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現 정부정책과 유사···농업없는 농촌 가능한가
現 정부정책과 유사···농업없는 농촌 가능한가
  • 윤병선 건국대
  • 승인 2006.04.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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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한국농촌개발정책의 재구성』(박진도 엮음, 한울, 443쪽, 2005)

한미FTA의 추진으로 인해 한국 농업·농촌 현실이 더욱 암담하기만 한 이때에, 박진도 교수가 엮은 ‘농촌개발정책의 재구성’(이하 재구성)은 우리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재구성’은 기존의 농촌개발정책에 대한 평가를 근거로 농촌개발정책의 재편방향과 과제를 제시하고,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농촌개발 프로그램과 정책수단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주요 선진국의 농촌개발정책을 소개함으로써 그 정책적 시사점을 찾기 위해 애쓴 흔적도 확인된다. 이처럼  ‘재구성’은 ‘한국에서 추진해 온 농촌개발정책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농촌개발정책을 제시’함으로써, ‘실천적 실용적 관점에서 농업개발정책의 재구성을 시도’하고 있다.


이 책에서 박 교수는 “환경보호 및 자연자원의 보전이 장기적으로 농촌지역의 성장 및 고용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관점에서 통합적 농촌개발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농업발전=농촌발전’ 혹은 ‘농업생산성 향상=농촌발전’이라는 좁은 틀에서 벗어나 지역적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재구성'은 농촌개발의 원칙으로 지속가능한 농촌개발을 제시하면서, “그동안의 농촌개발 지원정책이 농업부문에 편중되었고, 농촌 내 비농업부문의 경제활동에 대한 고려가 불충분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한국농업·농촌이 현재와 같은 위기상황에 이르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그동안 전개되어 온 농업소외정책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해법을 농촌개발이라는 이름 하에 ‘농촌지역의 발전에 기여하는 모든 경제활동을 지원대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크다. 이러한 주장은 농민들이 가장 거세게 저항하고 있는 한미FTA의 체결을 추진하고 있는 노무현정부의 농정패러다임에서 제시된 ‘농촌’지역에 대한 개념 확대와 큰 차이점을 발견하기 어렵다. 정부는 10년 후 농업인구를 전체인구의 2~4%로 잡으면서, 농촌거주인구는 전체인구의 20%를 계획하고 있는데, 전체인구의 16-18%에 이르는 비농업인구를 농촌지역에 거주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농촌에 거주하면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많으면 25%, 적게는 10%정도에 불과한 상황이 10년 후의 농촌의 모습으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 참여정부의 농정목표이고, 이 때문에도 노무현 정부의 농정은 ‘살농정책’, ‘농업의 안락사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농업생산성의 향상을 농촌의 발전과 동일시하는 편협한 시각에 머물러 있는 논자가 아직도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농업의 발전이 전제되지 않은 농촌발전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재구성’은 “우리나라의 농촌은 농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농업의 발전없이는 농촌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그렇지만 농업만으로는 농촌사회가 유지될 수 없고, 농촌지역사회의 발전 없이는 농업부문의 지속적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농업생산의 활성화를 통한 농가경제의 육성 및 농촌지역의 활성화를 포기한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농촌지역에서 농민의 경제활동의 다각화뿐만 아니라, 비농민의 경제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주장과 연결되면 더욱 그러하다. 물론, ‘재구성’에서 “농촌지역의 경제활동 다각화와 관련해서는 농산물의 가공 및 마케팅, 새로운 기업(특히 중소규모)의 창업, 전통산업과 농촌관광의 활성화 등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생산의 활성화가 전제되지 않은 농산물의 가공 및 마케팅이 가능할까? 농업생산의 활성화가 전제되지 않은 농촌지역의 농산물 가공과 마케팅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농업의 재생산과 관련되지 않은 농촌경관의 보존이 어떤 의미를 갖을까? 농업을 중심에 두는 농촌개발은 불가능한 것일까? 농업의 발전을 전제로 하지 않은 농촌지역의 경제활성화는 궁극적으로 농업의 존립근거 자체를 피폐화시키는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개념에서 본다면 성립불가능한 명제이다. 농업에 기반을 두지 않은 농촌개발전략은 도시지역의 확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재구성’에서 ‘농촌의 비전’으로 첫 번째 제시하고 있는 것이 ‘생활공간’으로서의 농촌이라는 사실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연히 공간으로서의 농촌은 농민들뿐만 아니라, 비농민에게 대해서도 생활공간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것이 ‘경제활동공간’으로서의 농촌보다 앞서는 비전으로 제시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하여 고민스럽지 않을 수 없다. ‘농촌은 이제 더 이상 농업만을 위한 공간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일 농업이 피폐된 가운데 그 지역 농촌경제가 활성화되어 있다면 이미 그곳은 농촌이 아니며,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도 농민이 아니다.


  농촌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농촌지역 내의 제1차 산업인 농업을 중심으로 하면서 이를 토대로 전후방연관을 갖는 가공 및 유통 등 ‘산업의 지역내 복합화’를 유기적으로 조직화함으로써 지역발전 시너지를 모아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역내 가족농들을 중심으로 한 농업경영의 조직화를 이끌어내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인재들을 조직화함으로써 민간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게 된다.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짐으로써 지역복지의 실현이 가능한 농촌사회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재구성’이 지향하고 있는 것처럼, 기존의 농정패러다임에 대한 철저한 반성에 기초하여 농촌지역의 경제활성화를 위한 지역창의력의 결집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농촌주민의 주체적이고 자율적 역량개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과 그 적용사례 등을 소개함으로써 지역의 활력을 불어넣고자 한 ‘재구성’이 시사하는 바는 이런 점에서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농업을 가슴으로 품으려고 항상 노력해 온 박 교수이기에 이번의 ‘재구성’에서 논의되지 못한 부분들도 ‘통합적’으로 다시 재구성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윤 병 선 / 건국대·경제학

필자는 건국대에서‘전후 농업공황의 변용과 국가독점자본의 역할’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논저로는 ‘국제독점자본과 한국농업’, ‘이윤에 굶주린 자들’(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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