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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경과 친환경의 이분법이 경제를 망친다
반환경과 친환경의 이분법이 경제를 망친다
  • 홍욱희 세민환경硏
  • 승인 2006.04.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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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홍성태 교수의 환경칼럼을 읽고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홍성태 교수(상지대)는 진보주의적인 현실참여 학자로 활발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인터넷 매체 등에 발표된 그의 ‘노동과 자연에 대한 ‘이중의 착취’ 멈춰라’라는 칼럼에 대해 홍욱희 세민환경연구소 소장이 다음과 같은 반박문을 보내왔다. / 편집자주

 홍욱희 / 세민환경연구소장

지난 몇 년 동안 진보를 표방하는 일부 사회학자들의 현실참여가 우리 사회 발전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는 것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들이 지나치게 생태주의내지 환경주의적 입장을 고수하는 나머지 이제는 그 부작용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는바 홍성태 교수의 일련의 글들이 그런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봄철 황사는 더 심해지지 않았다

홍 교수의 글은 황사에 대한 고발로부터 시작한다. 황사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그것이 중국의 공업화로 ‘중금속 황사’, ‘화학물질 황사’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언론보도와는 달리 황사는 그리 증가하지 않았다. 다음 그림은 지난 15년 동안 서울 지역에서 관찰된 황사 발생건수와 발생일수를 보여주는데, 2002년과 2003년의 두 해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그리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그 두 해에는 황사가 특히 심각했는데 이는 2002년에 몰아친 태풍 루사가 엄청난 피해를 내었던 것처럼 일회성 자연현상에 해당한다. 황사는 삼국사기에도 기록되었을 만큼 우리나라 봄철 특유의 기상 현상에 불과하다.

황사가 ‘중금속 황사’나 ‘화학물질 황사’로 불릴 정도로 많은 유독성 오염물질을 포함하는 것도 아니다. 가장 최근의 환경부 발표도 “황사로 인한 납, 카드뮴 등 유해중금속, 다이옥신의 농도는 평상시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분석되었다”라고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 100위권의 환경후진국이 아니다

이어서 홍 교수는 아토피 질환 만연 등을 예로 들면서 환경위기를 다시 강조한다. 2005년 우리나라의 ‘환경지속성지수’(ESI)가 122위였을 정도로 끔찍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2006년에 발표된 ‘환경성과지수’(EPI)가 42위라는 것에 대해서도 이는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일부 언론의 ‘무지와 태만’으로 마치 환경의 질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것처럼 오보를 했다고 개탄하기조차 한다. 

짧은 지면에서 ESI나 EPI라는 수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일일이 설명할 것도 없이 우리나라 환경의 질이 전세계 122위에 이를 만큼 열악하지 않다는 것은 해외여행을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동안 이룩한 환경개선의 성과가 세계 42위라는 것도 수긍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외국인이 작성한 그런 수치들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별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교수는 한국 경제는 세계 10위의 ‘선진국’이지만 환경은 세계 100위권에 머물고 있는 ‘후진국’이라고 단언한다. 나아가서 “세계경제의 지도자들이 매년 스위스 다보스에 모여 한국의 끔찍한 환경상태를 비난하고 조롱하고 있다”고 막말을 하고 있다. 다보스 회의에서 우리나라가 과연 어떤 평가를 받았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질 필요는 별로 없지만, 그래도 그동안의 언론보도로 본다면 부정적이기보다 긍정적인 평가가 훨씬 더 많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언론이 다보스 회의를 제대로 취재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홍 교수는 자신만의 어떤 특별한 취재원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얼치기 친환경주의가 위험하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가 대단한 환경후진국이고 사정이 그렇게 된 데에는 우리가 반환경적인 경제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을 위해서 홍 교수는 사례를 잘못 골랐다. 홍 교수는 “유럽과 미국,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환경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우리 경제도 그렇게 가야한다고 시사하는데, 그들이 언제부터 친환경적인 경제를 시작하였던가. 197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과 유럽, 일본은 악명 높은 환경오염국가들이 아니던가. 홍 교수는 런던 대기오염, LA 스모그, 일본의 미나마따병을 기억이나 하고 계시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홍 교수가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노동과 자연에 대한 ‘이중의 착취’를 통해 부를 쌓은 ‘반환경 경제 세력’이 여전히 이 사회의 지배세력”이라는 대목이 아닌지 모르겠다. 그러면 홍 교수가 지칭하는 ‘그런 반환경 경제 세력’은 우리나라의 일부 경제세력인가 아니면 전체 경제세력인가? 도대체 여기에서 말하는 ‘반환경’의 의미는 무엇일까.

홍 교수는 다음 대목에서 “친환경 경제에 돈을 쓴다면 새만금을 지키고 아토피도 없애고 고용은 10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어느 전문가도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고 있다. 새만금 사업을 반환경적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그래도 참을 수 있다고 하자. 그러면 아토피는 환경선진국들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고, 선진국 경제는 고용이 10배로 늘어서 지금 프랑스에서는 대학생들이 시위에 나서고 있는 것일까.

이제 결론을 지어보도록 하자. 대다수 환경주의에 빠진 사회학자들처럼 홍 교수의 현실 진단이 그렇게 잘못된 것은 “경제개발은 곧 환경훼손”이라는 단선식 사고방식에 젖어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경제개발 위주 사회 행태를 공격해야 하는데 그 빌미를 환경오염에서 찾고자 무리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직 선진국 수준에 이르지 못한 현실에서 무조건 친환경적인 경제만을 주창하는 것은 자칫 경제 자체를 망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특히 세계최고의 인구밀도를 갖는 자원빈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경제와 환경 어느 한쪽도 소홀히 할 수 없지만 환경의 지나친 강조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잃는 격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홍 교수가 그토록 비판해마지 않았던 청계천 복원도 ‘친환경’을 빌미삼아서 행해졌던 대표적 경제 사업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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