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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모디 정권에서 혐오 표현은 개인의 일탈인가 정치적 노림수인가
[글로컬 오디세이] 모디 정권에서 혐오 표현은 개인의 일탈인가 정치적 노림수인가
  • 이지현
  • 승인 2022.09.21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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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_이지현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HK연구교수 
2002년 구즈라뜨 폭동으로 불타고 있는 건물의 모습이다. 사진=위키피디아

일반적으로 혐오 표현은 ‘인종, 종교, 성별 또는 성적 취향과 같은 것에 근거해 개인이나 그룹에 대한 증오를 표현하거나 폭력을 조장하는 공개적 연설’로 정의되고 있다. 인도에서 역시 많은 민족 및 종교 공동체 간의 불화를 조장하는 것을 혐오 표현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종교, 민족, 출생지, 거주지, 언어, 카스트 또는 기타 모든 근거로’ 처벌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혐오 표현의 문제는 최근 몇 년간 가속화되고 있다. 미디어 환경이 변화하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혐오 표현이 증폭되고 있는 추세이다.

국가범죄기록위원회(National Crime Records Bureau)에 따르면 모디 정권이 들어선 2014년부터 2020년 사이 형법(Indian Penal Code) 153A 절, 즉 각기 다른 집단 사이에 종교, 민족, 출생지, 거주지, 언어, 카스트 등 사이에 적대감을 조장하는 것을 근거로 기소된 사건은 대략 500%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328건이었던 혐오 표현은 2020년 1천804건으로 급증했다.

2020년 따밀나두에서 가장 많은 수인 303건, 웃따르 쁘라데시 243건, 뗄렝가나 151건, 아삼 147건 그리고 안드라 쁘라데시는 142건을 기록했다.

이와 유사한 법률인 153B절(다른 종교, 민족, 언어 간의 조화 유지에 위해를 끼치는 행위에 대한 처벌)에 해당하는 범죄 역시 2014년 13건이었던데 비해 2020년은 82건으로 6배 증가했으며, 혐오 표현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는 2016년 15.3%였으나 2020년에는 20.4%로 늘어났다. 

혐오 표현은 지배계급이나 특정 집단이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주장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며, 곧 사회의 구조적 폭력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혐오 표현은 오늘날 인도가 분열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모디 총리가 과거 구즈라뜨 주총리로 재임하던 시기 그의 발언은 힌두와 무슬림의 갈등을 촉발시켰다. 

2002년 구즈라뜨에서 벌어진 힌두와 무슬림 간의 폭력 사태에 대해 “개가 차 바퀴 아래로 들어가더라도 고통스럽다”라며 무슬림 희생자를 강아지에 비유하기도 하였고, 2015년 비하르 의회 선거와 관련해 모디 총리는 "특정 집단에 혜택을 주기 위해 할당량을 줄이려는 경우 목숨을 걸겠다"라며 무슬림에 대한 어떠한 혜택도 약속하지 않았다. 

총리가 된 이후 모디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신중을 기했으나, 모디 총리의 암묵적 동의를 기반으로 웃따르 쁘라데시의 요기 아디따나트 주총리와 같은 BJP(Bhartiya Janta Party) 정치 지도자들은 혐오 표현을 숨기지 않았다. 덕분에 BJP는 힌두 민족주의 아래 결집해 선거를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모디 총리의 힌두 민족주의 정부가 집권한 이후 이러한 발언이 증가했고, 결국 혐오 표현의 대상자들을 공적 공간 밖으로 밀어내어 주변부에 서게 만들었다.

Act Now for Harmony and Democracy(ANHAD)에서 Hate Grips Nation이라는 최근 보고서에 인도에서 증가하는 혐오 표현과 증오 범죄 사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무슬림(73.3%)과 기독교(26.7%) 집단에 대한 혐오 범죄가 급증하고 있으며 특히, 무슬림에 대한 증오심을 조장하는 것은 혐오주의자들만이 아니라 집권당인 BJP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실제 모디 정권의 장관을 포함해 다수의 BJP 지도자들이 혐오 표현으로 고발당했으며, 이슬람 여성을 강간하겠다고 나서는 힌두 사제가 등장했고, 극우 힌두 지지자들은 무슬림 상점을 보이콧하거나 기도 장소를 폐쇄하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교회를 공격하기도 했다.  

이러한 혐오 표현의 결과로 자행되는 폭력은 법의 권위를 훼손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를 퇴행시키는 것이기도 하다. 국제 보고서와 정치학자들은 인도가 ‘민족 민주주의’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할 만큼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인도에서 혐오 표현은 개인의 일탈이라고 보기에는 그 범주를 넘어서 정치적 메시지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표방하고 있는 인도에서 진정으로 다양성을 인정하고 통합의 길을 걷기 위해서 혐오 표현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지현 한국외대 인도연구소 HK연구교수 
인도 자와할랄 네루대에서 힌디어 번역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외대 글로벌 캠퍼스 인도학과에 출강하고 있다. 힌디어와 힌디어 문학을 연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인도의 수수께끼: 아미르 쿠스로(2019)』, 『인도 언어 지도(2020)』, 『인도 대전환의 실체와 도전: 신화와 현실(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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