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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씨의 포옹
은혜씨의 포옹
  • 최승우
  • 승인 2022.09.02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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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 지음 | 정은혜 그림 | 이야기장수 | 68쪽

〈우리들의 블루스〉 영희 역 정은혜의 뜨거운 위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배우 한지민의 다운증후군 언니 ‘영희’ 역을 맡아 사람들을 울리고 놀라게 한 실제 발달장애인 배우이자 화가 정은혜의 그림에세이가 출간되었다. “너, 너, 너 나 버렸지?” 하고 절규하던 극중의 영희, 오랫동안 자기만의 ‘동굴’에서 웅크리고 있어야 했던 다운증후군 장애인 은혜씨는 지금 세상 속으로 걸어나와 두 팔을 크게 벌려 사람들을 끌어안고, 견고한 세상의 경계들을 하나씩 무너뜨리고 있다.

배우에서 본업인 화가로 돌아와 정은혜 작가가 펴내는 첫번째 그림에세이 『은혜씨의 포옹』은 정은혜 작가가 직접 안아주고 안긴 사람들, 그리고 오래도록 꼭 끌어안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모습을 담았다. 은혜씨가 안아주고 안긴 사람들에는 드라마에서 쌍둥이 동생역을 맡은 한지민 배우, 김우빈 배우, 김미경 화가 등 유명인은 물론, 그에게 다가온 여러 평범하고도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정은혜 작가의 사진첩에는 누군가와 포옹하고 있는 장면이 유독 많다. 키 150㎝의 자그마한 그녀가 상대방의 가슴께에 찰싹 달라붙어 안겨 있는 모습은 여느 포옹보다도 정겹고 따스하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세상 사람들의 시선에 상처 입었던 그가 스스로를 치유하고 예술가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지닌 긍정적인 에너지와 사람이 사람을 이해하고 품어 안는 따뜻한 포옹이었다.

사람과의 사이에 거리를 두는 것이 예의가 된 지금, 정은혜 작가는 ‘포옹’을 통해 우리 모두가 친근한 상대를 온 마음으로 끌어안을 수 있었던 시간을 추억하고자 한다. 스스로 사람에게서 받은 상처를 사람을 통해 치유받았던 순간을 글과 그림으로 정성껏 기록했다. 은혜씨의 눈에는 세상에 더 잘난 사람도, 더 예쁜 사람도 없다. 사람들의 얼굴은 저마다 아름답고 사랑스럽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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