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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구구식 開發’ 비판론 확산
‘주먹구구식 開發’ 비판론 확산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6.04.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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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전 교수 등 최근 논문서 지적… ‘전문가 懷疑論’도 고개 들어

최근 노무현 정부의 주먹구구식 국토개발 정책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혼란을 자초한 근본적 원인은 학자들에게 있다는 자성론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이정전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는 최근 나온 ‘환경논총’ 제43권에 발표한 ‘토지문제에 대한 4가지 패러다임’에서 “전문가들의 엇갈린 주장들은 일반 시민과 정책당국자들조차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동일한 문제를 놓고 어떻게 그렇게 달라질 수 있는지, 전문가들을 통째로 불신하기도 한다”라며 ‘전문가 불신론’이 심각하게 퍼져있음을 시사했다.  <관련기사 5면>

이 교수는 시장주의·계획주의·조지스트·맑스주의 등 4가지 패러다임이 철저하게 과학화되고, 신념화됨으로써 어떻게 도그마로 기능하고, ‘절충’보다는 상대방에게 ‘선택’을 강요하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일례로 한강의 오염에 대해 시장주의자는 환경세나 부과금으로 강하게 통제할 것을 고집하고, 계획주의자는 계획적 토지이용을 통한 간접적 통제를 더 선호한다. 이 교수는 시장주의자는 토지를 너무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취급하고, 계획주의자는 토지를 너무 “특별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개인의 합리성이냐, 아니면 공동체냐라는 세계관적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이것이 사안에 대한 합리적 분석보다는 정치나 종교의 언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자신이 속한 학문집단의 우선적 발언권을 유지하기 위한 전가의 보도로 활용하기도 한다.

양 진영으로 나뉘어 철저하게 싸우는 모습은 강명구 아주대 교수가 ‘행정논총’ 제44호에서 철저하게 해부했다. 강 교수는 ‘행정수도이전, 분권, 그리고 균형발전’에서 이른바 전문가들이 행정수도이전을 논하면서 “집권적 발상”에 목매단 정치인들의 논리와 유사하게 표면적 논리와 실제적 논리를 서로 분리하면서 힘대결을 벌였음을 분석했다.

최막중 서울대 교수(환경대학원) 또한 같은 학술지의 ‘재개발 과정에서의 소유자간 갈등에 관한 연구’에서 비슷한 인식을 보였다. 재개발 시 “동의율이라는 장치로 제도화된 집단적 의사결정방식에 따라 다수의 소유자에 의해 소수의 소유자가 심각한 경제적 충격과 곤경에 방치”돼왔음에도, 그간 학계에서는 “소수의 소유자가 경험하는 경제적 부담은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묵인해야 하는 해결불가능한 것”으로 치부해왔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에 대해 재개발 과정에서 나타나는 공통적 상황에 맞는 보상체계를 강구하거나, 재개발을 위한 동의율을 이미 확보하였더라도 추가적 동의율 확보를 인센티브 등을 통해 적극 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같은 학계의 자성론은 오늘날 전문가들이 영역별 분화를 넘어, 신념적 분화와 대립으로 심각하게 진행돼 있음을 우려케 한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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