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02-08 11:29 (수)
되돌아오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되돌아오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
  • 이덕환
  • 승인 2022.10.11 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정론_ 이덕환 논설위원.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이덕환 논설위원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의 실질적인 설계자였던 이주호 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돌아온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지명자가 교육 현장과 정책에 두루 정통하다는 대통령실의 평가는 정확한 것이다. 노동경제학을 전공한 이 지명자가 교육정책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은 1996년 문민정부의 5·31 교육개혁부터였다.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입성한 후에는 보수 진영의 교육개혁 전문가로 입지를 굳혔다.

그렇다고 이 지명자의 오랜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가 언제나 긍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이 지명자가 위원으로 참여했던 1996년의 대학설립준칙주의는 부실 대학을 양산하는 빌미가 되었다. 2014년까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던 107개의 대학 중 상당수가 폐교되거나 교육부의 재정지원제한대학으로 전락해버렸다. 오늘날 대학이 우리 사회의 가장 대표적인 고비용·저효율의 사회적 부담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도 어설프게 만들었던 대학설립준칙주의와 무관하지 않다.

2012년의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에 대한 기억도 엇갈린다. 자율과 경쟁을 핑계로 국립대학을 졸업생 취업률 중심의 정량적 평가 경쟁에 내몰아버린 탓이다. 교육부의 예산지원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던 국립대학은 단기적인 취업률과 같은 외형적 정량지표에 집착하는 파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부의 지원금을 외면할 수 없었던 사립대학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율과 규제 완화는 겉으로만 내세운 그럴듯한 핑계였을 뿐이다.

일방적인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도 실패작이었다. 자사고·특목고·마이스터고 등의 고교 다양화가 오히려 고등학교 서열화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말았다. 더욱이 자사고는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인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어쨌든 스스로 자사고의 지위를 포기하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 명백한 현실이다. 고교 다양화 정책이 진보 교육감이 득세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해주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지명자의 역작이었던 ‘대학입시 자율화 방안’에 대한 평가도 부정적이다. 수시전형의 학생부 종합전형과 입학사정관 제도는 부모 찬스를 부추겨서 입시의 공정성을 극도로 훼손시켜버렸다.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조국 사태도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 엉터리 수시 전형과 무관하지 않았다.

오늘날 거의 모든 대학이 겪고 있는 재정난도 이 지명자와 무관하지 않다. 정치인들이 무책임하게 내놓은 반값 등록금 정책을 고착화시켜버린 등록금 상한제를 밀어붙인 것이 바로 이 지명자였다. 교육부의 지침을 어긴 대학에게는 국가장학금 예산을 지원하지 못하도록 만들어버렸다.

겉으로만 화려했던 이명박 정부의 교육 개혁이 결과적으로 교육에 대한 이념적 갈등을 촉발시킨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사용해왔던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꾼 것이 문제였다. 박근혜 정부의 ‘국사 교육 바로잡기’ 논란은 지금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정부가 추진했던 2022 개정교육과정에 대해서 다시 ‘좌편향’이라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는 것이 역사 교육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강력한 교육부 폐지론까지 주장하던 이 지명자가 느닷없이 교육부 장관 지명을 수락한 것은 놀라운 변신이다. 도를 넘는 교육부의 통제에 자생력을 잃어버린 대학이 이제는 힘을 잃어버린 신자유주의 슈퍼태풍 앞에 풍전등화(風前燈火)의 신세로 떨고 있다.

이덕환 논설위원
서강대 명예교수/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