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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에 어떤 나비효과 가져올까
우크라이나 전쟁, 한반도에 어떤 나비효과 가져올까
  • 유무수
  • 승인 2022.08.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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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_『철학과 현실』(2022년 여름) 편집부 지음 | 철학문화연구소 | 240쪽

러시아, 영토주권·자결권 존중해야 한다는 국제규범 무시
강대국 힘의 원리는 지정학적 단층대 속한 한국에도 영향

아프가니스탄은 미군이 나가자 지도자들부터 도망치기에 바빴다. 국가기강이 엉망진창이었던 아프가니스탄은 하루아침에 망했다. 강대국 러시아의 침공으로 쉽게 망할 것이라고 예측됐던 우크라이나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국민의 단합된 국토수호의 의지’로 러시아를 당황시키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세계 시민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철학과 현실』 133호에서 이진우 포스텍 명예교수(인문사회학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라는 화두를 제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자유주의와 반서구적 권위주의의 충돌로 진화하고 있다. 유라시아 대륙 서쪽의 전쟁이 동쪽 끝 한반도에 어떤 나비효과를 가져올 것인가. 임지현 서강대 교수(사학과), 신범식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김현섭 서울대 교수(철학과)는 좌담으로, 윤영관 서울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부, 32대 외교통상부장관), 윤평중 한신대 명예교수(철학과), 류한수 상명대 교수(역사콘텐츠학과)는 칼럼으로 이번 전쟁의 상황과 의미를 들여다보았다.

2005년 4월 국정연설에서 러시아의 푸틴은 “소련의 붕괴는 20세기 최대의 지정학적 재앙이었다”라는 역사관·세계관을 피력했다. 푸틴은 나토의 동진(동쪽으로 나아감)을 핑계대면서 2008년에는 조지아를, 2014년에는 크림반도를 침공했다. 옛 러시아 제국의 영광을 찾고자 하는 푸틴의 의지가 군사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예측가능한 일이었다. 상당 기간 국가 간 전면전이 드물었기 때문에 ‘설마 전쟁이 일어날까’ 하는 방심이 퍼지고 있었으나 푸틴은 2022년 2월 24일 UN 헌장 51조 자위권 행사를 근거로 한다고 주장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특별 군사 작전’을 감행했다. 1991년 소련의 해체로 냉전시대가 종결되고 자유민주주의가 세계 전체로 확산되면서 새로운 평화가 도래하고 있다는 희망은 무너졌다.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 군사작전을 즉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UN은 긴급총회에서 러시아의 무력 사용을 중단하고 즉시 우크라이나로부터 철군을 촉구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또한 푸틴의 군대가 우크라이나 침공 과정에서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러시아의 UN인권 이사회 이사국 자격을 정지하는 결의가 있었다. 

푸틴은 영토주권과 자결권을 서로 존중해야 한다는 국제규범을 무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 일부 전문가들은 푸틴의 책임 못지않게 큰 책임이 나토의 동진을 지원하는 미국에 있다며 러시아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다는 양비론적 궤변으로 참과 거짓을 모호하게 얼버무리는 주장을 펼친다. 가해자나 강대국을 교묘하게 옹호하고 응원하는 논리다. 우크라이나의 2004년 오렌지 혁명과 2013년 유로마이단 시위는 번영과 민주주의를 위해 서방세계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자주적·집단적 의지의 표현이었다. 나토의 동진은 동구권 대다수 국민들이 권위주의 독재보다 민주주의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이는 존중돼야 할 세계사적 결정이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푸틴의 군대를 ‘침략군’으로 규정하고 단합된 저항의 의지를 강력하게 표출하고 있다. 러시아 군이 진군하면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러시아군을 ‘해방군’으로 환영할 것이라는 푸틴의 기대는 오판이었다. 권위주의 독재자의 본질적 한계는 아무도 진실을 말하고 직언하지 않기에 객관적 현실과 동떨어진 주관적 착각에 함몰되어 있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점이다.

1941년부터 러시아에 점령당했다고 생각했던 동유럽 국가는 러시아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지난 70년간 중립을 지켜온 핀란드와 스웨덴은 이번 전쟁으로 위기의식을 느끼며 중립국의 위치를 버리고 나토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양차 세계대전에서 큰 고통을 겪었던 폴란드는 적극적으로 나토에 가입했다. 러시아의 승리는 국제질서에서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진영의 대결이 과거 냉전 때처럼 심화되게 할 것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가능성과도 맞물려 있다. 강대국의 힘의 원리가 강하게 작동하는 지정학적 단층대에 속한 한국의 처지도 곤란해지고 위축된다. 한·미·일과 북·중·러의 대결구도가 강화될 수밖에 없으며 남북 화해 협력의 공간도 축소된다. 

폴란드 출신의 망명 지식인 기에드로이츠는 약소국이 살아남기 위한 ‘비겁함’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핀란드는 스탈린의 군대에 패했을 때 영토의 일부를 소련에 할당하고 평화협정을 맺는 굴욕을 감수했다. 나치가 그쪽을 점령할 때는 나치의 동맹국이 되어 소련과 싸웠다. 나치가 지는 상황이 되니 재빨리 중립을 선언했다. 소련이 붕괴하자 서방경제권에 들어와 국가발전을 도모했다. 핀란드는 신중한 외교로 희생을 줄이며 생존을 달성하고, 번영의 내적·외적 조건을 축적했으며, 기회의 창이 열릴 때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외교정책을 펼쳤다. 강대국이 독선적인 힘으로 무지막지하게 나댈 때 상대적 약소국은 외교의 여러 차원을 복합적으로 신중하게 고려하고 타협하고 통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유연하면서도 실용적이고 다원적인 길을 모색해야 한다. 어수선한 상황에서 선명하고 편협한 노선은 피상적인 자존심을 챙길 수 있을지언정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지렛대의 수를 줄이는 오류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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