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0:10 (금)
스마트 시티, 빅데이터가 감시하는 새로운 '판옵티콘'
스마트 시티, 빅데이터가 감시하는 새로운 '판옵티콘'
  • 최승우
  • 승인 2022.10.06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네이버 열린연단 ‘자유와 이성’ ⑳ 도승연 광운대 교수(인제니움학부) 

네이버 ‘열린연단’이 시즌9를 맞이해 「자유와 이성」을 주제로 총 44회 강연을 시작했다. ‘자유’를 중심으로 인간과 자연의 본성, 재난과 질병에 대한 제약과 해방 등을 역사, 정치, 철학, 과학기술 등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살펴본다. 지난지난달 27일 도승연 광운대 교수(인제니움학부)가 「자유와 근대 감시 체계」를 강연했다. 주요 내용을 요약·발췌해 소개한다. 제21강은 김응빈 연세대 교수(시스템생물학과)의 「생태계의 경쟁과 공생」, 제22강은 김대수 카이스트 교수(생명과학)의 「뇌과학에서 자유의지」, 제23강은 이재진 한양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의 「디지털 미디어의 진화와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예정돼 있다. 
자료제공=네이버문화재단
정리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푸코의 권력관은 기존의 ‘억압적·법률적·경제적’ 차원의 권력에 대한 이해로부터 벗어나게 해줬을뿐 아니라 무엇보다 ‘공간, 신체’라는 억압이 아닌 사건들의 힘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는 물질성의 차원에서 권력을 탐구하도록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제공했다.” 

‘자유, 근대, 감시’, 현실과 가장 맞닿아 있으면서도 동시에 두꺼운 의미의 깊이를 가진 주제 어들이 제시되었을 때 우리는 자연스럽게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1926~1984)의 사상에 기반하여 근대적 감시 사회의 전면을 상상하게 된다. 잘 알려졌듯이 푸코로 하여금 ‘권력의 철학자’라는 명예로운 이명과 함께 세계적 수준의 사상가로서의 발돋움하게 했던 저서가 바로 ‘자유와 근대, 감시’를 주제어로 하는 1975년에 출간된 『감시와 처벌: 감옥의 탄생』이다.

푸코 스스로도 재차 강조했듯이 자신의 연구 목적이 ‘인간을 주체로 변형시키는 대상화에 대한 것’임은 맞지만 적어도 주체화 과정에 작동하는 가장 중요한 상수가 권력의 문제인 한, 그의 연구 과정은 인간을 특정한 주체로 구성하거나 인간 스스로 자신을 구성하는 힘으로서의 권력의 속성과 작동 방식에 대한 정교화 과정과 동일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것은 권력의 작동 방식에 전제되거나 확보돼야 할 인간의 자유에 대한 문제화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푸코의 연구 목적은 단지 주체화의 문제가 아닌 주체화 과정에서 작동하는 권력과 자유의 상관관계로 보는 것이 정확한 지적일 것이다.

도승연 광운대 교수(인제니움학부)는 "계보학자로서의 푸코가 다루는 신체가 단순히 생리학적 차원의 몸이 아니라 담론의 공간 안에서 특정한 실제 공간에 의해 만들어진 신체라는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계보학적 작업은 언제나 공간과의 분투였다"라고 설명했다. 사진=네이버문화재단

『감시와 처벌』은 감옥의 탄생을 부제로 가진다. 목차는 ‘신체형, 처벌, 규율, 감옥’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첫 장은 국왕 시해에 실패한 다미엥의 고문에 대한 상세한 묘사를 통해 신체형의 잔인함을 생생히 전달하며 놀라움을 준다. 잔인한 고문을 통해 죄인의 고통을 이끌어내야만 상처받았던 군주권이 현시적으로 회복된다는 점에서 잔인함은 효과적 처벌을 이끌기 위한 필수적 조건이다.

감금형의 형벌은 휴머니즘적 가치로의 진일보, 형벌 체제의 발전으로 받아들인 세간의 평가와 달리 신체에 관한 모든 것을 지속적으로 관리, 통제하여 신체의 능력을 특정 장소에 적합한 유용함으로 생산함으로써 더 ‘잘’ 처벌하는 경제적(효율적) 방식으로 기능하는 권력 작동의 극적인 전환이었다. 즉 근대의 형벌은 감금형이 함축하는 ‘처벌의 타당성과 집행의 공정함, 사회적 선의 지향’과 같이 법률적 차원에 의존하면서 동시에 규율과 기술로서의 주체를 예속화하는 지식-권력의 차원이라는 이중적 토대를 통해 구축,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푸코의 계보학적 작업은 언제나 공간과의 분투

