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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_무차별적 글쓰기 교재 발간, 어떻게 봐야 하나
의견_무차별적 글쓰기 교재 발간, 어떻게 봐야 하나
  • 최장순 기자
  • 승인 2006.04.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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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백여권 출간... "쓸만한 교재 찾기 어려워"

글쓰기는 이미 하나의 화두가 되었다.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가 되었지만, 모든 이의 글이 훌륭한 것은 아니기 때문인지 글쓰기 능력 향상을 위한 여러 지침서나 교재가 쏙쏙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한 대형서점에서 글쓰기 관련 교재의 목록을 살펴보면 그 수가 무려 800여건을 웃돌 정도다. 하지만, 수많은 책들 모두 대개 엇비슷한 내용들만 제시할 뿐 독창적 설명과 구성을 찾아보기 힘들고, 그 중 솔깃한 제목을 보고 손을 뻗었다가는 낭패를 보기 일쑤다.

이병창 동아대 교수(철학과)는 "이러한 상황은 대부분의 출판물이 글쓰기를 '문장연습' 정도로만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으며, 이창우 가톨릭대 교수(철학과)는 "조직적 사고와 글쓰기가 연계되는 글쓰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아직 그러한 교육목표에 걸맞은 교재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또 임영봉 중앙대 교수(교양학부)는 "글쓰기의 목적과 가치 설정에 대한 논의가 선결되어야 하는데, 현재 글쓰기 서적들은 너무 막연하게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용성만 강조되다 보니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비판적이고 논리적인 사고가 뒷받침돼야 훌륭한 글 한 편이 나오는 것인데, 많은 글쓰기 책들이 사유와 표현을 균형 있게 다루기보다는 문장 기법이나 글쓰는 요령만을 강조하고 있어 '앙꼬빠진 찐빵'이 되었다는 지적들이다.

박정하 성균관대 교수(철학과)는 요즘의 글쓰기 책에 관해 "글을 쓰는 기술을 거시적인 글쓰기 전략과 관련지어 서술한 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라며 "단편적 기술만 제시해주는 책들은 근본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러한 지적들은 글쓰기 교재 범람현상에 대한 극단적 비판으로는 나아가지 않는다. 

정희모 연세대 교수(교양학부)는 "한국의 글쓰기 교육이 아직 시작단계에 있기 때문에 섣불리 비판하기는 곤란하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또한 그는 "담화공동체 저 마다의 언어적 합의나 규약이 있기 때문에 글쓰기 서적 역시 각 영역별로 분화시켜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하병학 가톨릭대 교수(교양학부)는 "형식적인 분야별 글쓰기 교육은 오히려 파행을 부르는 것"이라며 글쓰기는 "사고능력과 의사소통능력을 포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수형 서울대 글쓰기교실 연구원은 "현재 글쓰기 책들이 시도하는 내용 자체는 저마다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우열을 논하기 곤란하다"며 "교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의견을 준 대부분의 교수들은 "글쓰기 강의를 통해 쓰기능력을 기른다는 것이 근본적으로는 불가능하다"라는 시각에 동의하면서 해당 서적이 실제 글쓰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만  균형있게 참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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