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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인류세’ 사라진다…생태계 안전선은 1.5도씨
이러다가 ‘인류세’ 사라진다…생태계 안전선은 1.5도씨
  • 유무수
  • 승인 2022.09.30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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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_『브레이킹 바운더리스』 요한 록스트룀·오웬 가프니 지음 | 전병옥 옮김 | 사이언스북스 | 416쪽
『인류세의 인문학』 캐럴린 머천트 지음 | 우석영 옮김 | 동아시아 | 292쪽

“성장 제일주의를 추구한 결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급증으로 인한 기후위기이다.
기후위기에 대처할 정책 수립에 큰 제약요소가 되는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이다.
평균기온 2도씨 상승을 넘기면 지구는 여섯 번째 대멸종으로 돌진한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연구에 의하면 지난 9월 초 제주와 영남지역을 강타한 태풍 ‘힌남노’는 앞으로 한반도 전역에서 겪을 기후재앙의 가벼운 예고편이다. 

‘글로벌 지속가능성’을 연구하는 요한 록스트룀과 오웬 가프니는 『브레이킹 바운더리스』에서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발견한 ‘지구위험 한계선’ 9개 중에서 이미 4개가 티핑 포인트(임계점)을 넘어섰다고 경고했다. 하나의 티핑 포인트가 무너지면 다른 티핑 포인트도 더욱 취약해지는 도미노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에코 페미니스트 철학자이자 과학사가인 캐럴린 머천트는 『인류세의 인문학』에서 생활의 터전을 잃고 있는 이누이트(Inuit) 마을 주민들의 비극을 소개했다. 화석연료를 태우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문명이 초래한 지구온난화의 여파에 의해 마을 해안선이 녹아 떠내려가는 바람에 그들은 불가피하게 내륙 안쪽으로 이주하고 있다. 그들의 식량원인 북극의 생물종들이 멸종 위기로 내몰리는 것에 비례해서 그들이 기아와 파산에 직면할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홀로세에서 인류세로 진입, 재앙일까

기후가 너무 덥지도 않고 너무 춥지도 않은 골디락스 영역을 벗어나지 않게 조절된 ‘홀로세’라는 지질시대에 접어들면서 인류는 농사를 짓고 문명을 건설할 수 있었다. 지난 300만 년 동안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빙하기에 170피피엠, 간빙기에 280피피엠이었다. 지구는 10년 전 대기 이산화탄소 적정선인 350피피엠을 넘어섰고 2019년에는 415피피엠이다. 이산화탄소는 지구의 열을 묶어 두는 강력한 온실기체이기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적정선을 넘어서면 지구의 평균기온이 상승하게 된다.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혁명 전과 비교하여 1.1도씨 증가했으며, 10년마다 약 0.2도씨만큼 올라가는 중이다. 이 추세가 유지되면 몇 십 년 후 지구의 기온은 2도씨 상승하게 되며, 이는 지구가 지난 270만 년 동안 경험하지 못한 수치다. 지구과학자들은 이미 홀로세는 끝났으며 인류의 문명이 지구를 바꿀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다는 의미로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시대에 돌입했다고 선언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넷이 1934년에 GDP를 처음 제안하면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담을 수 없다는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1940년대 이후 GDP의 성장은 한 국가의 성공을 상징하는 중요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 또한 애덤 스미스, 존 케인스, 밀턴 프리드만 등의 경제학자에 의해 시장경제와 자유무역,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승자독식 경쟁주의 등의 자본주의 체제가 확산됐다. 화석연료를 태우며 성장 제일주의를 추구한 결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급증으로 인한 기후위기이고, 기후위기에 대처할 정책 수립에 큰 제약요소가 되는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이다.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발견한 ‘지구위험 한계선’ 9개(△기후변화 △신물질 △성층권 오존층 △대기중 에어로졸 농도 △해양 산성화 △생물-지구 화학적 순환 △담수 사용량 △토지 사용량 △생물권 보전) 중에서 2015년에 이미 ‘기후변화, 생물권보전, 토지사용의 변화, 생물-지구 화학적 순환’ 등의 항목이 상당히 취약한 상태였다. 

약 5억4천만 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 이후 총 다섯 번의 대멸종 사태 중에서 2억5천만 년 전의 가장 심각한 대멸종 사태의 원인은 화산폭발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분출이었다. 이 기간 동안 바다 생물 96퍼센트가 소멸했고, 육지생물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산업혁명 이전 대비 1.1도씨 상승한 현재 지구는 이미 예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가뭄, 폭염, 산호초 소멸, 극지방 빙하 녹아내림, 해수면 상승 등 불길한 조짐을 계속 나타내고 있다. 요한 록스트룀 등은 과학자들이 생태계 안전선으로 제시하는 온도인 1.5도씨 선을 넘지 않으려면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퍼센트 이하로 줄여야 하며, 남은 50퍼센트도 2040년까지 모두 줄여야 한다고 반복 강조했다. 1.5도씨 시나리오에도 이상기후 현상에 대처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 0.5도씨를 더해 2도씨 시나리오를 예상한다면 인류는 여섯 번째 대멸종 사태로 돌진하게 된다.   

