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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쟁점_ 정건화 한신대 교수, ‘국민경제위기론’ 정면 비판
학술쟁점_ 정건화 한신대 교수, ‘국민경제위기론’ 정면 비판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6.04.07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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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투자 전략’의 위기일 뿐 … 투기성 과장 획일화

신장섭 싱가포르대 교수, 장하준 캠브리지대 교수, 이찬근 인천대 교수 등 이른바 ‘국민경제위기론’으로 명명되곤 하는 경제학자들에 대한 정면 비판이 제기됐다. 정건화 한신대 교수가 계간 ‘동향과 전망’ 봄호에 발표한 ‘2000년대 한국경제의 쟁점: 외국자본 지배론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통해 ‘국민경제위기론’의 논거로 활용되는 ‘외국자본 지배론’이 경제현실과 다소 거리가 있다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장하준·신장섭 교수 등의 익숙한 주장은 “자본시장의 개방이 한국경제를 투기적 외국 금융자본에 예속시키고 이로 인한 투자의 실종이 심각한 경기침체와 장기적 성장동력을 손상시켰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이런 주장이 단순화에 근거한 과장이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중소기업부문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투자감소”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수익성은 나아지는 데 반해, 중소기업은 2003년 이후 수익성 저하가 심화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더 중요한 사실은 투자위축이 국내에 한정된 것이고, 해외투자는 2002년 이후 급증했다”고 정 교수는 수치를 제시한다. 1990년대 초반 10억달러 수준이었던 것이 1995년 30억, 2004년 58.3억 달러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대기업이 주도하던 과거와 달리 중소기업의 해외투자가 늘고 있다. 90년에 0.6조원에 불과했지만, 2001년 2.3조원, 2004년 5.9조원을 기록했다. 이는 생산기지의 중국 이전과 연관되는데, 저렴한 노동력·광대한 시장잠재력·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이전 등을 바탕으로 중국경제가 급성장하고 한국경제와의 연관이 심화되면서 앞 다퉈 국내 중소기업이 중국으로 몰려가는 것. 2000년대 들어 중소기업의 제조업 해외투자 중 대 중국 투자비중은 74.9%에 달해 대기업의 25.7%의 3배에 달한다.

두 번째로 장하준 교수가 “기업대출이 줄면서 축적된 유휴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어 부동산 경기과열을 초래했다”고 한 주장도 원인과 결과가 전도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30% 이상의 중소기업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을 감당 못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은행권의 수익성 지상주의가 문제가 아니라 중소기업 부문 투자의 기대수익율이 절대적으로 낮은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은행권의 여유자금이 중소기업 대출로 흘러가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이것을 본질적 원인으로 지목하면 곤란하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외국자본의 국내금융지배, 특히 기업의 자본조달 시스템의 변화가 국내 투자부진을 초래하고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은 현재 한국경제의 문제를 온전히 드러내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재벌 대기업 중심의 기존 성장전략 자체가 양극화의 배경이 되는 현재의 산업구조를 만들어냈다. 따라서 급속한 개방과 외국자본의 국내 주식시장과 금융기관 지배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함에도 그를 이유로 재벌체제를 강화해야 한다거나 한국경제의 미래를 재벌체제에 의탁해야 한다는 논리가 수용될 수 없다.

사실의 측면에서 외국자본의 성격을 모두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투기자본으로 봐야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바로 제기된다. 한국은행 추정결과를 보면 외국투자자본에서 헤지펀드로 추정되는 것은 3% 정도이다. 문제는 투기자본의 정의이겠지만, 동일한 현상을 이렇게 다르게 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는 것.

정 교수는 “투기자본은 아니지만 이들이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이익 극대화를 행동원칙으로 삼아 벌어지는 피해”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외국인의 압력에 의해 기업의 배당성향이 높아졌는지 배당성향이 높은 기업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한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변수 간 인과관계도 뚜렷하지 않다”(임원혁·송원근)는 점,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적이나 투자행태가 매우 다양하며 평균적으로 국내 투자자들보다 주식보유기간이 오히려 더 길다”(장하성)는 점 등을 논거로 반박하고 나선다. 정 교수는 “외국자본이 국내자본을 보완하고 구조조정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에 기여한 역할이 부정될 수는 없으며 해외연기금, 뮤추얼펀드 등 대다수 장기투자자는 분명 그런 역할을 한다”며 부정적 획일화를 우려했다.

정 교수의 문제제기는 ‘재벌’에 대한 논의로 계속 이어져 장하준 등의 외국자본 지배론이 재벌과 외국자본의 대립구도를 설정함으로써 재벌을 민족자본의 위치에 올려놓은 것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특히 “재벌총수의 지배권 보호는 과도적 조치이고 궁극적으로는 주거래 은행제도, 관련사간 상호 주식소유 등을 통해 재벌총수 없는 재벌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장하준 교수의 주장이 “전혀 현실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자리창출, 사회공헌기금 등 포괄적이고 모호한 것은 어차피 중요한 문제가 아니며, 논의의 비현실성이 더욱 강화되는 것이 문제”라며 ‘대타협론’의 부정적 기능을 드러내기도 했다.

