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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학위 신고 강화···국가관리시스템 도입 신중
외국학위 신고 강화···국가관리시스템 도입 신중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6.03.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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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제창·이헌종 교수 ‘외국박사학위 인증제 도입방안연구’서 밝혀

교육인적자원부(장관 김진표, 이하 교육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이사장 허상만, 이하 학진)의 ‘외국박사학위 신고’ 기준 강화 훈령개정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시장 개방과 외국박사학위 우대 경향을 감안해 현행 신고제의 문제점을 보완·강화시키고, 학위인증과 질적관리를 위해 국가관리시스템을 도입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우제창·이헌종 목포대 교수는 학진 정책과제 ‘외국박사학위제도의 분석을 통한 외국박사학위 인증제 도입 방안 연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2004년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유학생은 인도, 중국에 이어 3위로 4만9천여명의 한국유학생이 있으며, 중국유학생의 경우 전체 6만2천명 중 2만2천명이 한국유학생으로, 한국의 해외유학자 수가 2001년 14만9천9백여명에서 2004년 18만7천6백여명으로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 교수팀은 이런 해외유학 증가추세와 지난 2003년 부패방지위원회에서 지적한 학위부정취득자에 대한 현행 외국박사학위 신고제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미국을 비롯한 영국, 이태리, 러시아,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의 사례를 통해 개선책을 모색했다.  

현재 해외박사학위자는 고등교육법에 따라 귀국한 날로부터 6개월 내에 학위논문, 학위증 사본을 학진에 신고하고 접수증을 발급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이는 학위의 진위여부나 취득여부를 판별하는 게 아니라, 단순히 '접수'를 했다는 의미인데도 국내 많은 대학에서 교수 채용시 학진에 신고된 학위를 그대로 인정하고 있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우 교수는 현행 외국박사학위 신고제의 문제점으로 △고등교육법 시행령 규정 미인지하거나 준수치 않아 D/B 미비 △영사관을 통한 인가대학 확인시 경유증명에 불과해 실질적 인가기관 확인 곤란 △인증된 기관이라도 개인의 학위과정 증명은 불가 △외국 정부에 조회 의뢰시 소요 시간과 경비 지출 △학술적 정보제공을 위한 학위등록 취지가 실용목적 학위등록으로 실효성 저하 △외국협정체결 대학에 따른 국내과정과 한글논문을 외국학위로 인정해야하나 여부 △한글논문 제출과 논문이 없는 학문분야의 경우 신고의 의미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우 교수팀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교육부와 대학교육인가협의회에 공신력을 받은 6개의 인가기관과 그렇지 못한 유령인가기관이 난립하고 있어, 어느 기관에서 인증을 받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공신력 있는 기관은 대학의 적극적인 협조 아래 교육목적과 재정, 강좌의 질 등을 평가·보고서를 작성하고, 보다나은 프로그램을 대학에 추천하기도 하지만, 이런 사정을 모르는 국내에서는 부실·허위광고에 속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는 것.

인터넷이나 우편으로 접수하기 때문에 해당대학의 존재여부를 직접 확인하지 못한다는 맹점을 이용, ‘Diploma Mills', 'Degree Mills' 등으로 불리는 유령대학을 설립해 학위과정 지원자를 모집하고, Stamford Univ나 Cormell Univ처럼 철자하나를 바꾸고 비슷한 발음을 이용해 한국인을 유혹한다. 문제는 학점과 학위 취득이 용이하지만, 타대학이나 상위 학제로 진학할 때 전혀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

러시아는 소련 붕괴 직전까지 대부분의 주요대학이 국립대였지만, 근래 들어 사립대 신설로 인해 학위가 남발된다. 또한 일부 대학은 정부의 지원중단으로 재정난을 겪게 되면서 기여입학제를 도입하고, 학사관리를 편법적으로 운영하는 등 부실한 학위취득이 적지 않다. 따라서 러시아 학위의 경우 학사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과학원과 일부대학을 제외하면 ‘정규입학시험 확인서’나 ‘학위 논문개요보고서’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우 교수팀은 지적한다. 

이탈리아 박사학위는 국내에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이탈리아는 1980년대 중반까지 학·석·박사 통합과정인 단일학위제도를 유지했고, 1990년에 이르러 3단위로 구분, 2000년 이후 대학과정을 다시 나눴기 때문에 학위에 대한 기준이 다른 나라와는 상이하다.

이에 대해 조문환 한국외대 교수는 “1200년대부터 내려온 대학전통이 1980·90년대 바뀌고, 유럽통합으로 다시 수정돼, 국내제도와 같은 시각으로 학위제를 접근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조 교수는 “음악원·미술원은 이탈리아에서는 공식학위로 인정하지만, 국내에서는 ‘학원’정도로 인식해 실제로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우 교수팀은 현행 학위신고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해외 학위제도 운영 실태를 조사하고, 각국의 학위제도의 특성과 독립성을 인정해 유연성을 보유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각국 학위제도에 관한 정보제공 웹사이트를 구축함과 동시에 박사학위 신고요건을 강화시켜 학위진위 판별을 위한 인증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짜학위신고 관련 제보자는 철저하게 비밀을 보장해야하며, 가짜학위 신고자는 행정제재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이어 우 교수팀은 장기적으로 볼 때 국가관리시스템의 필요성이 요구되나, 타국의 대학을 인증한다는 측면에서 신중히 접근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2003년 부패방지위원회로부터 외국박사학위 권고 이후, 국가관리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교육부와 학진은 훈령개정만 바라보는 상태. 고등교육위원회나 한국대학평가원을 설립해 해외박사학위 관련 업무를 맡길 계획이었으나 기획예산처의 승인받지 못해 사실상 폐기됐으며, 법령개정을 통해 학진에 맡기려던 계획도 법제처에서 법률이 정한 위임을 벗어난다는 지적이 나와 애초계획에서 큰 차질을 빚었다. 이에 따라 논문언어와 체류기간 등 신고여건을 강화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훈령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종안 학진 국제교류팀 계장은 “해당언어로 논문을 써야하며, 일정기간 동안 현지체류를 증명해야 하는 등 박사학위 신고 강화를 골자로 신고규칙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고 전한다.

하지만 이 문제도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우 교수는 “국내에서 러시아학위를 받았지만 실제로 러시아 교수에게 직접 지도받은 경우가 있어, 논문언어나 체류기간 등 신고서류를 보완해도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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