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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소설사
조선족 소설사
  • 최승우
  • 승인 2022.09.02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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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우 지음 | 560쪽 | 푸른사상사

역사 속에서 발전해온 귀중한 자산, 조선족 문학

조선조 말부터 한반도에서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조선인들은 주로 북간도 인근에 집단 거주하였고, 1952년 중국공산당의 소수민족 정책에 따라 연변조선족자치주가 설치되었다. 그 후 오늘날까지 70년의 역사를 거쳐오는 동안 재중동포, 즉 조선족들은 고유한 언어와 문화, 정체성을 확립하며 독자적인 조선족 문학과 예술을 일궈왔다.

최병우 교수는 중국의 소수민족 문학이자 세계 한인문학의 귀중한 자산이기도 한 조선족 문학의 성장과 발전을 통사적으로 정리해 『조선족 소설사』로 묶어냈다. 이 책은 중국의 현대사와 맥을 나란히 하며 변화해온 조선족 문학의 주제와 제재, 서사 기법의 변화를 체계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조선족 소설의 성과와 의의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하고 있다. 중국의 역사적 격변과 함께 발전해온 조선족 문학의 현주소와 독특한 가치를 살펴봄으로써 독자는 세계 한인문학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족 작가는 문화대혁명과 개혁개방이라는 중국 현대사의 격랑과 한중수교에 따른 조선족 사회의 변화를 문학을 통해 형상화하며 문학적 역량을 축적해왔다. 조선족 역사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문학의 경향을 파악하고자 한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194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조선족 소설사의 시기를 구분하여 다섯 개의 부로 나눴다.

각 부에서는 시대 상황에 따라 인민이 지향하는 바를 소설에서 어떻게 주제화하였는가에 따라 장을 나누어 대표적인 소설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는 각 시대의 작품이 집중한 주제와 제재를 파악함으로써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과 정서와 함께 당대 작가들의 현실 인식을 해명하고자 한 것이다. 조선족 문학은 중국 소수민족의 문학이면서 세계 한인문학이 일원이라는 이중적인 가치를 지닌다. 이러한 면에서 조선족 문학 연구는 넓은 의미로는 중국문학의 전체를 파악하는 동시에 세계 한인문학의 실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조선족 문학의 유지와 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연변작가협회에서는 조선족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해왔으며, 『연변일보』와 『연변문예』 등의 신문과 문예지에서는 재정의 어려움 속에도 발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조선족 사회에서는 공동체가 와해되고 인구 급감에 따라 자치주 구성이 위기에 빠지고 있으며, 조선족 문학의 미래조차 불분명하다. 이런 시기에 조선족 소설의 역사를 정리한 점에서 이 책은 조선족 문학과 해외한인문학 연구에 있어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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