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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장관이 알아야 할 제1원칙
교육부 장관이 알아야 할 제1원칙
  • 김종영
  • 승인 2022.09.21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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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주먹 ① ‘학부모는 대통령도 이긴다’

현대국가는 지식국가이다. 지식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대학에서 나온다. 그런데, 대학과 학문이 붕괴되고 있다. 한국만큼 대학에 투자하지 않는 국가도 없다. 대학과 학문, 교육에 대한 비판적이고 통찰력 있는 분석이 필요한 때다. 최근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쓰고, ‘지식과 권력’ 3부작을 내놓았던 김종영 경희대 교수(사회학과)가 도발적인 문제제기에 나섰다. 학문과 정책(정치)의 연결에 대한 고민을 던진다.


교육부 장관이 알아야 할 제1원칙은 무엇인가? 그것은 ‘학부모는 대통령도 이긴다’라는 명제다. 한국 교육계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대통령도 교육부 장관도 아닌 학부모다.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은 이 원칙을 알지 못하는 교육계의 비전문가였기 때문에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제1원칙은 마이클 세스의 『한국교육은 왜 바뀌지 않는가?』라는 명저가 던지는 메시지다. 세스는 한국교육 100년을 분석하면서 한국 정부는 대단히 약했고 학부모 집단은 대단히 강력했다는 것을 점을 강조한다. 세스 교수는 교육 부분에서 한국 정부는 강했을 것이라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박살낸다. 

학부모들은 박정희의 말도 듣지 않았다. 박정희 정권은 이승만 정권 때 우후죽순으로 세워진 저질 대학들을 정리하기 위해 대학입학정원을 대대적으로 축소했다. 대학들의 학위 장사에 당시 원성이 자자했고 학위에 목매지 않고 실용적인 산업 역군들을 길러내기 위해 대학입학정원 자체에 대대적인 메스를 대었다.

이때 박정희 정권의 교육정책을 반대하여 선봉에 나섰던 대학이 이화여대였다. 박정희 정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화여대는 불법으로 학생들을 초과 입학시켰고 교육부와 1년 넘게 험악하게 대치했다. 결과는 이화여대와 학부모들의 승리였다. 박정희 정권 5년 후 대학입학정원은 당시 의도와 정반대로 오히려 25% 늘었다.  

오래 살아남기 위해 ‘복지부동’하는 이유

너무나 많은 비판을 받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한마디로 학부모 집단의 거대한 저항을 일으킨 최악의 정책이었다. 어린이의 발달 과정에 대한 몰이해, 경쟁교육체제의 조기 진입과 사교육 시장의 팽창, 교과과정의 연쇄적인 이동과 충돌 등 교육체계와 정책에 대한 무지 때문에 대대적인 학부모의 저항이 일어났다. 

대통령에게 교육철학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자신만의 교육철학이 있었던 대통령은 아무도 없었다. 따라서 교육정책의 방향과 결정은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관료들과 교육전문가들이 담당해 왔다. 박 장관의 사퇴로 진보 교육계는 신이 났다. 왜냐하면 윤석열 정부의 김인철 장관 후보와 박순애 교육부 장관을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침몰시켰기 때문이다.

교육지옥은 대학서열화 때문에 발생하는데 매번 초중등교육 개혁과 대입개혁에 매몰됐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의 교육에 대한 이해 부족, 교육부 장관의 비전문성과 부도덕성, 사회적 논의가 없었던 교육 의제에 대한 절차적인 하자 등을 문제 삼아 교육계와 언론은 교육부를 향해 십자포화를 날렸다. 물론 이들의 절대적인 지지세력은 진영을 뛰어넘은 학부모들이었다. 

문재인 정부로 돌아가 보자. 문재인 정부의 위기는 조국 사태로부터 발생했으며 대입정책 논의로 두 번의 공론화 과정을 거쳤지만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즉 진보 정권이든 보수 정권이든 교육부는 대통령을 향해 내부총질하는 집단이다. 누가 집권하더라도 교육부는 정권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교육부 장관이 취할 수 있는 최상의 방책은 현상 유지, 곧 기존의 교육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다.

자사고 폐지와 외고 폐지도 학부모들의 강력한 반대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 교육부 장관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 취해야 할 최고의 자세는 ‘복지부동’이다. 교육부 장관과 관료들의 기존의 교육체제를 바꾸려는 시도는 대통령을 향해 내부총질하는 것이다.

그것은 대통령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교육체제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곧 극단적인 경쟁체제와 교육지옥은 대학서열화 때문에 발생하는데 매번 초중등교육 개혁과 대입개혁에 매몰되었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지옥의 구조적 문제를 어찌할 것인가

진보 교육세력의 교육부 장악, 국가교육회의 장악, 교육감 장악이 문재인 정부에서 이루어졌다. 교육권력의 삼위일체가 이루었음에도 이들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조국 사태와 교육개혁 실패로 인해 정권 심판의 가장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를 제공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김상곤 장관은 대입공론화 실패로 인해 조기에 교체되었고 유은혜 장관은 ‘복지부동’이라는 전략을 취하며 최장수 장관의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윤석열 교육부의 몰락으로 신이 나 있는 진보 교육계도 사실 문재인 정권의 심판으로 치명타를 입었다. 

보수정권이든 진보정권이든 교육지옥의 구조적 문제를 풀 수 없기 때문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등장한 어린이해방총사령관 ‘방구뽕’과 같은 존재는 항상 ‘잠시’ 어필한다. 이런 종류의 드라마와 영화는 시대는 다르지만 매번 만들어져 왔다. 가까이는 ‘스카이 캐슬’부터 멀리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까지 똑같은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다. 드라마가 위안은 줄 수 있어도 어린이를 교육지옥에서 해방시킬 수 없다.

사실 교육부는 ‘방구뽕’보다 존재가치가 없는 집단이다. 왜냐하면 ‘교육지옥’을 영속시키는 집단이기도 하고 자기도 모르게 대통령을 향해 총질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교육부 폐지론은 교육지옥에 살고 있는 학부모들과 학생들뿐만 아니라 대통령에게 항상 어필하는 대안 중의 하나다.

교육부로부터 내부총질을 당하지 않으려면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최소한 ‘학부모는 대통령도 이긴다’라는 명제를 이해하는 교육 전문가를 영입하고 학부모가 반대하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된다. 보수든 진보든 교육전문가 다수는 한국 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실력도 비전도 없기 때문에 이들을 믿어서는 안된다. 믿었다간 내부총질 당한다.

한국 교육은 아이들에게 총질하고 학부모들에게 총질하고 대통령에게까지 총질하는 교육지옥임을 명심해야 한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총질’이 벌어지는 교육지옥에서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것은 사회적 합의라는 환상이 아니라 ‘모든 총질을 끝낼 수 있는 최후의 총질,’ 즉 리바이어던과 같은 강력한 리더십이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
‘교육지옥’에서 벗어나게 해 달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서울대 10개 만들기』를 최근 출판했다. 지식과 권력 3부작인 『지배받는 지배자: 미국 유학과 한국 엘리트의 탄생』, 『지민의 탄생: 지식민주주의를 향한 시민지성의 도전』, 『하이브리드 한의학: 근대, 권력, 창조』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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