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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 가는군요
이 편지는 제주도로 가는데, 저는 못 가는군요
  • 최승우
  • 승인 2022.09.16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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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한영인 지음 | 안온북스 | 452쪽

좋은 소설과 좋은 작가는 좋은 삶을 보여줄 수 있는가

문학작품은 학습하거나 연구할 대상이기보다
일단 즐김의 대상입니다.
문학의 공간은 나의 느낌이 존중받아야 할 자리죠.

시인 장정일과 평론가 한영인이 1년여간 같은 책을 골라 읽고 메일을 주고받으며 문학과 삶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모아 엮은 책이 안온북스에서 출간되었다. 1962년에 태어나 1984년에 시 〈강정간다〉로 등단해 1980, 90년대 한국사회와 문단을 뜨겁게 달군 시인 장정일과 1984년에 태어나 2014년부터 평론을 쓰기 시작한 평론가 한영인은 지금껏 같은 시공간을 공유하지 않은 채 서로 다른 차원에 머물렀다.

학연, 지연도 없이 세대차마저 나는 두 사람은 우연한 연유로 제주의 한 마을에 살게 되면서 서로를 알게 된다. 책과 문학이라는 공통된 주제가 있었기에 첫 만남부터 대화는 자연스럽게 길게 이어졌고 이들은 만남은 그 일을 계기로 독서 모임으로 이어진다.

그저 책이 좋아 가능했던 만남이지만 이들이 만나 나눈 시간은 각별했고 그 특별한 기록이 책으로 엮이게 되었다. 이 책은 ‘다른 세대’의 두 사람이 서로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것 자체로도 유의미하지만, 동시에 소설이 한국사회의 구조를 어떻게 담아내는지를 포착하고 깊이 있는 분석을 더해 지금 우리 시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만들어냈다.

이 책을 따라 읽다 보면, 지금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 세대별 양상 그 기저의 원인을 생각해보게 하고, 이는 곧 다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길로 이끈다. ‘문학’을 직업으로 짊어진 두 사람이 ‘좋은 삶’을 찾기 위한 탐구의 길에서 만나 세대와 공간을 가뿐하게 뛰어넘어 교감의 빛을 발하는 현장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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