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철 목원대 교수 © 교수신문 |
‘대학교원 기간임용제 탈락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은 지난 75년 대학교수 재임용제가 도입된 이후 부당하게 탈락한 교수들을 특별위원회의 엄정한 심사를 거쳐 복직시킬 것을 규정한다.
재임용탈락 교수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심리나 재판을 받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심사는 사실상 최초로 이루어지는 국가 차원의 재임용 심사인 셈이다. 현재까지 청구가 인용된 30명 가운데, 국·공립대학 교수들은 이미 복직했다. 그러나 사립대 교수들은 또다시 사학운영자들의 시간 끌기와 교육부의 방관에 부닥쳐 있다. 특별법을 집행할 책임을 진 담당국장은 사립대학들에 ‘재임용시키라’는 공문을 간신히 보내놓고도 사학 측과 윗선의 눈치를 살피는 곤혹스러움을 호소한다.
한편으로, 이런 사정을 간파한 사립대학들은 한 법인이 특별법에 대하여 제기한 헌법소원의 결과를 보고 복직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버티기 작전에 돌입하였다. 그래서 십여년 넘는 해직의 고통을 겪는 교수들을 신속한 구제하자는 특별법의 취지를 관철하는 길은 교육부가 제 할 일을 다하여 복직을 지휘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걸려 있는 헌법소원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간단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헌법재판소는 독일의 예에 따라, 위헌법률에 대하여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는 수가 있다. 이에 따라 국회는 위헌적인 요소가 제거된 법률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지는 개선법률(Reparaturgesetz)의 효력을 언제부터 발생하게 하느냐, 즉 어느 시점까지 그 법률을 소급하게 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헌재가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국회의 고유권한이다. 따라서 특별법이 소급입법이라서 안 된다는 것은 이러한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개선입법의 성격을 알지 못하고 하는 주장이다.
다음으로, 헌법소원을 낸 측이 주장하는 것처럼 개선입법인 특별법이 사학운영자들의 기득권 또는 재산권을 소급하여 박탈하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로, 헌법소원이라는 것은 어떤 법률규정이 직접적으로 개인의 자유나 재산권을 침해할 경우에 그 조항을 들어서 위헌여부를 따지는 것인데, 특별법 어디에도 교수를 부당하게 재임용탈락 시킨 사학운영자들의 재산을 몰수한다거나 달리 기득권을 박탈한다는 조항이 없다. 특별법은 단지 위법부당하게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원들을 재심사하여 구제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에서 더 나아가 교수들이 어떤 보상이나 배상을 받아야 된다든지, 사학들이 돈을 내어놓아야 한다는 것은 법률로 규정된 바 없다. 요컨대 있지도 않는 조항을 들어 낸 헌법소원은 각하되어 마땅하다.
헌법소원을 낸 측에서는 자기네의 기득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하는데, 과연 그 기득권이란 무엇일까. 아마 그동안 보기 싫은 교수들을 쫓아내어 속 편했는데, 이제 껄끄러운 교수들을 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라면 그것은 허구에 불과하다. 그것이 아니라 복직교수들에게 주어야 할지 모르는 밀린 급여나 손해배상 때문에 재산적 손실이 생긴다는 것이라면, 위에서 보듯이 특별법이 규정한 바 없으니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를 않는다.
그것은 복직된 교수들이 학교 측과 협의하거나 그것이 안 되면 법원이 알아서 판단할 문제인데,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는 법률상 헌법소원을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재임용재심사에 통과되는 교수는 ‘본래 탈락되어서는 아니될 사람이었다는 것’이 확인되는 셈이다.
제도의 오·남용으로 위법하고 부당하게 탈락시킨 것, 즉 상대적으로 청구인으로서는 당연히 재임용했어야 하는 사람을 구제(복직)시키는 것이지, 그로써 사학측의 이익을 침해 또는 박탈하자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재임용제도의 오·남용 사례가 국가와 사학운영자의 고의나 과실에서 비롯한 공동 불법행위로 규정할 수 있을지언정, 결코 선의의 법집행이었다고만 변명할 수 있는 경우는 있다고 하여도 극소수이다.
법은 기득권이라는 것을 무조건 보호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보호할 가치와 필요가 있을 때라야 그 보호가 정당한 것이다. 제도를 남용하여 억울한 탈락자를 만들고 대학을 황폐화 시킨 장본인이 기득권 보호를 들먹이고 나서는 것은 스스로 잘못을 저지른 자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법원칙에 어긋난다.
끝으로, 특별법은 탄생시부터 그 수명이 한정되어 있다. 부당하게 재임용에서 탈락한 교원이 구제되고 나면 법률은 소멸하는 한시법이기 때문이다. 민주화 된 우리나라, 진리와 정의를 향한 대학교수들의 부릅뜬 눈이 재임용제를 지켜보는 한, 지난 30년과 같은 야만적 남용,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 대학제도는 황폐화될 것이고,
특히나 세계대학평가 수준 100위 안에 들어가는 대학이 단 하나도 없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