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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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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승우
  • 승인 2022.08.14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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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오세벨트 몬타스 지음 | 조미현 옮김 | 에코리브르 | 288쪽

아우구스티누스, 소크라테스, 프로이트, 간디……
미국 대학생들에게 다시 부는 고전 읽기 바람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언어로 쓰인 3000년쯤 전의 목소리에서 내가 무엇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이걸 읽고 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 한들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을까? 그리고 거기에 대해 얘기한다고 한들 무슨 가치가 있을까? 틀림없이 아주 유명하고 박식한 분일 우리 교수님은 이 이상한 시에 관해 과연 어떤 통찰을 전달하려는 걸까?” 대학 합격 통지서를 받자마자 집어든 《일리아드》에서 저자가 받은 첫인상이다. 로오세벨트 몬타스, 도미니카공화국의 산골 마을에서 열두 살에 난생 처음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 건너왔다. 저소득층 이민자 학생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비리그 대학 컬럼비아에 입학해 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모교에서 20년간 인문학을 가르치다가 학부 교양 교육의 최고 관리자가 되었다. 입지전적인 인물이라고 할 만하다. 그에게도 고전과의 첫 만남은 낯설고 어려웠다.

저자뿐 아니라 1937년 이후 컬럼비아 칼리지 학부생은 누구나 코어 커리큘럼, 이른바 ‘위대한 저서 읽기 프로그램(Great Books Program)’을 거쳤다. 흔히 ‘코어’라 일컫는 이것은 《일리아드》를 시작으로 고대부터 현재까지 문학과 철학, 윤리학과 정치학, 미술, 음악, 과학을 망라해 지정된 도서를 연대순으로 읽고 토론하는 필수 공통 학습 과정이다. 학습량이 엄청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엄격하기로 소문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코어를 경험한 이 학교의 많은 동문은 그것을 자신의 인생을 바꾼 강좌로 손꼽으며 홍보 대사를 자처한다. 이미 미국의 많은 대학이 이런 프로그램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포기한 상태다. 그 와중에 컬럼비아의 ‘코어’가 최장수 고전 프로그램으로 살아남아 다시금 미국은 물론 세계 곳곳의 대학에서 인문학 교육의 불씨를 되살리고 있는 이유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최승우 기자 kantmania@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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