푸코는 주체와 지식, 권력의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와 연관된 특정 공간, 병원, 감옥, 소년감화원 등의 구체적인 물리적 공간의 생성 구조와 배치, 통제의 과정을 치밀하게 분석하는 작업가로서 유명하다. 공간이 어떻게 역사의 일부를 이루게 되었는가, 어떻게 한 사회가 권력-지식의 결합을 통해 신체에 특정한 가치를 부여하고 사회와 제도를 안정시키고 특정한 주체성을 만들어내고 있었는가의 문제를 분석한다고 했을 때 그가 실질적인 공간, 폐쇄적인 공간 분석에 몰두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계보학자로서의 푸코가 다루는 신체가 단순히 생리학적 차원의 몸이 아니라 담론의 공간 안에서 특정한 실제 공간에 의해 만들어진 신체라는 공간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계보학적 작업은 언제나 공간과의 분투였다.

푸코의 연구 목적이 일관적으로 주체화에 대한 것이었을지 몰라도 적어도 당대 지성사에 『감시와 처벌』이 끼친 푸코 효과로 한정한다면 그것은 ‘억압과 해방’의 도식으로 대표되는 마르크시즘적 권력관에 전면적으로 도전하면서 권력-지식에 관한 새로운 권력관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푸코의 권력관이 기존의 ‘억압적·법률적·경제적’차원의 권력에 대한 이해로부터 벗어나게 해주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공간, 신체’라는 억압이 아닌 사건들의 힘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는 물질성의 차원에서 권력을 탐구하도록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권력의 철학자’로서의 푸코의 위상은 이렇게 새겨진 것이었다.

시대적으로는 마르크시즘적 권력관에 대한 거부는 그것의 이론적 무능함을 체감하게 된 계기인 푸코의 68혁명의 경험과도 무관하지 않다. 역사적 발전 사관이나 국가 중심의 권력이 아닌 계급보다 앞선 각자의 차이와 그 가치를 추동하는 신체에 대한 문제들이 정치적인 문제로 부상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스마트 시티는 현대 국가 통치성의 이상을 투명하게 재현

근대의 통치성은 서구 근대 국가의 인구를 대상으로 작동하는 권력이라는 점에서 생명관리권력과 유사한 듯 보이지만 지식의 형태를 정치경제학으로, 본질적 수단을 안전장치를 취한다는 점에서 구분된다. 즉, 통치성은 인구를 중심으로 그들의 안전과 재화의 순환을 위한 권력의 힘이 우세해지는 경향성을 의미한다. 이때 안전이 우세해지는 경향성에서 고려돼야 할 요소가 금지나 억압의 경향이 아니라 최적을 위한 조절의 문제라면 이것이 현대 국가의 통치성에서 어떠한 안전 장치를 활용하는지 스마트 시티를 통해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통치성이 마치 작동하지 않는 듯, 하지만 역설적으로 통치의 대상을 더욱 세심하고 면밀한 방식에서 인도하고 조절하고 인구의 위험과 일상의 문제를 최적의 차원에서 대처할 수 있는 것이 현대 국가의 통치성의 이상이라면 스마트 시티는 이러한 현대 국가의 통치성의 이상을 투명하게 재현하고 있다. 

빅데이터, 에브리웨어, 바이오메트릭스를 통해 우리의 일상적 정보가 포획되는 스마트 시티에서의 감시는 판옵티콘적 감시와는 어떻게 다를까? 기존의 감시가 특정 시공간의 대상에 대한 활동인 반면 전자 감시 사회는 무작위적이고 무한정적으로 소멸하지 않는 데이터를 자동 축적함으로써 작동한다. 그렇다면 빅데이터라는 실체와 에브리웨어라는 환경으로부터 포획, 독점화된 데이터를 특정한 가치로 만드는 것이 특정한 방식으로 해석되고 활용된다는 점에서 그것은 언제나 사후적, 그렇기에 자동적이며 예고적인 대상화를 이끌 것이다.

푸코의 주장은 통치성 자체에 대한 부정이 아니며 대항 품행을 통한 자유, 실존, 삶의 원리에서의 정치와 윤리의 결합을 의미한다. 통치의 문제에 있어서도 푸코의 핵심적 주장은 정치가 아닌 도덕이며, 더 정확하게는 도덕을 중심으로 하는 주체의 계보학에서의 윤리, 그로부터 가능한 ‘윤리로서의 정치’로의 타진이라고 볼 수 있다.

푸코는 윤리란 도덕과는 구별되는, 즉 인간 자신의 존재와 자신이 행한바, 자신의 행실에 대한 성찰의 방식으로서의 ‘자유를 상정하는 사려 깊은 형식’이라고 지칭한다. 따라서 이 윤리라는 이름의 성찰적 태도가 목표하는 비판의 대상은 현대의 통치성에서도 면면히 계보를 추적 할 수 있는 주체화의 방식을 향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