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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인식 이념갈등 일반화 말아야… 햇볕정책과 反美는 연관 부족
대북인식 이념갈등 일반화 말아야… 햇볕정책과 反美는 연관 부족
  • 신정민 기자
  • 승인 2006.03.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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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논문: ‘한국인 신념체계 분석’

남북관계의 개선이 한국내 반미감정을 악화시킨 원인이 아니며, 한국인의 대북인식과 대미인식은 서로 반비례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강우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연구원이 고려대 BK21동아시아교육연구단의 학술지에 발표한 ‘한국인의 주관적 이념과 대외정책 신념체계-대북인식과 대미인식에서 나타나는 일반국민과 엘리트의 차이를 중심으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강 연구원은 2004년 시카고외교협회와 동아시아연구원, 멕시코 경제연구교육센터가 공동으로 실시한 3개국 대외인식 여론조사 중에서 한국국민과 한국엘리트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해 이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강 연구원은 한국의 대외인식에 관한 기존의 연구가 대북인식과 대미인식에 대한 분석에 편중돼 있다고 지적한 후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하나는 경제·안보측면에서 한국과 국제사회 간의 교류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한과 미국을 넘어 국제질서 일반에 대해 생각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북인식을 대북정책의 선호나 북한에 대한 호감만으로 일반화시키다보니 대북인식과 대미인식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직접 검증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강 연구원은 이념이 개인의 이슈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세계화는 좋다 △농민보조금 지급해야한다 △국제적 보건을 위협하는 나라에 WTO의 강제권 행사는 정당하다 △분쟁지역의 한국평화유지군 파병해야한다 △강력한 군사력 필요하다 등 5개의 이슈에서 좌우의 구분이 확연히 드러났다.    

주목할 점은 단순히 주한미군 등 한미관계와 직접 관련있는 이슈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미국의 세계경찰 자격, 미국의 對중동 정책 등 이념이 이슈 전반에 폭넓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더욱 극적인 것은 미국이 언급되지 않은 경우 동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찬성률이 진보 54%, 보수 51%로 동일하게 나타났지만, 미국이 제외됐을 때는 진보의 경우 72%로 찬성이 대폭 올라갔지만, 보수는 47%로 오히려 낮아졌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이념과 대미인식은 수직적 일관성을 보인다는 것. 하지만 이념과 대북인식 사이에는 이런 수직적 일관성이 그의 살펴지지 않았다.

물론 엘리트의 경우 국제인식, 대미인식, 대북인식 간에는 진보-고립-반미-친북 vs 보수-국제-친미-반북의 친화성이 존재했지만, 일반 국민의 경우 선행연구들의 주장과 달리 진보-친북, 보수-반북이라는 구도 역시 햇볕정책이라는 특정 이슈에서만 제한적으로 나타났다.

진보와 보수에 상관없이 이슈에 대해서 합리적으로 판단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는 것.

강 연구원은 이렇게 볼 때 대미인식과 대북인식 간의 수평적 일관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를 바탕으로 강 연구원은 햇볕정책을 비롯한 남북관계의 개선이 한국 내 반미감정 고조의 원인이 되었다는 주장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한국인의 대외인식에 관한 선호를 분석함에 있어 엘리트와 일반 국민을 분리해 접근해야 함을 역설했다.

강 연구원은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둘러싼 일반 국민간의 이념적 갈등은 햇볕정책이 처음 추진되던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이 정책을 둘러싼 정당 간의 갈등이 국민들의 정치적 선호에 영향을 미친 결과 국민들 사이에서도 이념집단 간의 차이가 형성된 것이라며, 좀더 섬세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신정민 기자 jm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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