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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한국학, 양적인 변화 늘었지만 학술적 변화 논하기는 아직 일러”
“유럽 한국학, 양적인 변화 늘었지만 학술적 변화 논하기는 아직 일러”
  • 현수진
  • 승인 2022.08.2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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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만난 한국학 ③ 인터뷰_ 앤더스 칼슨 소아즈 런던대학 한국학연구소장(동아시아언어문화학부)

“양적인 변화는 눈에 띄지만, 아직은 이런 관심이 한국학이라는 
학술적 분야로 이어진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상황은 최근에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한국학의 학술적 변화를 논하기에는 다소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국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많아질수록 
그 학생들이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알고 싶어 할 것이고, 
학술적 흥미를 개발시켜 나가겠지요.”

세계적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한국에 관한 제반 분야를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한국학’의 해외 연구동향이 궁금하다. 한국학의 개념과 범위는 무엇일까. 한국 바깥에서 진행되는 한국학 연구의 주제와 방법론은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또, 최근의 ‘K-컬처’ 신드롬은 한국학의 학술적인 연구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한국학 연구의 거점 대학 중 하나인 영국 런던 소아즈 런던대학에서 22년째 한국사를 가르치는 앤더스 칼슨(Anders Karlsson) 한국학연구소 소장(동아시아언어문화학부 교수·사진)을 지난달 18일 인터뷰했다. 

소아즈(SOAS) 런던대학 동아시아언어문화학부 교수(Senior Lecturer)이자 한국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앤더스 칼슨(Anders Karlsson)은 대학에서 22년째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에서 18세기 말~19세기 초 조선 사회사를 전공했다. 홍경래의 난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고, 최근에는 제도사와 법제사에 관심이 있다.
소아즈(SOAS) 런던대학 동아시아언어문화학부 교수(Senior Lecturer)이자 한국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앤더스 칼슨(Anders Karlsson)은 대학에서 22년째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에서 18세기 말~19세기 초 조선 사회사를 전공했다. 홍경래의 난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썼고, 최근에는 제도사와 법제사에 관심이 있다.

△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소아즈 런던대학 동아시아언어문화학부 교수 앤더스 칼슨이라고 합니다. 스웨덴 스톡홀름대에서 18세기 말~19세기 초 조선시대사를 전공했습니다. 처음에는 사회사로 연구를 시작했고, 최근에는 제도사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 선생님께서 공부하실 때 한국학이 지금처럼 인기가 있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요. 당시에 한국사를 전공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동아시아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중국, 일본에 관심을 두게 됐고 한국이 가장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당시에는 중국학, 일본학 연구자가 한국학 연구자보다 많았는데, 좋은 한국학 전공 교수님을 만나 한국학을 공부하게 된 면도 있습니다.”

△ 소아즈 런던대학을 소개해 주신다면.
“소아즈 런던대학은 지역학에 특화된 대학으로, 특히 아프리카와 중동, 아시아 지역과 관련된 학문을 연구합니다. 저는 역사학자이므로 한국사에 관한 강의를 담당하는데요. 같은 학부에서는 문학, 언어 등을 가르치고, 다른 학부에서도 한국 미술, 정치학, 경영학 등 한국학과 관련된 다양한 과목을 교육합니다. 본래 소아즈는 언어 교육에 중점을 두었는데요, 최근에는 교육하는 과목이 점차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수 충원 문제나 학교의 경제적 사정 때문에 한국학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것에 약간의 어려움도 있습니다.”

△ 해외 한국학 연구에 대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사회과학에, 유럽에서는 언어학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기본적으로 맞다고 생각합니다. 유럽 대부분의 대학은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언어학을 중심으로 한국학을 교육해왔습니다. 과거에는 언어학에 초점을 맞췄다면, 현재는 실용적인 한국어를 가르치는 데 좀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한국의 개발학을 지원하는 등 한반도의 지정학적 문제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영국과 유럽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대표적인 대학을 소개해 주신다면.
“어떤 대학은 포함되고 어떤 대학은 빠질 수 있어 조금 걱정이 되는데요. 영국에서는 학부의 경우 소아즈 런던대, 셰필드대가 한국학 교육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합니다. 최근에는 센트럴랑카셔대(UCLan)에 한국학 전공 학생들이 많다고 합니다.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대도 최근 한국학을 지원하는 학교 중 하나입니다.

유럽 전체로 보았을 때는 전통적으로 북유럽과 동유럽, 중유럽이 한국학에 강점이 있습니다. 예컨대 러시아의 상트페트르부르크대와 모스크바대, 폴란드 바르샤바대, 체코의 찰스대 등이 한국학에서 아주 좋은 전통을 가지고 있고요. 프랑스의 이날코(INALCO)는 영국의 소아즈와 마찬가지로 지역학에 중점을 둔 학교입니다. EHESS나 파리7대도 아시아학에 강점이 있고요.

독일에서는 함부르크대, 보훔대, 튀빙겐대, 베를린대가, 네덜란드에서는 라이덴대가 좋은 전통을 가지고 있죠. 남유럽 대학들은 최근 한국학 연구를 발전시키고 있는데요. 특히 이탈리아는 가장 오래된 연구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로마대(LaSapienza), 베네치아대, 볼로냐대 등이 있습니다. 스페인의 말라가대 등도 주목할 만합니다.”  

