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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 죽음은 자연에 반하는 폭력, 노인에게 죽음은 때에 맞는 ‘완숙’
청년의 죽음은 자연에 반하는 폭력, 노인에게 죽음은 때에 맞는 ‘완숙’
  • 김재호
  • 승인 2022.10.17 09:21
  •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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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로 보는 나이 듦: 키케로

나이 듦 관련해서 동양의 공자, 서양의 키케로를 대표로 소개한다. 이번 제4회 인문대학 심포지엄에서도 공자와 키케로는 자주 언급됐다. 물론 모든 인류가 나이 듦에 접어들며 소멸하는 것은 하늘의 이치이다. 공자와 키케로는 나이 듦과 하늘의 뜻과 관련해 좋은 인문학적 성찰을 보여주었다.

키케로에게 노년에 대한 글쓰기는 자기 위로였다. 강상진 서울대 교수(철학과)는 키케로에게 글쓰기가 일종의 ‘자기 설득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즉, “정치적 주변부로 밀려나 있던 키케로가 경험하고 있는 가족적, 사회적 곤경들을 지적으로 소화하며 수행”했다는 것이다.

 

키케로의 조각상이다. 키케로는 노년에 대한 4가지 불평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미지=위키피디아

나이 들어서 감각적 쾌락을 즐길 수 없게 되었다며 불평하는 이들이 있다. 특히 노년이 되어 존경을 받지 못하고 사람들한테 멸시를 받는다고 투덜댄다. 분명 나이 듦 자체가 존경받을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래서 키케로는 “비난받아야 할 것은 나이가 아니라 성격”이라고 반박했다. 키케로는 “노년에 관한 최선의 무기는 학문을 닦고 미덕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미덕이란 인생의 모든 시기를 통해 그것을 잘 가꾸게 되면 오랜 세월을 산 뒤에 놀라운 결실을 가져다준다”라고 강조했다. 과연 나와 당신도 그럴 수 있을까.

키케로는 나이 듦이 드러내는 결함 4가지를 반박했다. 장문석 서울대 교수(서양사학과)는 그 결함들을 “나이 듦은 젊음이 할 수 있던 일을 못하게 하고, 신체를 약하게 하며, 즐거움이 없고, 죽음과 멀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각의 반박은 강 교수의 설명을 참조했다. 첫째, 활동의 감소는 젊음과 체력이 필요하지 않는 활동을 고려하면 된다. 이러한 활동은 노인에게 열려 있다. 신체의 민첩성이나 기민성이 아니라 계획과 명망, 판단력은 노년에 더욱 어울리는 자질이라는 뜻이다. 특히 노인이라고 기억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키케로는 “나는 또 노인이 보물을 묻어둔 장소를 잊어버렸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네”라고 지적했다.

둘째, 체력의 저하는 노력 여하에 따라 나이에 맞는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 누구도 노인에게 젊은 시절의 체력을 요구하지 않으니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는 점으로 반박된다. 셋째, 즐거움의 부재에 대해선 단점이 아니라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 노년에는 감각적 쾌락이 없지만 “이성과 지혜로도 거부할 수 없던 쾌락, 해서는 안 되는 것에 대해 욕망을 품지 않게 해 주는 노년이야말로 진심으로 감사할 일”이라는 것이다. 육체적 쾌락은 감소하겠으나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정신적 쾌락은 더 많이 누릴 수 있다. 원하고 노력한다면 말이다.

넷째, 죽음은 자연의 순리라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노인들을 가장 불안하게 하는 것은 바로 임박한 죽음이다. 강 교수는 키케로를 인용하며 “그토록 오래 살아오면서도 죽음은 경멸해야 마땅하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며 “죽음이 만일 영혼을 완전히 절멸하는 것은 아니라면 무시되어야 마땅하고, 죽음이 만일 영혼이 영원히 살 어떤 곳으로 인도하는 것이라면 오히려 반겨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죽음이 자연과의 조화라는 다음의 설명은 귀담아들을 만한다. “젊은이에게 죽음은 자연에 반하는 폭력적인 구석이 있지만 노인에게는 때에 맞는 완숙(maturitas)이 목숨을 앗아간다.” 키케로는 조국의 자유를 위해 싸우다 죽은 로마사의 위인들을 언급하며 죽음은 불멸이 될 수 있다고 간주했다.

