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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차 당대회 앞두고 발표된 ‘폐관쇄국’ 논문
20차 당대회 앞두고 발표된 ‘폐관쇄국’ 논문
  • 조대호
  • 승인 2022.09.26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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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학은 지금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얼마 전 중국 역사연구원의 『역사연구』에는  「명청시기 “폐관쇄국” 문제신담(明清時期“閉關鎖國”問題新談)」이란 논문 한편이 실렸다. 논문의 내용은 종래의 관점을 부정하거나 새로운 사료를 발견해 특출난 가설을 제기한 것도 아니 었고 사실상 내용이며 결론도 이전 학자 들의 논점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신담 (新談)’ 즉 말 그대로 새롭게 다시 과거와 현재의 주장들을 정리해 이야기한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 왜 이 논문은 학술계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까지 널리 알려져 대단히 주목받고 있으며 중국정부는 본 논문에 인용된 일부 논문들을 돌연히 비공개로 설정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왜 읽지 못하게 하였을까?

논문의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면 명청시기 봉건왕조가 외국과 수교를 하지 않고 나라의 문을 닫았던 정책을 반드시 부정적으로만 평가할 수 없다는 논지였다. 이와 같은 입장은 이전에도 주장돼 왔었던 것이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폐관쇄국 정책은 우 리나라로 치면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책(혹은 통상수교거부정책)이 여기에 상응 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중국과 한국 사학계는 이구동성으로 폐관정책이 득보다 실이 더 많았던 것으로 역사적 결론을 내리고 있다.

봉건왕조의  폐관정책에  긍정적으로 평가를 내리고 있었던 1950년대 중국 대륙은 서방의 자유세계와는 거의 단절하고 공산진영과만 교류하고 있었다. 학자들은 새로운 공산당 정권에 눈치를 보아야했고 여기에 대대적으로 호응하며 청말민초부터 제기되어왔던 폐관 정책에 비판하는 입장을 뒤엎기 시작했다. 물론, 완전히 정권에 아부하기보다는 이들에게도 견실한 주장과 역사적 근거가 있었기에 이 같은 입장을 취한 것 이었다. 모택동이 사망한 이후 1979년 3월 13 일 <인민일보>에는 저명한 청대 역사학자로 알려진 대일(戴逸)이 「폐관정책적적역사적교훈」(閉關政策的歷史敎訓)을 발표했다. 그는 필자의 학과 교수이자 청사연구소 소장을 맡고 국가로부터 청사편찬 임무를 받은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학자 중 한명이면서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폴리페서’이기도 하다.

상기 논문이 발표된 시기는 공교롭게 등소평의 개혁개방이 시작할 무렵이었다. 주된 내용은 폐관정책의 부정적인 요소들을 지적하고 외국과 통상해야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으로 마치 등소평의 개혁개방에 힘을 힘껏 실어주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사실 대일(戴逸)은 모택동 시대 호승(胡繩)과 같이 마르크스주의 역사관을 가지고 역사의 동력 을 계급투쟁에서 찾은 인물로 폐관정책은 제국주의 열강의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보위하기 위한 자구책이었다고 주장 한 바 있다.

갑작스레 등장해 학술계를 들쑤셔 놓은 이 논문은 대단히 정치적인 성격을 지니고 발표됐다고 볼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을 제외한 세계는 점차 코로나 이전의 생활로 돌아가는 중이다. 중국만이 여전히 봉쇄를 유지하며 확진자 숫자 0에 매달리고 있다. 코로나 봉쇄를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한다고 보는 중국, 이는 앞서 폐관정책이 봉건왕조와 천조의 백성들을 위함이었다는 논지와 매우 일치하고 있다. 

중국은 약 한 달 후,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를 개최한다. 많은 이들이 방역 정책이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또 학수고대한다. 확실한 것은 코로나 발생 이후 중국은 천천히 방역 정책을 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20차 당대회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 왜 이와 같은 논문이 발표되었는지 혹시 그동안 대대적으로 쥐어짜고 숨 막혔던 방역 정책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인지? 나는 이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조대호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

중국인민대학 역사학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시베리아지역 화교와 한인 공산주의자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근현대사가 전공이다. 주요 연구내용으로는 중국공산당사, 국제공산주의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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