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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교육의 이상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가?
우리는 교육의 이상 가치를 지켜낼 수 있는가?
  • 교수신문
  • 승인 2022.10.0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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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수노동조합 교수논평

 

대한민국의 대학교육은 현재 역사상 유례가 없는 변화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총체적 위기에 처해있다. 이 위기는 도피할 수도 없고 도피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각종 보도 매체를 통해 파악된 위기에 대한 주요 환경요인들은 무엇이고 그 해결방안은 무엇일까.

대학이 직면한 외적 환경요인

올해 전국 대학(전문대 포함) 신입생 미달 인원이 사상 최대인 4만586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미달 인원(1만4천158명)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따라 신입생 충원율(입학 정원 대비 등록 비율)도 작년보다 6%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91%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전국 대학이 신입생 정원의 약 10%를 뽑지 못한 셈이다.

교육부는 앞으로 대학이 자체적으로 입학 정원을 줄이지 않는다면 3년 후(2024학년도) 전국 대학 입학 정원에서 미달 인원은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이런 현황을 공개하고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그 대책으로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내년 3월까지 전국 대학이 정원을 자율적으로 줄이는 계획을 제출하도록 했다. 전국 5개 권역별로 충원율 등에 따라 2023학년도부터 정원을 줄이도록 하고 수도권·비수도권 모두 구조 조정한다는 게 골자다. 또 재정 상태가 부실한 한계 대학에 대해서는 3단계 시정 조치 후 폐교 조치하는 이른바 ‘삼진 아웃’을 도입하기로 했다. 대규모 미달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정부가 뒤늦게 정원 감축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국회 교육위원장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17개 시도에서 신입생 충원율이 가장 낮은 지역은 경남(85%·일반대 기준)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전국에서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로 99.5%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신입생 충원율 격차가 심화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대로 두면 2024년에는 전체 신입생의 41.9%가 수도권 대학에 입학한다”며 수도권 집중 현상을 우려했다. 이런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전국적인 정원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금 대학은 30~50%가 감축 대상이며 감축의 형평성을 위해 수도권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을 향해 꺼내든 이른바 ‘자율 혁신 계획’은 입학 정원 일부에 대해 대학이 자발적으로 모집을 유보하는 제도이다. 정원을 자율적으로 줄이는 대학에는 현재 정부 재정지원 사업으로 받는 약 60~70억 원에 추가적으로 예산을 더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충원율에 미달하는 대학은 정원을 줄이도록 요구하고, 따르지 않으면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결과는 권역별로 30~50% 대학이 정원 감축 권고 대상이 될 것으로 교육부는 추정하고 있다.

교육부는 “광범위하고 아주 즉각적인 위기이기 때문에 고등교육의 생태계 관점에서도 모든 대학이 공동의 노력, 공동 대처가 필요하다”며 수도권 대학들도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해 수도권 대학들은 지방대학의 위기를 수도권 대학에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도권 대학들의 이러한 주장은 대한민국이라는 대학교육의 공동체적 운명에 대해 지극히 이기주의적인 회피라고 보인다.

대학이 직면한 내적 환경요인

대학등록금은 13년째 동결되고 있다. 물가상승율을 최저수준으로 감안하더라도 대학의 재정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그 재정적 손실피해는 대학에서 교육환경을 심하게 악화시키고 있다. 지금 대학들은 자구책이라는 미명 하에 임금과 연구비 그리고 교원복지가 삭감되고 있으며, 교육 기자재 구매 등이 미뤄지거나 구입 예산에서 삭감되고 있다.

신임 교수를 충원해도 낮은 연봉으로 오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정년 트랙으로 교수로 채용하지 않고 비정년트랙으로 채용하는 비율은 이미 50%를 넘어섰다. 교수는 연구와 강의에서 열정이 사라지고 교수라는 자긍심도 회의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대학은 교수들에게 희망과 가치를 지속시키는 선 방향을 선택하기보다는 지속적이고 폐쇄적이며 은밀하게 자행하는 많은 비도덕적인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전국교수노동조합에 공식⸱비공식적으로 보고되는 많은 대학의 파행적 인사 문제와 급여 복지 문제 등이 법정에서 그 시비를 논하는 슬픈 현실을 낳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학의 교육 주체인 교수의 집단지성은 깨어있어야 한다. 이성의 냉철한 부릅뜬 두 눈으로 시대적 상황을 직시하고 파수꾼처럼 시대의 지성을 지켜내야 한다. 머뭇거리거나 도피하지 않는 걸음으로 문제의 중심으로 달려가 교육의 이상과 정의를 실현해내야 한다.     

집단지성은 이상 가치를 실현하는 힘

집단지성은 색다른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것은 바로 자유주의적이고 계몽주의적인 전통 위에 세워진 신뢰와 협업의 가능성,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증거를 토대로 더 나은 아이디어를 추구하는 신뢰와 협업의 가능성이다. 우리는 공유지성을 증대할 수 있는 지속적인 협업방식(운동)을 찾아내야 한다. 부패하고 타락한 대학의 이사진과 행정당국자들에게 도덕의 회복을 촉구하고 모든 조직에 있는 일신상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아첨꾼들로부터 대학을 지켜내야 한다. 

따라서 우리 교수는 강한 연대 의식으로 집단지성의 핵을 형성해 국가를 향해 대학 무상교육의 실현을 촉구하고, 교육부에는 실질적인 대학 참 생명을 제시하는 교육행정을 수립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각 대학에서 일어나는 많은 교원인사·복지 등 비합리적인 문제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투쟁하며 왜곡을 바로잡고 부패의 근본과 뿌리를 제거하는 혁신의 주체로 교수 집단지성이 우리 시대의 사회와 교육에 이상 가치를 실현하는 힘으로 그 증거를 가져야 한다. 

이 글은 전국교수노동조합이 지난 4일 발표한 교수논평을 옮겨 실은 것입니다. 교수논평은 1·3째주에 발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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