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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사무국장에 ‘교육부 관료’ 배제한다
국립대 사무국장에 ‘교육부 관료’ 배제한다
  • 강일구
  • 승인 2022.09.2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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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총장 인사권 확대…교육부 외 다른 부처, 민간까지 개방
김상호 국교련 회장 “교육부 힘 빼기 아닌, 대학 위한 정책이어야”
교육부는 국립대 총장이 사무국장 임용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 개편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국립대 사무국장 임용에 교육부 공무원은 배제된다. 국립대 총장이 원하는 인재를 사무국장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교육부 외 다른 부처 공무원과 민간에게까지 개방한다.

교육부는 국립대 총장이 사무국장 임용에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인사 개편을 추진한다고 26일 밝혔다. 

앞으로 국공립대 총장들은 해당 대학의 사무국장을 개방형, 공모형, 부처교류형 등 다양한 방법으로 채용할 수 있다. 교육부는 인사혁신처 등 관계부처와 협의해 총장이 원하는 후보자에 대한 발굴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내부 조사를 통해 대학에서 필요한 사람을 발굴해 풀을 구성하는 방식 등으로 총장에게 선택지를 주겠다는 것이다. 또한, 대학 총장이 특정 부처와 사전에 합의할 경우 해당 인재를 임용하는 것도 가능하게 한다고 교육부는 밝혔다. 

현재, 사무국장 직위가 있는 대학은 27곳이다. 이중 고위공무원이 재직하고 있는 곳은 18곳, 3급 공무원이 있는 곳은 9곳이다. 현재 개방형이나 공모형으로 운영하는 곳은 6곳이며 공석인 곳은 5곳이다. 교육부는 현재 사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교육부 인사에 대해서는 대기발령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공무원의 국립대 사무국장 임용은 대학의 자율화를 해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이하 국교련)를 비롯해 국립대교수회는 사무국장이 대학의 현황 파악과 지원보다는 교육부 관련 사안에 민감하게 움직이고, 교직원들 또한 사무 국장의 인사권 등에 의해 길들여진다고 비판해 왔었다. 또한, 2015년 뇌물수수 혐의로 포착된 교육부 대변인이 한국교원대 사무국장직으로 발령이 나면서, 대학이 교육부 관료들의 도피처로 활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박구용 전남대 교수(철학과)는 이번 조치를 전적으로 찬성하며 후속 조치를 기대했다. 박 교수는 “현재 조치는 제도적으로 한 게 아니기에 전시적인 성격이 있다”라면서도 “앞으로 교직원의 실질적 인사권을 대학에 넘겨줘야 하고 국립대에 대한 예산의 자율성도 보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교육부 공무원도 사무국장 길 열려 있어야”

하지만 이번 전격적인 조치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김상호 국교련 상임회장은 사무국장에 대한 인사권을 국립대 총장이 갖는 것을 적극 환영하면서도 대학의 실질적 자율화까지 안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무국장은 교육철학과 교육행정에 대한 이해가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라며 “이번 조치에서 교육부 공무원만 뺄 것이 아니라, 총괄적인 선택권을 대학에 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대학을 교육기관이 아니라 공공기관처럼 생각하며 행정의 효율성과 재정의 효율성만을 생각한 인사가 사무국장으로 앉는 것에 대한 우려 표시다. 

또한, 김 상임회장은 연초에 있었던 교육부 폐지 논란을 언급하며 “이 같은 조치가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처럼 단순히 교육부의 힘을 빼기 위한 조치여선 안된다”라며 “사무국장 임용 문제 개선은 대학을 위한 정책으로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안상준 국립안동대 교수(사학과)는 해당 사안이 양면적 성격이 있다고 했다. 안 회장도 교육부 공무원의 사무국장 임명을 국립대의 자율성을 저해한다고 봤지만, 대학의 상황을 잘 파악하고 전문성이 있기에 이들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규모가 작은 대학의 경우 교육부 출신 사무국장이 총장과 협업하며 정부로부터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국가중심국공립대학교총장협의회는 대학 총장이 사무국장에 대한 평가권을 가질 것과 교육부 공무원도 사무국장이 되는 길이 열려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교육부에 지난 26일 전달했다. 교육부 공무원을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에 앉히는 것과 관련해 거점 국립대와 중소규모 국립대 간 이해가 엇갈리는 지점이 있는 것이다. 

이번 교육부 공무원의 국립대 사무국장 배제 조치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논의된 것이다. 당시 인수위는 교육부가 임명하는 관료 사무국장 제도가 대학을 통제하는 수단이라고 지적하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고한 바 있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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