△ 생각보다 유럽에서 한국학을 교육하고 연구하는 대학들이 많군요.
“그렇습니다. 유럽의 한국학 교육 전통은 대학에 소속된 한국인 교원이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시작됐다는 특징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스웨덴의 스톡홀름대는 일제시기 만주에서 태어나 스웨덴으로 건너가 일본어를 가르쳤던 한국인 조승복 교수에 의해 한국어 교육이 시작됐습니다. 조승복 교수가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죠. 유럽의 다른 대학들에서도 이런 사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앤더스 칼슨 소아즈 런던대 교수

△ 선생님께서는 한국사 전공자인데요. 한국사는 사실 ‘한국학’과는 조금 다르지 않나요. 그렇다면 ‘한국학’의 개념과 분류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좋지만 어려운 질문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일단 한국 바깥에서 한국에 관해서 연구하되 한문이나 이두를 포함한 한국어 원자료를 활용한다면 한국학으로 포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국인이 한국 안에서 연구한다면 ‘한국학’이 아니라 한국사 등 구체적인 분야를 연구하게 된다는 차이점이 있지요.

또한 역사, 종교, 문화, 언어 등 학문 분과와 상관없이 원자료를 보는 게 아주 중요합니다. 그래서 한국과 관계된 연구라도 한국어로 된 원자료를 활용하지 않으면 한국학으로 포함시키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영국과 유럽의 한국학 연구 주제나 방법론은 어떤가요. 또 한국에서 수행되는 한국학 연구와 비교해 어떻게 다른가요.
“영국과 유럽은 전통적으로 언어학에 관심을 두었는데, 최근에는 정치학, 문화학 등 사회과학 분야로 관심사를 옮겨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학과 소속이 아니더라도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이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이론과 방법론이 한국학 연구로 유입되기도 합니다.

제 분야인 역사학 분야로 좁혀보면 유럽에서는 여전히 사회사, 지성사, 정치사 등 전통적인 역사 연구가 진행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개념사, 공간사 등 비교적 새로운 동향의 역사 연구를 하는 것 같습니다.

한국과 비교해보자면 한국에서는 새로운 연구 주제나 방법론이 소개되더라도 기본적으로 원자료를 아주 열심히 보는데요. 한국 교수나 학생들은 재미있는 원자료를 읽으면서 흥미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경향이 있는 듯합니다. 

반면 유럽, 특히 영국에서는 자료에서 출발하기보다는 연구자 개개인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그에 맞는 자료를 탐색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차이는 학계의 전통과도 관련있겠지만 한국과 영국의 학제적 조건이 다른 것과도 관계가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3~4년 안에 박사를 끝내야 하므로 자료 탐색에 시간을 들이기 쉽지 않죠.

그래서 영국에서는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아이디어를 생각한 뒤 자료를 통해 이 아이디어를 증명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연구 주제를 어떻게 정하고 그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여건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영국과 유럽 학계는 자료를 집중적으로 이해하고 독창적인 생각을 끌어내는 학풍이 있습니다.”

△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지는데요, 한국 바깥에서 한국학을 연구하는 장점과 단점을 소개해 주신다면요.
“장점은 방금 말씀드린 독창성에 있을 것 같아요. 한국 바깥에 있어서 한국 학계에서 받을 수 있는 제약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고요. 그래서 아주 새로운 시각으로 연구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외국인 입장에서 연구에 필요한 한국어, 한문, 이두 등을 제대로 배우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고요. 학회 참여나 자료 조사 등을 위해 한국을 자주 여행해야 하는 어려운 점도 있지요.

그렇기에 외국인 학생들이 다른 방법론이나 아이디어를 가지고 한국학에 접근하고, 한국 학생들이 영국에 와서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그런 상호작용이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최근 전 세계적으로 ‘K-컬처’가 유행하고 있는데요. 이런 흐름이 한국학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요. 이에 비추어 한국학의 미래를 전망한다면.
“저는 22년 동안 소아즈에서 한국사를 가르치고 있는데요. 첫해에는 학생이 1명이었고, 매년 5명 정도의 학생들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국학과에 50명씩 입학하고 있으니 양적인 성장이 눈에 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국 드라마, 케이팝 등으로 한국어와 문화에 관심이 생긴 학생들이 많이 들어옵니다. 이 중에는 한국학과에 들어오기 전에 한국어를 좀 공부하고 오는 학생들이 많고요. 한국학과에 학생이 많이 유입될수록 대학이 한국학 분야를 유지하고 투자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학생의 유입이 대학 재정과 깊이 연관되기 때문이지요.

최근 셰필드대는 한국학 관련 강의자를 더 많이 고용하기도 했지요. 양적인 변화는 눈에 띄지만, 아직은 이런 관심이 한국학이라는 학술적 분야로 이어진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상황은 극히 최근에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한국학의 학술적 변화를 논하기에는 다소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국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많아질수록 그 학생들이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알고 싶어 할 것이고, 학술적 흥미를 개발시켜 나가겠지요.”

현수진 객원기자 
소아즈 런던대 방문학자로 있다. 성균관대 사학과에서 ‘고려시대 관인상의 형성과 변화’라는 제목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에서 고려시기 유학 정치사상을 주제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신진 역사연구자 모임인 ‘만인만색연구자네트워크’의 미디어팀 팀장을 맡았고 팟캐스트 <역사공작단> 제작에 참여했다. 『달콤 살벌한 한·중 관계사』(서해문집, 2020)와 『만인만색 역사공작단』(서해문집, 2021)의 공저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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