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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잘못된 노령화 대책
대학정론: 잘못된 노령화 대책
  • 김인환 고려대
  • 승인 2006.04.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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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하여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려 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앞으로 노령화 사회가 되어 비생산적 국민이 증가하면 경제가 위축되리라는 예측이 출산 장려의 중요한 이유로 제시되었다. 일하는 젊은 사람들에게 일 안하는 늙은 사람들을 부양해야할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그럴 듯한 것 같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말은 출산 장려의 이유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생산적인가 비생산적인가를 나이를 기준으로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다. 엄격한 의미로 정의한다면 자연을 가공하여 물질적 재화를 생산하는 노동만이 생산적 노동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생산적 노동의 개념을 최대한으로 확대한다면 생산과정의 일부를 이루고 있는 관리인과 기술자와 과학자의 노동도 생산적 노동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적 노동자와 비생산적 노동자의 비율은 사회균형의 중요한 척도이다. 하루에 여덟 시간 일하는 생산적 노동자가 천만 명에서 5백만 명으로 감소되면 상품을 생산하는 1일 노동시간이 8천만 시간에서 4천만 시간으로 감소된다. 생산과정이 판매과정의 일부로 편입되어 유흥과 사교의 산업이 활발해지고 금리생활자와 사채권자와 부동산 투기업자가 늘어나며, 공무원의 수효가 증가하는 구조를 문제 삼지 않고 노령인구가 증가하는 현상을 문제 삼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인식이다. 노령화는 연봉과 근로조건을 조정하여 퇴직자들의 재취업 기회를 늘이는 방향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위적인 출산장려는 이미 우리 사회의 일부가 되어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배제하려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둘째, 출산장려는 통일 이후의 실업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단선적 노령화 대책이다. 통일시대에도 우리는 수출이라는 국가목표를 계속해서 추구해야 한다. 통일이 되면 환율·관세·민영화 등의 문제가 새롭게 제기될 것이다. 공기업의 자원낭비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세계시장이 강대국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하여 폐쇄적 민족주의를 선택한다면 투자의 합리성과 능률성을 희생시키게 될 것이다. 통일시대에는 국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욕구들의 분출이 예상된다. 복지정책이 물가상승을 가속화시켜 독자적인 조직능력이 없는 도시빈민의 사정을 악화시키게 될 수 있으며, 자본가와 노동자가 가격인상과 노동쟁의로 자기들의 이익을 방어하면 경기조절의 비용이 농민과 빈민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사회주의 경리의 구조조정에서 발생할 거대한 과잉인력을 걱정하지 않고 남한의 노령인구를 걱정하는 것은 비현실적인 사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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