키케로는 사랑하는 딸을 잃고 ‘노년에 대하여’ 마주하는 자세를 글쓰기로 승화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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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22-10-17 23:45:31
국자감, 청나라 국자감, 국자감의 명칭을 대체한 청말기의 경사대학당(베이징대로 승계됨)으로 이어지면서 황족과 왕족, 사대부들, 그리고 평민들까지도 유교 최고대학에서 공부하고 天子(황제), 제후, 공경대부, 보통의 유학자, 일반 서민의 유교질서로 이어진 세계제국 성격의 한족나라입니다.

세계사로 볼 때, 유교는 공자님도 제사하며, 한나라때 동아시아(중국,한국,베트남,몽고)지역에 성립된 세계종교입니다. 공자님께서는 이전부터 전해지던 신앙인 始原유교의 天(하늘,하느님)숭배, 여러 神明숭배를 계승하시면서, 인간이 행해야 할 禮와 道를 제자들과 제후들에게 가르치신 스승(先師,至聖先師)이시자, 성인임금(文宣帝,文宣王)으로 추증되신 성인이십니다. 그래서 유학은 聖學이라고도 합니다.

윤진한 2022-10-17 23:44:53
영향아래 살아온 한족. 황하문명의 중국에서 한자를 쓰고 하느님(天).神明숭배하며, 설날(춘절),추석(중추절).청명절.단오절과 원소절(대보름) 및 24절기, 동지, 조상제사, 공자님숭배 및 공맹의 인의예지신, 삼강오륜및 수천년 중국 유교를 믿고 살아온 중국인들이 광의의 한족입니다. 세계사적으로 중국은 한나라때 동아시아(중국,한국,베트남,몽고)에 성립된 공자님의 유교를 믿어오면서 줄곧 하느님(天)제사, 地神제사, 산천신제사, 조상제사, 공자님제사로 이어진 나라이며, 원나라.청나라시대에도 이런 제사는 天子(세속적으로는 중국 황제)의 주관하에 유교제사와 유학교육으로 이어진 나라입니다. 유교 최고 교육기관으로는 한나라 태학, 위나라 태학, 수나라 국자감, 당나라 국자감, 송나라 국자감, 원나라 국자감, 명나라 국

윤진한 2022-10-17 23:44:22
그런 위험을 가지고 있는 철학임을 염두에 두고 철학.민속적으로만 접근해야 합니다. 동아시아 세계종교인 유교나, 서유럽의 세계종교인 가톨릭의 하느님은 인간을 창조하신 절대적 초월자이십니다. @한족이란, 굉장히 광의적인 표현입니다. 현대적인 의미의 한족은 사전적 정의로 이렇습니다. 중국과 타이완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세계 각지에 진출한 민족이다. 2000년 기준 총인구 13억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민족집단(출처:두산백과).2021년 현재는 14억 4,421만 6,102명이 중국에 거주하는 광의의 漢族입니다. 고대의 선비족이니 뭐니 하는 민족들도 현재의 한족이며, 그 당시에도 한족에 포함되는 중국인이었습니다. 한나라시대에 성립된 漢제국의 민족이 한족에 해당됩니다. 漢나라 문화의

윤진한 2022-10-17 23:43:25
삶과 죽음은 인간창조주이신 하느님께서 결정하는 영역이며, 피조물인 인간의 힘으로 다스릴수 없습니다.하느님의 종교인 수천년 동아시아 세계종교인 유교의 정체성을 확실히하고, 하느님과 별개의 철학인 도교,불교를 이해하는것도 어느정도 필요합니다.도교는 유교처럼 하느님이 인간을 창조(天生蒸民)하신 점에 주안을 두지 않고, 후대에 갈수록 불교의 보살같은 용어도 사용하여, 동아시아 세계종교로 수천년 이어진 유교의 하느님(天).공자님과 맞지는 않습니다. 불교는 원래부터 창조신 브라만에 항거하여 부처가 새로 만든 후발신앙으로 브라만을 섬겨온 인도에서도 다시 배척받게 된 인도발 신앙입니다. 창조신보다 높다는 Chimpanzee류의 부처를 받드는 무신론적 Monkey철학임을 염두에 두고, 불교와 섞인 후대의 중국 도교도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