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20:40 (토)
“적정규모화 보조금 조금 받겠다고 구조조정할 수 없어”
“적정규모화 보조금 조금 받겠다고 구조조정할 수 없어”
  • 강일구
  • 승인 2022.09.27 09: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적정규모화, 수도권은 참여 저조…지방대는 불만족
대학 기획처장이 말하는 ‘적정규모화’
적정규모화 계획에 참여하지 않은 대학의 기획처장들은 적정규모화의 조건이 너무 높다고 밝혔다. 반면 적정규모화에 참여해 상당한 지원금을 받은 대학의 기획처장들은 지원금을 자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교육부의 적정규모화를 통한 정원감축 유도에 큰 효과가 없었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적정규모화에 따른 지원 방식도 합리적이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학교육연구소(이하 대교연)는 지난 15일 수도권 대학의 적정규모화가 지방대에 비해 충분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적정규모화 전체 대상 대학은 233곳이었지만 참여대학은 96곳이었고, 수도권의 경우 감축 대상 대학은 84곳이었지만 22곳만 참여했다. 

충청권은 대상 대학 40곳 중 23곳, 호남제주권은 36곳 중 17곳, 대경강경권은 36곳 중 15곳, 부울경권은 47곳 중 19곳이 참여했다. 수도권보다 지방대의 참여가 월등히 높았던 것이다. 대교연은 “미충원 대부분이 지방대와 전문대의 몫이었음을 감안하면, 정부 정책에도 불구하고 2025년 이후 지방대 미충원 문제 해소에 역부족이다”라며 수도권 대학의 자발적 감축 유도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적정규모화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참여는 했지만 지원금을 적게 받은 지방대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지방대도 적정규모화를 만족스러워 하지는 않았다. 적정규모화에 참여하지 않은 강원지역 한 사립대의 A기획처장은 “정원을 줄이면 학내 구조조정을 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구성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우리 학교는 신입생과 재학생 충원율이 그동안 나쁘지 않았다”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적은 보조금을 받겠다고 구조조정을 하면 내부에서 더 큰 갈등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적정규모화에 참여하지 않은 충청지역 사립대 B기획처장은 지원금을 받기 위한 교육부의 기준이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2년 전 모집 때는 미충원이 있었으나, 지난해 모집 때는 정원을 다 채웠다.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적정규모화를 해서 받는 지원금이 1년치 등록금밖에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성원 간 교육부로부터 일회성 지원금을 받고 노력을 안 하는 것보다는, 노력을 더 해보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적정규모화를 통해 지원금을 받은 사립대 C기획처장은 액수가 너무 적은 것에 대해 토로했다. 4억 원 정도의 지원금을 예상했던 C기획처장은 지원금이 이에 못 미치자 “이 정도 금액이면 특성화는 힘들다”라며 “지원금을 적게 받은 대학의 기획처장들 사이에 ‘이런 정도라면 적정규모화를 하지 않는 게 더 나은 판단이지 않았나’라는 이야기가 오간다”라고 말했다. 

이상일 전국대학기획처장협의회 회장(목포대)은 이번 교육부의 적정규모화 지원금 배분 방식에 대해 “적정규모화에 혜택을 받은 대학들은 적정규모화를 잘 했다기보다 시기적으로 잘 활용했다”라며 “그간 입학정원을 꾸준히 줄여왔던 대학은 이번 지원금 지급 기준에 못 미쳐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했거나 신청도 하지 않았다. 시기가 맞아 한꺼번에 줄인 대학들이 많이 받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1천400억 원이 적은 돈은 아니지만, 예산이 적절하게 분배되는 것은 다른 것”이라며 “이번에 참여대학이 많지 않았던 것도 이 같은 이유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적정규모화 지원금은 2021년 미충원(정원 내) 규모 대비 90% 이상의 적정규모화 계획을 수립한 대학이 받을 수 있었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준에 미달돼 지원을 받지 못하는 대학들은 유지충원율 점검을 할 때 고려를 해서 정원감축분으로 인정을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지원금, 구조조정·시설유지 등에 쓸 수 있어야”

적정규모화 지원금을 많이 받는 대학은 지원금 사용처를 교육부가 제한하지 않기를 요구하고 있다. 부울경권 D기획처장은 “교육부가 적정규모화 관련 사전 협의 때 용도를 완화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이번 지원금은 대학혁신지원사업비처럼 우리가 사업을 신청해 따낸 것이 아니기에 교비처럼 필요한 곳에 쓸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B처장은 “등록금 수입 감소 등으로 수입이 줄어 시설 노후화와 직원들의 임금을 주는 데 문제가 크다”라며 “지원금의 용도를 제한하면 곤란하다”라고 말했다.

호남제주권 E기획처장 또한 “학생정원을 줄이면 폐과나 학과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해당 학과의 교수는 명예퇴직을 할 수도 있다”라며 “적정규모화가 학사 구조조정과 연관된 것이니 지원금을 보다 폭넓헤 활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강일구 기자 onenine@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