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5:25 (금)
숫자는 자연스러운 언어 아니다...‘비유·번역’ 있어야 이해
숫자는 자연스러운 언어 아니다...‘비유·번역’ 있어야 이해
  • 유무수
  • 승인 2022.10.10 08: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제의 책_『넘버스 스틱』 칩 히스·칼라 스타 지음 | 박슬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64쪽

나이팅게일은 숫자를 감성적인 언어로 번역
맥락 추가해 객관적 분석 넘어야 소외 없어

지난 15년간 MBA 강의실에서 아이디어를 스티커처럼 찰싹 달라붙게 만드는 법을 강의해온 칩 히스는 “숫자는 인간에게 자연스러운 언어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파워포인트 자료에서 숫자를 썼을 때 “특정 상황의 예를 들어 말하자면,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그 의미는, 비교하자면”과 같은 문구로 번역하지 않았다면 “다레카니 가이와니 하이레나이토 간지사세루 코토하 시츠레이데스”라는 일본어를 남겨두는 것과 비슷하다. 이 말은 “누군가 대화에서 소외된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이다”로 번역해야 한다. 숫자도 약간의 맥락을 추가하여 다른 형식으로 번역할 필요가 있다.  

 

숫자를 제대로 이해시키기 위해선 다른 맥락이 필요하다. 비유나 쉬운 설명이 좋다. 이미지=픽사베이

“미국의 국가 부채는 27조 달러에 달한다”라는 말은 “미국의 국가부채는 27조 달러로, 이는 국민 1인당 8만2천 달러에 해당하는 숫자다”로 번역을 덧붙일 때 생생하고 의미 있는 메시지가 된다. “미국은 4억 정의 민간소유 총기가 있다”에서 숫자는 거대하지만 추상적일 뿐이다. “미국에 살고 있는 모든 남성과 여성, 아동이 총기를 하나씩 나눠 갖고도 약 7천 정이 남는다”라고 번역하여 1대 1로 짝을 지으면 비로소 구체적으로 실감난다.

수학·과학·의학을 공부했던 나이팅게일은 1850년대 크림전쟁 당시 최전방 병원을 돕는 자원봉사 간호사로 활동했다. 나이팅게일은 사망률을 낮추려면 의료 시스템에 대대적인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깨달았다. 그녀는 고위층 정치인과 일반 대중에게 사실을 알릴 때 현장에서 수집한 숫자 데이터를 장황하게 나열하지 않았다. 나이팅게일은 강력하고 감성적인 언어로 번역하려고 노력했다. “전쟁이 시작되고 첫 7개월 동안 병사 1만3천95명 중 7천857명이 사망했다”라는 통계정보는 반올림을 적용하여 “병사 1천 명당 600명이 사망했다”로 쉽게 이해될 수 있는 방식으로 번역됐고 심리적 거리를 줄이는 ‘비교’를 추가했다. “이 사망률은 런던 대역병의 사망률을 능가한다.” 또한 나이팅게일은 ‘버켄헤드호 재난(타이타닉호처럼 침몰하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던 선박이 침몰하여 400여 명의 군인이 익사한 사고)’ 사례 이상으로 비극적이라고 비교·설명했다. 

객관적 분석과 감성을 결합한 나이팅게일의 호소는 의원, 의사, 장군들이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게 했고, 결국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