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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자연박물관을 용산에…평화생물다양성박물관을 DMZ에
국립자연박물관을 용산에…평화생물다양성박물관을 DMZ에
  • 이병훈
  • 승인 2022.09.0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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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_ ‘자연사’가 아니라 ‘자연박물관’이다
이병훈 전북대 명예교수·생명과학 / 한국과학한림원 원로회원

 

이병훈 전북대 명예교수

한 나라에 국립자연박물관이 없다면 그것은 그 나라에 서식하는 생명체에 대한 존경과 애착 그리고 정체성의 한 귀퉁이를 무시하고 있는바와 다름없다. 말인즉 한국을  ‘선진국’이라 한다. 그러나 이런 상태에선 지성과 학문의 빈곤을 느끼게 한다. 선진국의 잣대로 국민소득 3만 불을 말하고 OECD를 들추기도 한다.

그러나 이미 그런 나라들은 국립자연박물관을 거의 다 갖추고 있다. 다만 독일엔 없다. 그러나 왜 없는가? 프랑크푸르트에 있고 베를린에 있는 2개가 다 국립이다. 없는 이유인즉 두 개가 ‘국립’이란 명칭을 서로 갖겠다고 다투는 바람에 ‘없게’ 되었다. 이것은 내가 프랑크푸르트 자연박물관의 한 연구관에게서 직접 들은 이야기다. 

자연박물관의 수로 말하면 유럽엔 거의 나라마다 약 200개가 넘고 미국엔 1천여 개가 넘는다. 일본(150여개), 중국, 태국에도 국립자연박물관은 물론 자연박물관들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남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케냐에도 ‘국립’이 있다. 각각 생물다양성과 광물, 고생물, 지구과학 연구에서, 그리고 생물을 말하면 분류와 생태연구는 물론 인간과 기타 생물의 진화연구와 전시에 본산 역할을 한다. 프랑스에는 국립자연박물관에 더해 국립인류학박물관도 있다.

현대에 기후변화와 생물 멸종의 시대를 맞아 생물의 분포 변화와 진화 연구에 가장 필요한 것이 표본들이고 따라서 내가 방문했던 프랑스 국립자연박물관의 광대한 4층짜리 지하 표본실에는 200년 전부터 전세계에서 수집된 표본이 선반의 길이 4km 위에 보존되어 있다. 그 속엔 이미 멸종된 생물들이 많이 있어 현재에도 가보면 된다. 더구나 현재의 DNA나 古DNA가 필요한 자연보전이나 진화연구엔 이러한 표본 없인 거의 불가능하다. 

나는 이 자리에서 ‘natural history’의 우리말 표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말이 처음 서양에서 일본에 들어왔을 때 그대로 번역해서 ‘자연의 역사’ 즉 ‘自然史’로 옮겼다. 그러나 이것은 오역이었다. 이를 한국의 저명 과학사가들(전상운, 송상용, 박성래 교수. 박 교수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소식지에 기고까지 했다)이 증언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이 ‘自然史’는 현저히 줄고 있다. 최근에 발족한 자연관련 박물관들은 거의가 다 ‘자연박물관’을 쓰고 있다. 뒤늦게 오역임을 알아낸 것이다. 반면에 중국은 베이징이나 상하이나 영어로는 Beijing Natural History Museum, Shanghai Natural History Museum이라 쓰면서 北京自然博物館, 上海自然博物館이라 썼다. 중국은 오역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던 것이다.

반면에 국내에 있는 모든 국립대학들이 근년에 부설로 자연박물관을 세웠으나 명칭을 ‘자연사박물관’을 쓰고 있다. 이는 일부 지구과학자들의 몰상식 때문이다. 어떤 학자는 내가 나의 견해를 언론에 여러 번 밝히고 개인적으로도 조언했으나 ‘자연사박물관’이라야 한다며 전문 학회지에 기고까지 해 ‘自然史’를 고집했다. 이처럼 진실과 사실을 외면하고 오역을 주장한다면 이는 과학자가 아니다. 다시 말해 似而非다.

정 ‘自然史’를 주장하고 싶다면 모든 영영사전에서 찾아보라. ‘natural history’는 생물, 광물, 고생물을 주로 다루나 생물의 경우는 자연속 생물이 무슨 종이며(분류) 어떻게 살고 있으며(생태), 알에서 깨어나 어떻게 성장하는지(발생)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을 비롯한 생물들이 과거로부터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최종 목표로 연구하고 이를 대중에게 다양한 전시방법으로 알리는 게 목적이다.

이제라도 오역을 사실로 알고 있는 국민의 계몽을 위해서라도 언론계를 비롯해 미디어 종사자들 특히 PD, 기자와 리포터 여러분의 각성과 시정을 촉구한다.

이병훈 전북대 명예교수·생명과학 / 한국과학한림원 원로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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