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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요구되는 대학평가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요구되는 대학평가
  • 김경화
  • 승인 2022.10.18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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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등 세계 모든 국가가 대학의 경쟁력과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대학의 경쟁력과 국가경쟁력이 상호 불가분의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러나 그 목적이나 형태, 방법 등은 그 나라의 역사나 문화, 교육제도 등을 반영해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지속적인 대학평가를 통해서 대학이 꾸준히 발전해 왔고, 민주성, 책무성을 강화해왔다는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측면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한 순기능은 대학평가 제도 개편을 앞둔 지금에도 지속돼야 할 핵심적 사항이다.  

대학평가가 진행되는 시기에 전국의 대학 중 어느 곳이든 야간에 방문하면 퇴근 시간도 한참 지난 시간이지만 유독 불이 켜진 건물이 있을 것이다. 그곳은 아마 평가업무를 담당한 대학본부 기획부서일 확률이 높다. 보직자인 교수와 직원들이 대학의 명운을 가름하는 평가보고서 작업과 대응 준비에 여념이 없을 것이다. 물론 대학의 지속적 발전과 교육품질 제고를 위해 구성원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재 대학의 구성원들은 너무나 힘들고 피로하다. 행정직원은 말할 것도 없을뿐더러 특히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들도 각종 평가업무로 인해 본연의 업무인 교육활동에 지장을 받는다는 것을 하소연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면 ‘대학평가’ 본연의 목적과 다른 결과를 야기할 우려가 크다. 

정부는 대학평가를 대학구조조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대학평가 자체가 이미 고등교육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는 점은 이제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됐다. 대학은 국가가 제시하는 방향대로 수십 년간 대학평가를 받아오면서 나름대로 처절하게 순응해 왔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1990년대에 이미 예측 가능했던 미래의 재앙들이 한 치의 변화도 없이 현실로 이미 다가와 있다.

대학의 상황은 현재 학령기 인구 감소, 14년간 등록금 동결에 따른 극심한 재정적 압박, 수도권 일극화에 따른 청년인구의 수도권으로의 유출, 문화 및 경제 격차의 악화 등에 따른 악순환, 비정년 교원을 시작으로 전체 대학 교원들의 처우 악화 등 한마디로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이러한 대학의 궁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획일화된 대학평가를 받아야 하는 대학의 현실은 마치 미셀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말한 ‘판옵티콘(panopticon)’이 완벽하게 구현돼 있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사실 그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이러한 감시와 처벌의 메커니즘이 자유주의를 강조하던 근대국가에서 학교, 병원, 군대 등의 사회체계를 작동시키는 원리였다는 아이러니를 예리하게 지적한 것이다. 교육기관으로서 대학의 자율성과 그 존재가치, 역할, 발전 방향을 생각해보면 이것은 적절한 상황은 아니다. 

현재 대학과 관련한 기관 단위의 평가는 기관평가인증과 교육부에서 진행하는 대학기본역량진단, 재정지원제한대학 지정평가로 대별된다. 그런데 이러한 대학교육의 질 제고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세 가지 평가는 동일 평가대상, 유사 평가지표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중복평가’, ‘일관성의 결여’라는 문제점이 있고, 그만큼 대학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교육부가 상반기에 여러 경로로 제시한 ‘고등교육 정책 로드맵’에 따르면 이러한 대학평가의 부정적인 측면이나 문제점은 확인된다. 교육부는 “기본역량진단 형태의 대학평가는 실시하지 않겠다”고 하며 향후 “선(先)재정지원, 후(後)성과관리”로 대학평가 방식을 바꾼다는 것을 천명했다. 어쨌든 기존의 대학평가제도에 대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는 점과 그 한계를 인식하고 개선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참에 대학평가에 대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한 마디로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세계 1위의 교육선진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핀란드’처럼 교육에서 누구에게든 동등한 기회와 질적 평등이 제공돼야 한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헌법이 규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교육받을 권리가 현실적으로 실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교육주체인 대학에 대한 평가가 더욱 커다란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교육부가 10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던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을 위한 교육부의 대학평가 개편안이 과연 어떠한 형태를 띠게 될 것인지가 자못 궁금하다. 대략적인 내용은 현 정부의 국정과제나 교육부의 정책 제시 등을 통해 예측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 대학평가 부담을 완화하고 대학의 설립목적이나 특성에 따라 실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제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로운 개편안에서 대학평가가 기관평가인증 등을 활용해서 ‘단일화’되는 형태로 바뀐다면, 대학 구성원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도 대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5개월 이상 공석으로 있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으로 지명된 이주호 후보자에게 거는 기대와 우려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미 10년전 한 번 장관직을 역임했고 그 공과에 논란이 있기 때문에 우려도 작지 않다.

하지만 과거 장관을 마치고도 교육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하이터치 하이테크’를 내세우며, 과감한 규제 개혁을 통한 미래 교육 혁신을 주장했던 그의 행적을 살펴보면 기대 또한 클 수밖에 없다. 그가 교육부장관으로서 교육발전을 위한 통섭적 정책을 제시하고,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라고 믿어보고 싶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를 뜻하는 라틴어 낱말이다. 대한민국 교육의  전환점에서 다시 그 ‘운명의 핸들’을 쥐게 된 그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다. 

김경화 편집기획위원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기획처장·대학혁신지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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