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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한 대화로 새로운 길 찾기, 교육으로 인간을 치유하다
무한한 대화로 새로운 길 찾기, 교육으로 인간을 치유하다
  • 임채광
  • 승인 2022.10.27 08: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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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역사로 본 21세기 공공리더십 ㉜_파울로 프레이리
파울로 프레이리는 평생을 세상을 바꾸는 실천적 활동으로 헌신했다. 사진=위키피디아

불평등과 빈곤, 부자유가 파울로 프레이리가 주목한 20세기 브라질 사회의 현실이었다. 가난하고 부자유한 하층민들은 그러한 질곡에서 벗어나는 것이 근본적으로 쉽지 않았다. 다양한 방식의 차별과 억압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불행한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장 큰 원인은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처지에 대해 바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고, 인지한다고 해도 구조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날 능력을 갖고 있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그는 이와 같은 현실을 건강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보고, 교육은 당시의 브라질 사회와 억압과 구조적 모순에 의해 불행한 삶을 살아가는 개인들의 삶을 회복시켜 줄 수 있는 필수불가결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교육자는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빛이 되고 희망을 주는 리더야만 한다. 리더로서의 교사는 돌봄의 마음으로 배려하며, 소통의 기술과 실천 능력이 있어야 한다.

프레이리가 교육의 돌봄 기능에 주목하게 된 배후에는 그의 가정환경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1921년 브라질 북동부 페르남부쿠 주의 헤시피에서 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마침 불어닥친 미국 경제공황의 직접적인 영향권 아래 놓여있던 브라질의 경제 사정과 13세가 되던 해에 아버지를 잃게 됨에 따라 그는 어린 시절부터 빈곤과 굶주림에 익숙한 생활을 하게 된다. 

그 자신도 빈곤으로 4년간 유급을 경험하면서, 빈곤층에게 배움의 기회가 매우 부족한 현실을 발견한다. 심지어 배움의 기회가 없이 성장한 대부분의 빈곤층 시민들은 자신의 존재 의미와 자존감조차 보유하지 못하고 살아간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교육자는 소외된 이들에게 다가가 이들과 공감하며, 궁극적으로 그들이 사회에서 건강하고 당당한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배려하는 일을 수행하는 자이다. 

대화를 통한 교육은 프레이리의 수평적 리더십의 특징을 보여준다. 대화를 활용한 교육 방법은 ‘문제제기식 교육’을 지향한다. 누군가에 의해 피동적으로 주입되는 교육이 아닌 스스로 깨닫고 문제를 찾아가는 교육이다. 이때 교육은 정보의 수직적 전달이 아닌 피교육자가 “아는 게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사실은 알고 있는 것이 있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소통”을 목표로 삼는다. 

이로써 누군가를 억압하거나 억압을 당하는 것이 아닌 구성원 각자가 삶의 주인이자 ‘주체’로 살아가도록 돕는 일이다. 누가 누구를 억압하거나 굴종하는 관계가 아닌 모두가 자유롭고 행복함으로 공존하는 사회, 다양한 개별적 가치를 표출할 권한과 욕망을 상호 존중하는 인간화된 사회를 지향한다. 

교육은 또한 일종의 실천 행위라고 봤다. 사람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이다. 단순히 지식이나 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식 안에 내재해 있는 역사성을 자각하고 이에 따라 행위 함으로써 세상 속에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영향을 주는 태도를 말한다. 프레이리 자신도 평생을 세상을 바꾸는 실천적 활동으로 헌신했다. 25세이던 1946년 페르남부쿠 주의 사회봉사기구인 ‘사회산업사업부(SESI)’ 소속으로 처음으로 문맹 퇴치 교육의 일선에 나섰다. 1959년 헤시피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에는 교수로 봉직하면서도 ‘국가 문해교육 프로그램’의 책임자로도 활동했다. 

1997년 5월 2일 사망할 때까지 교육이 인간다운 삶을 회복시켜 줄 것이며, 교육은 자신의 인간적 지위를 자각하지 못하고 빈곤과 부자유의 현실을 숙명처럼 생각하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문화적, 정치적 각성의 기회를 주고 주체적 인간으로서 스스로의 삶을 책임지는 자가 되도록 돕는 일이다.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교육은 사회적 약자들을 돕고 구성원 간의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인도주의적 사회로 진화할 수 있도록 변화할 것을 주문한다. 그와 같은 변화는 교육자가 이끌어가야 한다. 진실된 리더는 곧 교육자이다. 

그는 지배나 수직적 지도자가 아닌 무제한적 대화를 통해 새로운 길을 함께 찾아가는 열린 마음의 토론자이다. “대화는 현실을 끊임없이 변형시키기 위해 자신을 헌신해가는 과정”이며 오히려 인내와 배려, 보살핌과 수용 과정을 통해 낯설고 적대적이었던 타자와 함께 어우러져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묘법이다.

임채광 대전신학대 교수·기술철학
독일 카셀대에서 기술 사회의 문화 개념 관련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한국철학적인간학회 연구이사로 활동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마르쿠제의 ‘일차원적 인간’ 읽기』(2015), 『사랑』(2020, 공저),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 읽기』(2022), 『인문학 속 민주시민교육』(2022, 공저) 등이 있다. 주 연구분야는 철학적 인간학과 문화이론, 기술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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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식 2022-10-29 14:49:49
"진실된 리더는 곧 교육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