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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명강의: 김은기 인하대 교수의 ‘피부과학’
우리대학명강의: 김은기 인하대 교수의 ‘피부과학’
  • 박찬영
  • 승인 2006.04.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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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이 끝나갈 무렵, 아이디어와 질문을 고민하는 학생들의 눈빛이 사뭇 진지하다. 교수님의 선문답과도 같은 질문 사이에서 메모지에 열심히 자신의 생각을 담는다. 익숙하지 않은 아이디어 만들기를 한참 고민하던 학생들은 작은 메모지에 무엇인가를 적고 아쉬움을 담은 눈빛으로 강의실을 나선다.

김은기 교수님의 ‘피부과학’ 강의는 학생들의 상상 속 아이디어를 현실에 적용하고자 하는 데서 출발한다. 기존에 알려진 기술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상상을 현실로 바꾸고자 하는 것이다. TV 광고에 등장하는 ‘상상력 예찬’과도 같은 아이디어 중심의 수업은 고등학교 수업과 별반 다를 바 없이 필기와 계산, 퀴즈 등으로 거의 모든 수업이 진행되는 공과대학의 다른 과목들과 차별성을 가진다.

아이디어가 중심이 되는 수업

‘피부과학’은 기술의 첨단을 추구하는 BT, 그 중에서도 생물공학 전공과목으로 개설됐다. 인간의 피부에 대한 탐구를 기초로 기능성 화장품의 기작과 개발에 대해 배우는 과목이다. 거짓으로 밝혀지며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준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처럼 잘 알려진 분야는 아니지만 기능성 화장품과 관련된 비즈니스의 영역은 큰 발전 가능성을 지닌 분야로서 흥미를 이끈다.

▲김은기 교수는 이미 실현된 테크닉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내놓은 아이디어를 더욱 발전시키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안을 학생 스스로 모색하도록 한다. ©

김은기 교수님 강의의 포인트는 이전 시간에 학습한 내용의 리뷰와 미리 제출했던 아이디어 및 질문 메모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다. 교수님의 강의를 통해 피부에 관한 과학적 이론들의 설명을 듣고, 화장품이나 의·약학적 응용이 가능한 아이디어를 도출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서 강의실에서 배운 지식만이 아니라 실생활과 산업에서 이용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는 현실적 가능성이나 이론적 설명을 배제한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응용 가능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방법이다.

이렇듯 김은기 교수님의 ‘피부과학’ 수업은 학생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중시하고 있다. 교수님의 설명에서 빠진 부분이나 학문적 응용에 관해 제출된 아이디어는 교수님과 학생들의 토론으로 실현 가능한 방법을 탐색하는 과정으로 이끌어진다.

이런 토론이 끝나면 본격적인 이론 강의가 시작된다. 이론 강의는 PPT를 이용, 피부의 단면이나 피부세포로 구성된 소기관들의 전자현미경 이미지 자료들을 보며 진행된다. 강의 중간 중간 곁들이지는 교수님의 설명은 주로 피부세포들과 구성 물질들의 기작과 이를 이용해 이미 상용화된 기술, 제품들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교수법은 이미 실현된 테크닉을 바탕으로 이를 더욱 발전시키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방안을 학생 스스로 유도하게 한다. 학생들이 만들어 낸 아이디어는 리포트와 같은 방식으로 피드백 되기도 하고 졸업 후 현장이나 대학원에서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일례로 피부 내 진피의 구성성분으로 보습제 역할을 하는 히아론산에 대한 교수님의 강의는 이를 이용한 기능성 화장품뿐만 아니라 히아론산의 분해효소를 이용한 의학적 이용까지 광범위한 부분에 걸쳐 설명됐다. 히아론산 분해효소는 이미 항암기작에 관한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고 마취제의 약효성분 침투를 위한 물질로서 이용되기도 한다.

교수님의 강의는 이렇듯 화장품 소재가 단순히 美의 추구를 위한 역할만이 아니라 인류를 괴롭히는 질병으로부터의 해방에도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알려준다. 이런 교수법은 다양한 열린 사고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부분은 응용과학을 공부하는 공학도로서의 자세를 가르치는 방법이기도 하다.

아이디어를 보고서 형태로 현실화하기도

이러한 수업의 진행방식은 학생들에게도 호응이 좋다. 4학년 전공선택 과목으로 개설되는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강의계획서에부터 피부와 화장품에 관심 있는 어떤 학생이라도 수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실제로 강의실에서 생물공학 전공 학생 이외에 다른 전공의 수강자도 손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러한 내용·형식 모두 열려 있는 ‘피부과학’ 수업은 단순히 강의실 안에서만 진행되지 않는다. 학기 중에 실제 화장품 업계에서 종사하고 있는 연구자를 만나는 기회를 갖기도 하고 산업체나 연구소를 방문하는 기회를 갖기도 한다.

이러한 산업과 대학의 만남은 현장 실무에서 일하는 신기술 개발자를 만나며 업계의 트렌드를 익히고 대부분 4학년인 수강생들에게 향후 미래 설계의 방법을 제시하는 좋은 경험이 된다.

‘피부과학’을 수강했던 선배들의 조언을 들어보면 이 수업의 진가는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아이디어의 도출과정을 체험하는 이 수업의 경험이 사회에 진출한 후 업무에서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선배들의 중론이었다. 물론 필자도 얼마가 지나고 나서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후배들에게 이 강의를 추천할 수 있을 것이다.

상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아이디어를 통해 더 큰 성취와 발전을 얻게 하는 김은기 교수님의 교수법이 다른 공학 분야의 여러 강의에서도 적용돼 이공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찬영/인하대 4학년·생명과학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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