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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박탈이 자폐증 원인?…아이들은 회복탄력성 있다
모성박탈이 자폐증 원인?…아이들은 회복탄력성 있다
  • 유무수
  • 승인 2022.09.16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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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_『부모는 중요하지 않다』 로버트 러바인·세라 러바인 지음 | 안준희 옮김 | 눌민 | 352쪽

정신의학과 사회과학, 아이들 정서와 어머니 관계 분석
다양한 양육관습·이론 인정하고 성급한 반응은 경계해야

20세기 중반 이후 미국에서 대중담론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쳐온 소위 전문가들의 주장에 의하면 양육과정에서 부모의 역할이 엄청나게 중요하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주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확장된 정신의학은 1950년대 이후 ‘미국 양육의 정신건강 시대’를 뒷받침했다. 정신의학은 사회과학과 연계해 어머니가 자녀의 정신병, 적응문제, 감정 장애에 책임이 있다는 담화를 생산했다. 이러한 환경에서 어머니들은 자신이 아이들의 정서적 건강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걱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신프로이트 운동의 선구자가 된 카렌 호나이는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욕구가 부모에 의해 좌절되면 신경증으로 발전된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정신분석학자 존 볼비는 ‘모성박탈’이라는 용어를 유포하면서 가까운 거리에서 영유아를 따뜻하게 보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리 스택 설리번은 신경증을 넘어서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와 같은 더 심각한 정신병까지도 어머니에게 책임이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설리번의 동료 심리분석학자인 프롬라이히만은 “정신분열증을 만드는 어머니”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1956년 인류학자 그레고리 베이트슨, 정신과 의사 존 위크랜드, 가족치료사 제이 헤일리는 감정적으로 일관적이지 못한 어머니의 양육이 정신분열증을 만들어낸다는 ‘이중구속 가설’을 내세웠고 1970년대까지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존스홉킨스 의대의 레오 캐너는 “냉장고 같은 어머니”에 의해 ‘영아 자폐’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위와 같은 양육 이론들은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으나 발표될 때마다 논쟁을 일으켰고 공공의 논의에 폭넓게 전파됐으며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의 수많은 어머니들에게 죄책감을 안겨주었다. 하버드대 부부 인류학자인 저자들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남아시아 등의 지역에서 다양한 양육관습을 비교연구하면서 미국에서 아동발달에 미치는 부모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저자들의 관찰에 의하면 동아프리카나 태평양 제도의 많은 섬들에서는 젖을 뗀 후 아이를 할머니나 다른 여성에게 보내 보살핌을 받도록 한다. 이런 관습에 볼비의 이론을 적용하면 ‘모성박탈’에 해당하기에 심각한 정서적 장애가 만연해야 한다. 이런 가능성을 다룬 아동발달 연구는 없다. 그러나 저자들은 다양한 종류의 안정성이 존재한다고 이해한다. 서아프리카 하우사족 족장의 아들인 무사는 관습에 의해 두 살 때 젖을 뗀 후 멀리 떨어진 친척집에서 열다섯 살이 될 때까지 생물학적 부모를 만나지 못하고 성장했다. 무사는 후에 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고 나이지리아 정부의 관료가 되었다. 

일본의 부모들은 아기와 함께 자면서 상호의존을 촉진한다. 일본의 영아 사망률은 1천 명당 2.8명으로 미국의 6.2명에 비해 훨씬 낮다. 중앙 멕시코 작은 마을의 부부는 방이 세 개인 집에서 세 명의 아이들과 한 방에서 함께 자고, 부부관계를 할 때는 아이들과 분리해서 잤다. 미국의 부모들은 아기의 독립성을 강조하면서 아기를 따로 재운다. 저자들에 의하면 세계에는 다양한 양육관습이 있으며 미국 내에서조차 세대에 따라 다른 양육이론이 유포되어왔다. 저자들은 전문가가 과학적 양육이론이라고 주장하는 방식으로 아이를 기르지 않아도 아이들이 안정감 있는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지니고 있음을 긍정하자고 제안한다.  

시카고대에서 가르친 정신분석가이며 아이들의 정신적 문제를 부모 탓으로 돌리는 주장으로 유명한 브루노 베텔하임은 저자들과 친분이 있었다. 세라가 두 살 된 딸의 배변 훈련 때문에 힘들다고 얘기했을 때 베텔하임은 세라가 갈색 스웨터를 자주 입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배텔하임은 배변과 같은 색상의 스웨터가 배변의 어려움과 연결된다고 날카롭게 지적했다. 세라는 이런 식의 성급한 반응과 즉각적인 설명에 동의할 수 없었다. 소위 전문가의 가설을 참고는 하되 무작정 신줏단지처럼 받들어 모실 필요는 없으며 속단과 편견, 편향과 과장, 근거가 부실한 확신이나 공허한 자만심에 오염되지는 않았는지 회의와 이의를 제기할 필요는 있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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