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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_국내 경제정보 대외종속 심각
초점_국내 경제정보 대외종속 심각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6.03.1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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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은 정보로 질적 지배”

국제독점자본이 국내 IMF 경제위기를 야기했고 한국경제를 쥐락펴락한다는 연구논문들은 그동안 많이 쏟아져 나왔지만, 정작 국제적인 대형 경제매체들이 그 자회사 등을 통한 정보통제로 한 국가의 경제와 정치를 얼마나 좌지우지하는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따금씩 삼성언론재단에서 국내 주요 경제저널의 보도행태에 대해 분석한 바는 있지만, 그 상위의 영역에 있는 세계의 주요 경제저널들이 국내에서 유통되는 경제정보의 ‘실질적’인 발신지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체계적으로 살펴본 적이 없었다.  

김승수 전북대 교수(언론정책)가 내놓은 ‘경제정보 매체의 지구화-종속화’(언론과학연구, 5권3호)는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힘의 변수를 경제정보의 ‘원천성’을 갖고 있는 경제매체들을 통해 살펴보고, 심지어 그들이 어떻게 국제금융자본, 국내기업들과 결탁하면서까지 세계경제에서 자국의 경제적 우위를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지를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경제정보의 생산자가 경제뉴스지, 공공기업, 재벌, 전문서적, 금융기업, WTO·IMF 등의 국제기구, 외국정부, 광고회사, 인터넷매체, 외국 경제전문지 등 다양해 경쟁체제를 이루는 듯하지만, 사실상 “미국계 경제전문매체와 신용평가사, 투자회사가 정보공급을 사실상 독식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주목해서 볼 것이 한국에 진출한 6대 매체기업인 다우존스, 블룸버그통신, 로이터그룹 해외지주회사, 피어슨, 뉴스코퍼레이션, 타임워너, 맥르로우-힐 등인데, 여기서 파생된 경제매체 및 자회사들이 뉴스통신사를 비롯해 비즈니스위크, 이코노미스트, 포춘, 포브스와 같은 경제주간지, 그리고 CNBC, CNN MONEY 등의 방송사까지 장악하면서 국내경제정보의 원천적 제공자로서 역할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우선 이들이 정보의 ‘원천성’과 ‘전문성’에서 국내 매체보다 비교우위에 선다고 분석한다. 국내 경제일간지의 경우 부동산과 증권 광고주를 중심으로 뉴스를 만들고, 재벌 위주의 보도, 신자유주의에 치우친 보도 등으로 인해 그 공신력에서 신뢰를 받지 못하고, 그로 인해 해외 매체가 적은 정보로 질적인 통제를 가능하게 만들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들의 영향력에 대한 분석을 위해 주요 사설과 칼럼뿐 아니라 국내 기업자본들과의 관계, 외교통상부를 통해 압력을 행사하는 루트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즉 경제영역 자체를 살피기보다는 가장 경제의 흐름과 가장 밀착된 정치계에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살핌으로써 그 지배력을 분석하고 있다.

가령, 블룸버그통신의 경우 2004년 3월 14일자 칼럼에서 “노무현대통령의 탄핵사태 때문에 한국정치가 엉망진창이 되면 북한의 김정일도 기뻐할 일”이라고 논평함으로써 대통령 탄핵에 북한을 끌어들이는 전형적인 색깔론을 펼치고 있다.

더 심한 예로 미국의 매체들은 외교통상부 직원들을 동원해 미국의 입장을 관철시키도록 하는데, 아시안 월스트리트저널이 2003년 1월 16일자 사설에서 “윤영관 장관의 경질사태가 확대되면 미국 정부는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위협한 것은 직접적으로 미국의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 경제지를 통해 힘을 과시한 경우다.

한국 정부정책을 직접 통제하려는 사례도 있다. 세계 주요 국가들은 다국적 투기자본이 상장회사 지분의 5% 이상을 획득할 시, 자금출처와 조성경위를 밝히도록 증권거래법에 명시하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이를 법률화하려 하자 파이낸셜타임스가 나서서 정부정책을 맹렬히 공격한 것이 그 사례다(2005년 3월 31일자).

김 교수는 이러한 사례들을 분석하면서 정보통제만이 아닌 “내정간섭”이랄 수 있는 경제지들의 개입을 비판한다. 즉 “글로벌 경제전문매체는 국제독점자본의 증식도구이며, 다른 나라에 대한 정치적 간섭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문제는 이들이 국제금융과 결탁되어 있는 것은 물론, 국내의 대기업들조차 이러한 경제전문지의 기자들을 홍보담당자로 영입해 글로벌 매체기업과 연대를 확대한다는 점이다. 논문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과 AP통신 기자 4명을 영입한 바 있으며, 팬택도 블룸버그통신 기자를 영입했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핫이슈인 한미 FTA 등의 문제도 이처럼 세계 또는 미국 경제매체지의 파워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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