아~대학 교육까지 학생의 이해력과 표현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새로운 첨단의 기술을 적재적소에 여러모로 활용하여 치열하게 준비하고 강의해야만 하는 시대라는 것이다. 

* 이 글은 류창욱 교수의 블로그에 게재된 글을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류창욱
가천대 교수·보건정책학  

가천대에서 보건정책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표 논문으로는 「자유조합주의, 공익로비스트집단, 그리고 사회민주주의」(2020), 「국회 청원제도를 통한 보건의료 입법사례 연구」(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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