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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엄과 신뢰'의 공직자, 부국유민을 꿈꾸다
'위엄과 신뢰'의 공직자, 부국유민을 꿈꾸다
  • 황병기
  • 승인 2022.09.23 09: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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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역사로 본 21세기 공공리더십 ㉗_황병기 서경대 동양학과 특임교수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대표적인 유학자, 실학자였던 정약용의 초상화다. 사진=나무위키

과거 전통사회의 신분제와는 달리 오늘날은 누구나 관리가 될 수 있고 누구나 정치가가 될 수 있지만, 영도하는 사람과 영도되는 사람으로 구분되는 것은 한결같다. 리더는 최고위의 영도자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두 사람만 모여도 리더와 팔로워가 존재한다.

이 관계는 늘 존재하기도 하고, 사안에 따라 그 관계가 뒤바뀌기도 한다. 리더는 다른 사람보다 앞서서 결정하고 실천하는 사람이다. 공직자는 이런 의미에서 넓게 리더로 재해석할 수 있다. 

정약용이 말하는 리더는 개인 사이의 분쟁의 조정자로 등장한다. 한 마을의 분쟁의 조정자가 마을의 이정(里正)이 되고, 이정부터 일정 규모의 조직까지는 리더를 직접 추대로 뽑고, 그 규모 이상의 조직은 간접 추대로 뽑는다.

그러나 실제로 역사의 무대에서 정약용의 방식대로 리더가 선출된 적은 동서고금에 없다. 주목할 것은 통치자가 분쟁의 조정자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분쟁은 충돌과 갈등, 폭력을 수반한다. 평화를 갈등 없는 상태, 폭력 없는 상태로 규정한다면, 결국 지도자는 분쟁의 조정자이자 평화의 수호자인 것이다. 

정약용의 대표서 목민심서 리더십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시공간의 장악이다. 리더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상황파악과 정보수집이다.

시간표 작성은 곧 시간을 장악하는 것이다. 일을 잘 아는 체하고 아랫사람에게 묻기를 부끄러워해 두리뭉실 의심스러운 것을 그냥 삼킨 채 다만 문서 끝에 서명하는 것만 착실히 하다가는 조직을 장악할 수 없다.

리더는 업무의 시간표를 만들어 반드시 스스로 어기지 않아야 하며, 팔로워에게도 기한을 철저히 지킬 것을 엄히 단속해야 한다.

또한 지도를 그리는 것은 공간을 장악하는 것이다. 정약용은 지도에 부임지의 강줄기와 산맥은 실제와 똑같게 그리게 하고, 동서남북의 방위를 표시하게 했으며, 이름과 거리, 인구를 모두 적시하게 했고, 큰길과 작은 길, 다리, 나루터, 고개, 정자, 객점, 사찰 등을 모두 그리도록 했다.

게다가 이 지도는 아주 상세할 필요가 있다. 『목민심서』 리더십의 또 하나의 핵심은 바로 신뢰와 위엄이다. 

“사람들을 통솔하는 방법은 위엄과 신뢰일 뿐이다. 위엄은 청렴에서 나오고 신뢰는 충실함에서 나오니, 충실하고도 청렴할 수 있다면 사람들을 통솔할 수 있다.” 

정약용은 리더가 지녀야 할 덕목으로 위엄과 신뢰를 들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위엄이 청렴에서 나오고 신뢰는 충실함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청렴은 리더의 의무이며, 모든 선의 원천이자 모든 덕의 근본이다. 청렴하지 않고 리더가 될 수 있는 자는 없다.

청렴한 사람(淸士)은 지나가는 곳마다 숲과 샘과 돌까지도 모두 맑은 빛을 띨 것이라고 하였다. 또한 신뢰는 약속을 지키는 데서 얻어진다. 리더는 신뢰를 생명처럼 여겨야 한다.

신뢰는 어디에서 오는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사심을 부려서는 안 되며, 언제나 공명정대해야 한다. 이렇게 리더십은 청렴에서 드러나는 위엄과 충실함에서 드러나는 신뢰의 결합을 통해 완성된다. 

리더로서 시공간을 장악하는 것과 위엄과 신뢰를 갖추는 것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리더의 목표가 돼야 할 것은 부국유민(富國裕民)이다.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민생을 넉넉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목민심서』에서 강조하는 청렴은 절검절약을 말하는 것이지만, 절검절약의 목적은 바로 나라를 강하게 하고 민생을 넉넉하게 하는 것이다. 모든 공직으로서의 리더는 청렴의 자세로 부국유민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대한민국은 대선을 치렀다. 리더의 위엄은 스스로의 위압적인 자세나 행사가능한 강제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신뢰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리더들은 위엄을 갖추고 있는가, 신뢰를 얻고 있는가? 국민에게 한 약속을 당연한 듯 여반장으로 여기고, 장악력을 행사해 위엄을 갖추려고 하는 리더들은 곧 신뢰를 잃고 위엄을 빼앗기게 될 것이다.

민주사회의 정권은 정치역학의 추세에 따라 바뀌는 경향이 있다. 새 리더들이 국민의 신뢰를 통해 위엄을 얻게 된다면 국민에게는 행복이 될 것이다.

 

황병기 서경대 동양학과 특임교수
연세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 『정약용의 주역철학(연세국학총서96)』(2014), 『공자혁명: 2000년 전의 유교, 현대 교육에 메스를 대다』(공저, 2015) 등이 있고, 역서로 『역주 대학공의 대학강의 소학지언 심경밀험』(공역, 2014) 등이 있으며, 「여헌 장현광의 도맥과 퇴계학 전승의 문제」(2016)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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