▲참여연대는 6일 38개 재벌총수일가의 주식거래 내역을 발표했다. 김상조 경제개혁센터소장(가운데)이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결론에서 정 교수는 “외국자본 지배론에서 말하는 위기는 중소기업의 위기나 경제양극화가 아니라 재벌-대기업 중심의 고투자 성장전략의 위기일 뿐”이며, 재벌이 우리 사회의 성장동력이 되지 못하는 이유는 “재벌에 대한 국가의 조종능력이 약화되었으며 낮은 요소가격 투입조건을 가능하게 했던 억압적 국내정치 및 사회통제구조는 유지불가능하게 됐다”는 점 등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의 논문은 한국경제에 대한 거시적 해석을 놓고 학계의 주요 입장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주고 있어 도움이 된다. 또한 재벌개혁론의 입장에 서 있으면서도 “시장의 규율기능 회복과 투명하고 공정한 경제행위를 위한 제도개혁을 신자유주의 개혁으로 일률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최근 정치학계를 중심으로 한 ‘민중생존권 위기론’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고 있는데, 양극화든 경제위기이든 우선 경제적 요소의 복합적 작용을 통해 충분히 설명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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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민 2006-04-12 01:24:15
논문을 너무 요약해서 쉽게 썼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관련 논자들의 취재를 거쳤다면 쟁점이 좀더 선명해지거나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을 듯한데요.
그리고 마지막에 말씀하신 국제자본에 대한 연구는
학계의 현황을 한번 조사해서 필요성을 제기하는 기사를 써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실 정건화 교수 글에서 외국자본에 대한 언급은 기관 통계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즉, 정 교수님이 직접 연구해서 파악한 내용은 아니었다는 것이죠.
아무튼 지적하신 내용 귀담아 들었습니다.

김현채 2006-04-11 18:35:04
'대기업중심 성장체제'만'이 양극화의 원인이고 '외자지배문제'는 양극화와는 별 상관없고 이 문제가 지적된 것은 그저 '다른 의도'가 있는 논리 아니냐는 식의 주장은 좀 과도한 주장같다는 인상이다.

실제로 이찬근 교수나 장하준 교수가 제기하는 문제는 '재벌'을 '민족자본'이라고 '비현실적으로' 등치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초국적 금융자본이 '특수한 자본증식논리'-양극화를 초래하는 구조조정, 기업합병을 항시화하는 주주중심 자본주의-를 국내 경제체제에서 극대화하고 확대하는 효과를 갖는 데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97년 외환위기이후 이런 효과가 증대하였다는 점, 이건 사실 아닌가?

기사만으로 판단해, 기사가 논문의 주장을 다시 과도하게 단순화했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지만, 정건화 교수의 입장은 이찬근 교수나 장하준 교수의 '재벌개혁'에 대한 입장이 대안상 '비현실적'이므로 '현실적으로 진행되고 방식과 방향의 개혁'에 올인해야 하지 않겠냐는 입장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외자의 문제가 없거나 오히려 유용한 것으로 보이는 결과를 도출했다는 임원혁 박사나 장하성 교수의 연구결과도 인용하는데, 이런 연구들이 마치 정태인 박사가 최근 FTA를 정당화하는 것으로 비판한 대외경제정책 연구원의 연구물처럼 (특히 증명을 위한 가설의 설정이나 이론적 전제에 있어서) 가치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는 가능성을 한번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다.


이찬근 교수나 장하준 교수가 이중 얼마를 놓치는 면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문제제기에 다른 이들이 놓치고 있던 어떤 중요한 부분이 없었거나 정건화 교수가 비판하듯 '진정성이 결여' 되었다면 애초 시민단체라는 정치적인 기반도 없던 그들의 목소리는 바로 묻혀졌을 것이다.

재벌개혁이 필요하지만, 현 단계에서 '어떻게' 하는게 가장 현실적으로 가능하며 후유증을 줄일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이들의 입장을 마치 '재벌개혁 손대면 외자에 다 넘어갈 것'으로 주장하는 전경련 등의 입장과 동일시하는 것은 좀 쉬운 비판 같아보여 아쉽다. 뭐 '주적'이 뭐냐에 따라서, 그런 오해(의 생산과 분배)는 어느 쪽에나 가능한 자유의 범위안에 있는 것이긴 하다.


그나마 '얼굴있는' 재벌은 개혁의 압력이나마 가능한데, 얼굴 없지만 규모와 전문성, 영향이 실상 더 큰 '외자'는 비판도 어렵다. 론스타, 외환은행 불법매각과 얽힌 '초국적인' 고위층 로비의 실타래 수사가 가능하게 된 것도 이런 분들의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국제적 수사'는 어렵게 보이지만...상대적으로 재벌연구자에 비해 '국제자본'에 대해 공부하는 '한국' 경제학자들 수도 거의 없는 형편으로 보인다...아니면 무비판적이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