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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논평: 3.16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읽고
교수논평: 3.16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읽고
  • 서보혁 한신대
  • 승인 2006.03.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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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 강경노선 천명…6자회담엔 의미 부여

▲서보혁 박사 ©
3월 16일(미국 동부 시각)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2002년 첫 보고서 이후 두 번째로 발표되었다. 이 보고서는 부시정부가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은 이라크를 침공해 제2의 베트남전을 자초하고 있다. 평화적 해결을 공언했던 북핵 문제는 여전히 해결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고, 이란 핵문제에 대해서도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내고 있다. 보고서는 인간의 존엄성 보호, 테러리즘으로부터 동맹국 보호, 대량살상무기 공격으로부터의 방어, 미국의 국가안보 기구 개편 등 9가지 과제를 제시하고 있지만, 그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을 감안할 때 그 효과는 아직 미지수이다.

이번 보고서는 아프카니스탄, 이라크 등 부시정부가 자랑하고 있는 반테러 전쟁의 성과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지 않는 가운데 군사전략의 변환과 함께 민주주의와 자유의 확산을 강조하고 있다는 데 그 특징이 있다. ‘인간의 존엄성 증진’을 목표로 하는 부시의 반테러전쟁은 이 보고서에서 종교전쟁이 아니라 이념전쟁으로 제시되고 있다. 부시정부는 아프간과 이라크의 ‘폭정 종식’으로 민주주의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양국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로 민간정부가 수립되었음에도 민간인 학살 등 내전에 가까운 갈등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부시정부의 주관적 판단은 객관적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부시정부는 ‘폭정 종식’과 ‘효과적 민주주의 증진’을 두 가지 목표로 제시하고 있으나, ‘목표에서 원칙적 태도와 수단에 있어서 실용적 태도’에서 말하는 ‘민주주의 증진’을 위한 관련국의 역사, 문화, 관습상의 독특성을 존중한다는 언명은 구체적인 내용으로 제시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부시정부가 말하는 민주주의와 자유의 기준은 종교의 자유, 여성의 권리 등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이는 이슬람권 국가들의 반미주의 약화를 겨냥한 언술일 뿐만 아니라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침공에 대한 부작용을 은폐하고 있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부시정부는 테러리즘의 원인으로 가난, 미국에 대한 적대감 등이 아니라 정치적 소외, 증오, 음모와 잘못된 정보, 살인에 대한 정당화 등 복합적 요인을 꼽고 있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은 시민적 자유에 기초한 미국식 민주주의 증진이라는 단순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한편, 북한과 관련하여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북핵문제를 ‘심각한 도전’으로 주장하면서도 위폐 및 마약 판매, 미사일 위협 등 폭넓은 범위에서 북한문제를 언급하고 있는데, 이는 부시행정부가 적대적 대북 인식을 유지하면서도 대북정책 우선순위를 기존의 핵문제 해결 중심에서 위폐, 마약, 인권 등 타 사안들도 병행해서 제기할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2002년 보고서는 미국 국가이익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국가를 먼저 핵공격할 수 있다는, 이른바 선제공격 독트린을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번 보고서는 이를 재확인하고 있다. 대량살상무기를 가진 테러집단의 공격에 대해서는 자위의 원칙에 따라서 적으로부터의 공격 장소와 시간의 불확실성에 구애받지 않고 선제 무력공격을 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에서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 침략에 대한 부작용을 인정하지 않는 부시정부의 오만을 읽을 수 있다. 부시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이란,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고이기도 하나, 체제 보전을 일차적 관심사로 하고 있는 양국의 입장을 고려할 때 부시정부의 전략이 관철될지는 의문이다. 이 보고서가 발표되는 날 ‘워싱턴포스트’지는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지 못한 부시정부의 실책으로 이번 ‘국가안보전략’의 선제공격 독트린의 신뢰성에 의문이 있고 그 공백을 민주주의 확산이라는 이념으로 채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이번 보고서는 북한에 대해 “국제적인 의무를 위반하면서 소형 핵무기와 불법적인 핵프로그램을 내세우며 동북아지역을 계속 불안하게 하고 국제사회에 도전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북한을 이란과 함께 ‘심각한 핵확산 도전세력’으로 평가한다. 그러면서도 보고서는 6자회담을 통한 북한의 핵포기 노력을 긍정 평가하면서 이같은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시사하였다.

또 작년 9월 19일, 제4차 6자회담 참여국들이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아시아에서의 안보협력을 증진하는 방안을 모색키로 합의했다”고 소개하며 6자회담의 성과를 언급했다. 이는 미국이 북핵사태에 관해서는 이란과 달리 일단 6자회담을 통한 외교적 해결을 선호하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다만, 보고서는 “북한 정권의 나쁜 행동이 야기하는 효과에 맞서 국가적, 경제적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계속 취해 나갈 것”이라는 경고를 잊지 않고 있다. 북한과 관련해 이번 보고서가 갖는 특징은 부시정부가 북핵문제에만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니라 위조 달러·마약·미사일 제조 및 판매 등을 거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북핵사태의 우선적 해결에서 다양한 북한 이슈를 동시에 거론하면서 북한의 운신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될 수 있다.

이는 부시정부가 김정일정부에 대한 강한 불신과 정권 변환(transformation)을 추구하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보고서는 “북한 정권은 이런 정책을 바꾸고, 정치 시스템을 개방하며 주민들에게 자유를 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부시정부의 금번 보고서는 한미간 ‘전략적 유연성’을 합의한 상황에서 제출되어 중국과 국내 평화운동단체의 반발을 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한의 반발도 예상돼 향후 한반도 평화정착 과정에서 큰 해결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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