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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제 ‘형식’ 논의, 이제부터다
학제 ‘형식’ 논의, 이제부터다
  • 최재목
  • 승인 2022.08.16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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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_ 최재목 논설위원 / 영남대 철학과 교수 

 

최재목 논설위원

최근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나이를 2025년부터 ‘만 5세’로 내리겠다는 학제 개편안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거센 여론에 떠밀려 장관의 사퇴로 일단 유보되었다. 이번 논란은 사회적 합의를 충분히 거치지 않은 성급한 발표가 화근이었다. 그렇다고 논의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찬반 논의에 귀 기울이며 정책의 원점으로 돌아가 재점검을 해야 할 때다. 

어느 정권이건 민생 정책 가운데 부동산과 교육 쪽만큼은 신중했다. 자칫 여론의 뭇매로 레임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의 당위성과 여론이 같이 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좋고 옳다고 다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이 동의해주지 않는 정책은 추진 동력을 얻어낼 수 없다. 

모든 형식은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와 시기가 있다. 현재의 ‘초등학교 만 6세 입학’과 ‘6-3-3-4’의 제도는 1949년에 마련된 것이다. 70여 년이 지났다. 한말 시기 근대적 학제가 도입된 뒤, 일제강점기와 미군정기를 거쳐 6-3-3-4의 제도로 정착하기까지 많은 변천이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사회적 요청을 담을 형식 또한 달라야 한다. 해외도 마찬가지이다. 동아시아 국가를 제외한 구미 세계의 경우 우리와 학제가 다르다. 각 나라의 사회적 요구와 합의에 따른 것이다.

해방 이후 우리 사회는 세계와 호흡하며 부단히 변화, 성장해왔다. 그만큼 사회환경, 지식·정보의 속도와 양, 첨단 기자재 등도 혁신적으로 변모하였다. 더구나 아동들의 신체적 성장 발달 또한 과거에 비해 빨라졌을뿐만 아니라 지적 역량 및 인지력도 향상하였다. 문제는 출산인구 감소로 아동수가 줄어들고, 고령화마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산업에 종사할 필요 인력이 부족해지는 것이 현실이다. 이것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겨 만 5세로 조정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학제 ‘형식’ 건은 무조건 반대나 비판보다도 좀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참에 교육부는 여유를 갖고 교원단체, 학부모 등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수렴해 갔으면 한다. 무엇보다 ‘왜? 어떻게?’라는 대목을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줘야 한다. 유보통합(어린이집과 유치원의 과정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정책) 건도 마찬가지이다. 학부모들의 유치원 학비 부담을 줄여주는 등 교육에 대한 ‘국가의 의무’를 내세우기보다 정책 자체의 ‘공론화’, ‘사회적 합의 과정’을 먼저 챙겼어야 했다. 

공청회 등의 사회적 합의 과정에는 이해 당사자와 전문가가 참여하고, 여론조사나 빅데이터의 도움도 필수적이다. 이를 근거로 추진 여부나 시기가 합의되어야 한다. 최근 대구가톨릭대 우동기 총장은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1년 앞당기면서 중·고등학교도 합쳐 통합 5년 과정으로 하는 학제 개편도 함께하는 것이 좋다”면서 ‘5-5-3 학제’를 주장하였다. 아울러 “유보통합, 유아 의무교육, 중·고등·대학 학제의 전면 개편 등 통합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시의적절한 발언이다. 학제에 대한 논의는 당연히 향후 백년을 내다보며, 열띤 찬반 논의를 거쳐,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뜨거운 감자가 된 학제 ‘형식’ 개편 논란은 ‘왜? 어떻게?’라는 단순한 질문을 점검하는 데서 출발했으면 한다.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조건과 형식이란 무엇일까? 조만간 출범할 ‘국가교육위원회’가 깊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최재목 논설위원
영남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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