 

화석연료 세금에 ‘노란 조끼’로 저항

『브레이킹 바운더리스』의 저자들은 과학자들의 한계는 “최적의 결정을 도와주는” 가이드라인을 제안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변화와 위기에 대응하는 “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인들의 몫”이다. 또한 정치인의 결정은 시민들의 각성과 사회적 합의에 달렸다. 2017년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해 화석연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시도했다. 디젤가격이 폭등하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큰 부담이 됐고 결국 2018년에 ‘노란 조끼’ 운동으로 노동계급의 불만이 강력하게 표출됐고 마크롱은 한 발 물러서야 했다. 

누가 시민들을 각성시키고 환경의제로 소통의 에너지가 흐르게 할 수 있을 것인가. 캐럴린 머천트는 『인류세의 인문학』의 서문에서 21세기 환경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구현하는 과업에 개인과 정부기관, 지역사회가 참여하도록 하려면 과학자의 연구뿐 아니라, 인문학의 통찰 또한 그에 못지않게 긴요하다”고 역설했다. 자연이란 무엇인가, 지구온난화 시대에 인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향후 인류는 어떤 식으로 기술을 사용해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게 될까? 『인류세의 인문학』은 ‘역사, 예술, 문학, 종교, 철학, 윤리와 정의’의 관점에서 인류세와 지속가능한 새 시대로의 전환에 대해 성찰한다. 

 

지구의 온도가 2도씨 상승하면 인류는 멸종에 직면할 수 있다.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과학뿐만 아니라 인문학과 예술 등 모든 분야가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협력해야 한다. 사진=픽사베이

1780년대에 제임스 와트가 발명한 증기기관은 화석연료를 태웠다. 증기기관은 기차와 공장과 산업화 시대의 기초를 다지면서 이산화탄소를 공중으로 마구 토해냈고 그 결과는 지구온난화였다. 19세기 후반기의 미국 미술계에는 증기기관이 자연을 나쁜 쪽으로 변형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담았다. 앤드루 멜로즈는 1867년 작품에서 기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이 비취는 선로를 막 뛰어서 도망치는 사슴의 모습을 그렸다. 선로 주변의 나무들도 벌목으로 쓰러져 있다. 사슴은 어디로 도망칠 수 있을까? 그림을 감상하는 사람은 질문하게 된다. 인류는 도망칠 수 있을까? 저자에 의하면 이것이 대중을 일깨우는 데 생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이미지의 힘이다. 

시와 소설도 인류세 시대의 여러 면을 반영하며 긴요성을 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인류세 시대의 철학은 “세계는 무엇으로 구성되고, 변화는 어떻게 일어나며, 우리는 어떻게 알며,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탄소배출을 반으로 줄여야 한다면 모든 국가가 똑같이 반으로 줄여야 할까? 산업혁명 이후 이산화탄소를 지구의 대기에 배출하면서 이익을 압도적으로 챙긴 나라는 선진국들이다. 어떤 국가는 이익을 얻고 부국이 되었고, 다른 국가는 착취당하고 가난해졌다. 이제 막 개발도상국에 접어든 나라에 똑같은 비중으로 탄소배출량을 제약하며 계속 가난한 상태에 머물러 있으라고 요구하는 것에 공정한 설득력이 있는가. 캐럴린 머천트에 의하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정책은 물리학, 생명과학, 정치학, 경제학, 심리학의 이슈와 얽혀 있으며 특히 인문학 중에서 윤리학의 성찰이 매우 중요하다.

 

남극 오존층 구멍 해결에 세계가 함께 대응

『브레이킹 바운더리스』의 저자들은 환경위기를 국제적인 협력으로 해결한 사례를 소개했다. 1983년 남극 하늘에서 오존층의 큰 구멍을 발견한 후 세계 각국은 문제해결에 협조했고, 1988∼1998년에 문제의 원인이 되는 화학물질 사용은 57퍼센트 이상 감소했다. 2060년에는 완전 회복이 전망된다. 이는 ‘문명발전→환경변화 야기→이를 발견한 과학자의 대응책 제시→정치가들에 의해 신속·광범위한 확산→문제해결’의 성공적인 사례였다. 

이제 인류는 에너지, 식량, 불평등, 도시화, 인구와 건강, 기술 등의 분야에서 지구 환경을 복원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전환을 이루는 문제해결을 이루어야 한다. 현재의 화석연료 중심산업을 대체할 혁신적 산업을 키워야 하고 이를 뒷받침할 기술혁신도 필요하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숲을 가꾸는 노력은 2050년까지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1.5도씨 목표의 기초를 다지는 데 필수다. 개인의 식단을 지구 환경과 문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조정하는 것(예: 채식 위주에 가끔 육류 섭취하는 플랙시테리언)과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도 도움이 된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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