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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민주화…댓글 달고 공유하는 ‘뷰티 콘텐츠’
아름다움의 민주화…댓글 달고 공유하는 ‘뷰티 콘텐츠’
  • 김수아
  • 승인 2022.09.13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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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틀어보기_『디지털 심미안』 김애라 지음 | 서해문집 | 256쪽

경험으로 미의 의미 재구성하는 뷰티 크리에이터
디지털 기술과 상품의 조합으로 아름다움을 만들다

K-뷰티는 유튜브 콘텐츠의 인기 주제이자, 한류의 주요 수출 주력 상품으로도 논의되어 왔으며, 케이팝과 드라마에 대한 주요 매력 요소로도 꼽히는 우리 대중 문화의 핵심적 현상이 됐다. 종종 인종적 차원 즉 미백의 문제가 쟁점이 되기도 하는 K-뷰티 문화는 여성의 아름다움, 디지털 미디어, 인종과 젠더의 교차성 등 다양한 차원에서 분석돼 왔다. 『디지털 심미안』은 이러한 연구 맥락에서 여성들의 실제 경험을 통해 이러한 ‘뷰티’를 구성하는 다양한 차원들, 인식의 변화와 노동이라는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다룬다. 

 

여성의 몸은 페미니즘이 다루어 온 주요한 주제이다. 주로 소비 자본주의가 여성의 몸을 동원하면서 특정한 신체에 대한 고정관념을 유통하면서 상품을 소비하게 하는 문제가 지적되어 왔다. 따라서 이 주제는 언제나 주체의 수행이라는 문제를 전면화하게 되는데, 여성들은 적극적으로 특정한 아름다움의 방식을 찾아내고 실천하는 주체적 모습을 보이지만, 여성다움과 여성성에 대한 외모 관리 상품 서비스를 소비하는 것 그 자체를 주체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다소 망설여지는 부분이 생긴다. 이 연구는 바로 이러한 지점에서, 디지털 미디어가 수용자의 적극적 참여를 통해서 의미를 획득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주체의 수행이라는 의미를 다시 묻는다. 텔레비전에 제시되는 이미지를 그저 소비하는 것과 달리, 뷰티 크리에이터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 주체들은 미의 의미를 구축하고 재구성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특히 이 연구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신체가 변형 가능한 대상이자 완성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어떤 것으로 인식된다는 점과, 이에 따라 아름다움이 오히려 텔레비전에나 나오는 멀고 성취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 언제든지 개인이 노력만하면 성취 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는 점을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성취는 기술과 정보를 통해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정을 통해 변형 가능한 디지털 신체의 가성성은 이 관점에서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다. 기술을 통해 보정되는 가상적 이미지로서의 얼굴, 함께 경험하면서 반복적으로 제시된 이미지를 모방하는 다이어트 실천 등은 아름다움의 의미를 이전과는 다른 것으로 전환시킨다. 이제 아름다움은 디지털 기술과 상품을 조합하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저자의 관찰에 따르면 이 현상은 한편으로는 아름다움의 민주화라고 부를 만한 현상이다. 유튜브의 뷰티 콘텐츠는 이전에는 한정되었던 고급 정보인 전문 메이크업 관련 정보들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든다. 다른 한편으로 이는 쉽게 따라하기만 하는 것으로 완성되는 게 아니라 댓글과 구독자의 의견을 통해 다시 전문화된다. 이렇게 형성된 팬덤이 화장품과 관련 도구를 구매하고 정보를 추구한 후, 그 정보가 사실임을 경험으로 확인하는 것이 뷰티 콘텐츠를 완성시킨다. 

 

K-뷰티의 부흥을 이끄는 뷰티 크리에이터들은 아름다움을 민주화 하며, 미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외모 억압 역시 명백한 현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K-뷰티의 경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뷰티 크리에이터들이 만드는 공동체는 외모 관리 상품을 소비하는 것만이 아니라 여성의 지식 공동체이자 연대감을 구축하는 장소가 되고 있다. 자신의 몸에 대한 통제력을 확인하는 장으로서 K-뷰티가 존재하기도 한다. 하지만 신체의 특정한 미에 대한 억압을 감지하고 이에 대한 저항으로 탈코르셋을 말하는 현재의 상황 역시 아름다움을 둘러싼 공동체가 구축되는 장이다. 아름다움의 정의가 다양화되고 재구성되는 과정, 그리고 그것이 디지털 심미안을 갖춘 여성들의 경험을 통한 것이라는 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긍정적인 점이 분명히 있다면, 심미 노동에 참여해야 하는 여성들의 현실과 외모 억압 역시 명백한 현실이라는 것이다. 이 책이 들려주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이러한 점에서 중요하다. 

억압이냐 해방이냐는 단선적 질문을 넘어서는 자신의 삶 속에서 구축한 뷰티 레퍼런스를 통해 디지털 신체의 가능성, 그리고 여전한 한계를 탐구하는 모습들이 인터뷰 내용에서 드러난다. 무엇보다 디지털 미디어가 구성하는 미의 기술적 차원과 이를 수행하는 주체를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설명하는 디지털 아름다움의 세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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