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21:00 (금)
공영방송 개혁한 ‘대처리즘’…자유화·융합을 쏘아 올리다
공영방송 개혁한 ‘대처리즘’…자유화·융합을 쏘아 올리다
  • 김대호
  • 승인 2022.10.21 08: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자가 말하다_『자유시장주의 미디어 거버넌스』 김대호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342쪽

비판의 대상 아니라 개혁 프로그램이었던 대처리즘
노동당 토니 블레어의 커뮤니케이션법 제정으로 연결

이 책은 필자의 지적 여정의 큰 흐름에 자리 잡은 저술이다. 1980년대 대학에서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 학생들에게 문화연구, 정치경제학, 구조주의 등을 탐구한 비판 커뮤니케이션은 커다란 인기가 있었다. 

 

그중에서 ‘문화연구’의 본산은 영국 버밍엄대의 현대문화연구소(CCCS, Center for Contemporary Cultural Studies)였다. 리처드 호가트, 레이먼드 윌리엄스, 스튜어트 홀 등의 문화연구 이론가들이 활동한 현대문화연구소는 ‘버밍엄 학파’의 본산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특히 스튜어트 홀은 문화, 미디어, 언어, 이데올로기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실천의 지향점을 찾고자 했고, 그의 1980년대 대처리즘(Thatcherism)에 대한 비판은 당시 지식 세계를 이끈 하나의 사상 체계로 작용하기까지 했다.  

필자는 이러한 대처리즘 비판 연구를 이어서 보편성을 갖는 논의로 발전시키기 위해 버밍엄대에서 연구했다. 그러나 곧 대처리즘이 비판의 대상이 아니라, 시대를 정확히 파악하여 변화의 화두를 던지고 실천한 개혁 프로그램이었음을 알아차렸다. 

영국은 2차 세계대전 후에 확립된 사회민주주의 정책과 제도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를 확대하면서 재정지출이 늘고, 세금을 늘리면서 민간 경제는 완전히 위축되었다. 게다가 주요 산업의 국유화로 기업들은 무사안일에 빠졌고, 국민들은 근로의욕을 상실하고 정부에 의존적이 되어갔다. 더욱이 노동조합은 정치를 좌지우지할 정도여서 ‘노조 천국’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다. 이 모든 상황들이 함께 닥치면서 ‘영국병’이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대처 총리, ‘영국병’은 치유되어야 할 역사적 과제라고 선언

대처 총리는 ‘영국병’이 치유되어야 할 역사적 과제라고 선언했다. 그런데 대처 총리는 단순히 병을 치료하는데 그치지 않고, 병의 근원을 완전히 제거하는 개혁으로 나아갔다. 이것은 중요한 역사적 분기점으로써, 사회민주주의적 합의와의 결정적인 단절, 자유민주주의 영국 사회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던 것이다. 따라서 대처리즘이 오히려 역사적 보편성을 가지며 시대정신의 가치를 보여준 것이었다. 

이 책은 이러한 맥락에서 비판 커뮤니케이션의 이론적 지향과는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대처리즘을 재해석하고, 대처 정부의 미디어 개혁을 재논의한 저술이다. 대처 총리의 미디어 개혁 프로그램은 무엇보다도 60여 년간 고여서 썩은 물처럼 되어 갔던 공영방송을 개혁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대처 정부는 기존 방송사들이 소비자와 시청자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방송사, 방송인의 이익에 ‘포획’되었다고 보았다. 공영방송이 겉으로는 공공성을 내세우면서도 공공의 이익이 아닌 내부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자기 영속적인 특권 시스템화되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처 정부는 기존 방송의 특권 블록을 해체하고, 방송이 외부에 더욱 개방되고, 시청자가 자신의 이해를 더욱 드러내고 행동할 수 있도록 대중의 일반적인 의지에 더 잘 반응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자유시장주의에 기초한 미디어 개혁을 추진했다. 

 

마가렛 대처 총리(1925∼2013)는 영국을 자유시장으로 개혁했다. 사진=위키피디아

이런 개혁의 기반 위에서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 정부는 2003년 커뮤니케이션법을 제정하여 미디어의 자유화와 방송, 통신, 미디어 융합을 촉진하는 더욱 진전된 길로 나아갔다. 특히 노동당 정부가 대처리즘을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킨 것은 1979년 이전의 노동당으로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다. 그 결과 영국은 미디어 융합을 선도하며, 디지털 컨버전스로 이어지는 혁신을 이루어냈다. 

대처 총리 시절의 공영방송 문제는 지금 한국의 공영방송 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 책이 자유시장주의 미디어 거버넌스로 공영방송을 개혁하고 창조적인 새로운 미디어 시대를 만드는 모델을 찾아 나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