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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 ‘천착’ 않으면 대학 책무 다하기 힘들다
학생에 ‘천착’ 않으면 대학 책무 다하기 힘들다
  • 배상훈
  • 승인 2022.08.22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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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교육학과), 원격교육 불러온 대학혁신 전망과 과제 발표
배상훈 교수는 디지털전환으로 인해 학생들이 교과, 비교과 프로그램을 들으면 디지털 뱃지를 받고, 학생들은 이를 활용해 e포트폴리오에 장식하는 미래 교육을 상상했다. 사진=픽사베이

대학의 비대면 수업을 코로나19로 인한 대면수업의 대체재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으로 보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지난 12일 ‘디지털 대전환, 대학의 미래를 상상하다’라는 주제로 대학의 원격교육 혁
신을 위한 회의를 열었다. 배상훈성균관대 교수와 송해덕 중앙대 교수가 소개한 AI·빅데이터를 통한 학생중심교육 실현, 이태억 카이스트 교수가 발표한 대학의 온라인 개방 트렌드, 김준호 동서울대 교수가 설명한 메타버스에서 교수의 크리에이터화는, 대학이 디지털 전환의 한 가운데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와 온라인 수업 확산은 고등교육 생태계에 정책적 파급 효과를 낳았다. 태재대학 사례에서 보듯 일반대학과 원격대학의 구분은 모호해졌고, 대학과 유사 고등교육 공급자 간 경계도 흐려졌다. 가령, 삼성 멀티캠퍼스와 같은 기업은 가르치는 내용에서 대학과 차이가 없다. 휴넷, 패스트캠퍼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학점과 학위를 대학만이 독점적으로 부여할 수 있도록 한 지위를 없애면,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총장으로부터 메일을 전해 받은 적이 있다. 해당 메일에는 법학을 공부하는 학생이 ‘총장이 인공지능을 배워야 한다’고 해서 팀을 만들어 스탠포드대학의 인공지능 수업을 원격으로 들으려 하는데 이를 학점화 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런 시대가 올 수 있다고 생각은 했는데, 예상보다 빨리 왔다. 학생들에게 질 높고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야 하지만 수업은 “내 수업만 들어”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온라인 수업은 학내 수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언제 어디서나 얼마든지 반복해서 학습할 수 있다. 공간도 창조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만든다. 학교에서 오프라인 수업의 20%를 다이어트하자는 프로젝트를 제안한 적이 있다. 그러면 학교에 5천 평의 땅이 나온다. 오프라인 수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면 공간이 나오고 이 공간을 창조적으로 쓸 수 있다. 비효율적으로 활용되는 공간을 리모델링하면 학습의 능동성을 키울 수 있다.

현재 학교에서 빅데이터 기반 맞춤형 학생성공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교무 데이터, 학생 데이터를 넣어 학생의 중도탈락 예측, 학업위기 예측, 프로그램 효과성 진단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소프트웨어학을 복수전공하는 경영학과 3학년 학생이 금융공기업을 희망한다고 했을 때, 학교는 지난 3년간 해당 분야로 진학한 학생들이 수강한 수업을 뽑아서 준다. 그 길로 간 학생들의 복수전공, 비교과 프로그램을 추천한다. 이처럼 학생에게 천착하지 않으면 대학이 자기 책무를 다하기 힘든 시대가 온다고 생각한다.

원격교육, 자기주도·협동학습에는 한계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교육학과)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교육학과)

학생들이 대학에서 주요하게 배우는 것으로는 교양과 전공 외에도 비교과과정이 있다. 비교과는 15주 안에 안 들어도 되고, 학점 걱정 안 해도 되고 실패해도 된다. 그렇다면 비교과도 뭘 들었는지를 인정해 줘야 한다. 학교에서 하는 모든 프로그램을 디지털 플랫폼에 모았고 학생들은 플랫폼에서 수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는 학생들의 모든 흔적이 남는다. 그리고 그 비교과 프로그램을 들으면 디지털 뱃지를 주고, 학생들은 이를 활용해 e포트폴리오에 장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업들도 학점보다는 스토리가 있는 e포트폴리오를 중요하게 보고있는 추세다.

이 같은 방식은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친구들과 포트폴리오를 비교하면서 스스로 자극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면 혹시나 모를 위조도 방지할 수 있다. 물론, 원격수업에도 아직 극복할 지점이 남아있다. 협동학습과 자기주도학습이 원격수업의 한계일 수 있다. 앞으로는 자기주도학습을 끌어내고 협동학습을 잘 하는 방향으로 원격학습을 진화시켜야 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수(교육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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