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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이’ 세우던 이스터섬 주민들, 왜 사라졌나
‘모아이’ 세우던 이스터섬 주민들, 왜 사라졌나
  • 유무수
  • 승인 2022.10.07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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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_『환경사란 무엇인가?』 도널드 휴즈 지음 | 최용찬 옮김 | 앨피 | 254쪽

헤로도토스·투키디데스·맹자도 제기했던 환경 문제
이후 제레드 다이아몬드·레이첼 카슨 등으로 이어져

1988년 2월에 건설한 남극의 대한민국 세종과학기지의 연구원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불길한 조짐을 구체적으로 목격하고 있다. 처음 도착했을 때에는 기지 주변이 모두 얼음이었으나 지금은 모두 녹아서 맨땅이다. 날마다 빙하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기후학자 대부분은 금세기 내에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재앙으로 여섯 번째 대멸종 사태를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교수신문>에서 지난 3월에서 8월까지 6개월 동안 소개한 신간 중에서 ‘페미니즘’ 분야가 12권이었고, ‘기후/환경 위기’ 분야가 13권으로 가장 많았다. 오는 10월에 예정된 전국역사학대회의 공동주제는 현재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를 ‘환경’이라는 키워드로 바라보겠다는 취지를 담은 ‘환경과 인간’이다. 미국 덴버대 역사학과에서 강의해온 환경사학자인 도널드 휴즈 저자는 현 세기에 와서 확대되는 환경적 우려는 환경사의 필요성이 절박해지게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환경사(Environmental history)는 “인간과 자연의 상호관계를 시간을 따라 연구하는 학문”이다. 20세기 초 이전 역사학의 주제는 주로 인간 사회 내부에서 벌어지는 권력투쟁이었다. 그리하여 역사 서사의 대부분은 전쟁과 지도자들의 공적이었다. 반면 환경사학자들에게 자연과 환경의 존재는 역사를 구성하는 적극적인 힘이다. 환경사는 단순히 환경의 역사가 아니며 인간이 관계하는 측면을 포함해야 한다. 환경사는 인문학과 과학 사이에서 간(間)학문적으로 정보를 모은다. 저자가 제안하는 환경사의 주제는 “①환경적 요소가 인류사에 미치는 영향 ②인간 행위가 환경에 일으킨 변화와 그 환경변화가 인간 사회에 다시 영향을 미치는 방식 ③인류의 환경 인식 변화와 자연을 대하는 태도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 행동을 추동하는 방식”이다. 그리하여 환경사는 지구적 변화를 초래하는 중요한 환경 쟁점들에 관심을 갖게 하며, 인류가 환경문제를 일으키고 그 문제의 대응에 성공하거나 실패했던 방식의 이해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 과거에 존재한 실재적인 조건들을 조사하여 환경복원에 필요한 기준점을 제시할 수 있다.

인간이 자연환경과 맺은 관계를 의식적으로 탐구하는 환경사는 20세 후반에 시작된 비교적 최신의 학문이지만 현대 환경사가들이 제기하는 질문의 상당수는 고대 학자들이 이미 제기한 것이었다. 저작이 남아 있는 최초의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인간의 노력으로 자연환경에 발생한 부정적인 결과를 보고했다. 그리스 최고의 역사가인 투키디데스는 아테네 주위의 아티카 지역이 잠재적인 침략자들의 침략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생산성이 낮은 토양층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기원전 4세기의 맹자는 작은 나무 벌목과 소와 양을 방목하는 활동 때문에 삼림이 황폐화되는 모습을 경계했다.

 

모아이를 건립하던 이스터섬 주민들은 석상을 만드는 데 끊임없이 나무를 베어냈다. 그 결과 인구가 감소했다. 사진=위키백과 

40여 년 동안 세계사를 강의한 저자에 의하면 1980년부터 환경사 전공자들이 급증했다. 저자는 “환경사에 낯선 학부생, 대학원생, 환경사를 도구로 싶은 학자”들이 “표본이 될 만한 환경사 저자를 찾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책에서 환경사와 관련한 주요 필독서를 거의 망라하려고 노력했다. 저자는 제레드 다이아몬드를 환경사가로 언급하면서 그의 저서인 『문명의 붕괴: 과거의 위대했던 문명은 왜 몰락했는가?』에서 똑같이 폴리네시아 사회였지만 선택과 결과가 달랐던 이스터섬과 티코피아섬을 비교한 내용을 소개했다. 이스터섬 주민들은 석상건립을 위해 끊임없이 나무를 베어냈고 결국 인구 감소를 겪었다. 반면 티코피아섬 주민들은 울창한 숲을 지키려는 노력을 했고 안정적인 인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자연보존을 선택’하는 민족은 문명유지에 성공했고 ‘끊임없이 자연착취를 선택’하는 민족은 몰락의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향후 환경사의 주제는 △글로벌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인간이 지구에 가하는 압력이 증폭되게 하는 인구성장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결정에서 다국적 기업의 영향력 확대와 지방공동체의 영향력 감소 △생물다양성 위협 △자원고갈 등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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