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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생각
딴생각
  • 최승우
  • 승인 2022.08.14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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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휘 지음 | 싱긋 | 280쪽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

사소한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엉뚱하고 독특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다

페라리,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유럽 자동차 회사에서 활동한
디자이너 박찬휘가 들려주는 일상기록

연필, 카메라, 라디오, 아날로그, 커피, 아버지 그리고 유럽 제조업과 예술 정신

저자는 자신을 ‘이방인’으로 소개한다. 유학생 시절부터 시작된 긴긴 타지 생활도 벌써 17년. 아직도 가시처럼 툭툭 걸리는 문화적·언어적 어려움이 그는 도리어 축복이라고 말한다. 왜일까? 보편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끝없이 탐구하는 독특한 시선이 그가 디자이너로서 창의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일상을 채우는 ‘당연’하면서도 필수적인 물건, 자동차를 만드는 디자이너에게 톡톡 튀는 ‘딴생각’은 상상력의 원천이다.

그의 글감은 멀리 있지 않다. 책상 위 모형 자동차 장난감 하나, 커피 한 잔, 종이 한 장이 생각을 여는 열쇠가 된다. 우리가 매일 마주치는 별것 없는 사물이 그의 독특한 시선을 거쳐 특별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자유로운 놀이 속에서 자라는 창의력, 각자의 추억과 사연을 품은 달짝지근하고 쌉싸름한 커피 향, 까칠까칠한 결을 스치며 사랑과 아름다움을 남기는 흑연의 숭고함까지……. 저자는 소탈하고 다정한 글체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것들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운다. 아들, 아버지, 디자이너 그리고 이방인으로서, 그는 끊임없이 세상에 질문을 던진다. 디자이너의 힘은 세상을 낯설게 보는 시선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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