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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밝히는 종교의 허점들…도킨스의 ‘신, 만들어진 위험’
과학이 밝히는 종교의 허점들…도킨스의 ‘신, 만들어진 위험’
  • 김재호
  • 승인 2022.08.07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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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신, 만들어진 위험: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당신에게』 리처드 도킨스 지음 | 김명주 옮김 | 김영사 | 364쪽

‘『성경』은 선한 책인가?’, ‘우리는 선한 책 『성경』, 『코란』을 따라야 하는가?’...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틈새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그걸 신으로 메우려고 한다”
“있을 법하지 않은 것(신)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

3인조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노래 「AMOR FATI (나의 운명을 사랑하라)」(2014)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 “신성하지 않은 세상이 신성시하는 것들.”, “난 나를 믿어. 눈에 보이는 이 순간을 믿어.” 원곡자는 아마도 외부의 권위나 거시적 믿음보다는 개인의 판단과 생각이 중요하다는 걸 가사로 쓴 듯하다. 최근 『신, 만들어진 위험(Outgrowing God)』을 읽으며 이 노래의 가사가 계속 떠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과학과 종교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전 옥스퍼드대 교수 리처드 도킨스. 그는 이미 전작 『만들어진 신』(국내 번역 2007)을 통해 ‘신’에 도전한 바 있다. 『신, 만들어진 위험』은 에픽하이의 노랫말처럼, 인류가 왜 악으로 둘러싸인 이 세상에서 선으로 무장한 종교적 믿음을 가져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한다. 과학이 증명하는 사실들, 내 눈에 보이는 것들을 외면한 채 편향된 믿음을 갖는 이유를 도킨스는 파헤친다. 정말 오랜만에 흥미진진한 책을 접한 것 같아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전율에 휩싸였다. 

2019년 미국에서 출판되고, 지난해 국내에 번역된 『신, 만들어진 위험』의 원제는 ‘Outgrowing God’이다. 이 책의 옮긴이 김명주의 설명에 따르면, 원제의 맥락은 도킨스의 설명과 논리에 따라 신을 극복하고 무신론자가 되는 게 합당하다는 것이다. ‘outgrow’는 “성장하고 성숙해지면서 어떤 생각이나 습관을 버린다는 뜻”을 품고 있다. 

 

 

유대교·그리스도교·이슬람교는 아브라함의 종교

우선 도킨스의 논리를 이해하기 위해 종교에 대한 기본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는 아브라함의 종교다. 아브라함은 “구약성서 「창세기」에 기록된 이스라엘 민족의 조상. ‘열국(모든 나라)의 아버지’라는 뜻”이다. 따라서 “그리스도교와 이슬람교는 고대 유대교의 분파”라고 할 수 있다. 아브라함은 “신화상의 족장”이며 “유대인의 시조”이다. 여기서 강조되는 건 세 종교의 뿌리가 같다는 것이다. 도킨스는 세 종교의 기원이 같음을 지적한 후, 이 종교들에 대한 기록이 모순임을 밝힌다. 

또한 종교에 대한 관점 혹은 태도에 따라 △다신론자(polytheist) △일신론자(theist) △무신론자(atheist) △불가지론자(agnastic) △범신론자(pantheist) △이신론자(deist)로 나뉜다. 각 단어가 의미하는 바는 단어 자체를 통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범신론을 따랐다. 이신론은 “우주 법칙을 창조하고 시간과 공간이 시작될 때 모든 것에 시동을 건 다음에는 그러나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어떤 창조적 지능을 믿는다”라고 설명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토머스 제퍼슨과 제임스 메디슨은 이신론자였다.

 

누구나 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을 한다. 신의 존재에 어떤 태도를 지니느냐에 따라 다양한 관점이 있다. 사진=픽사베이

자 이제 도킨스의 논리를 따라가보자. 그가 신을 배격하고 무신론을 주장하는 첫 번째 이유는 ‘구전되는 이야기는 신뢰할 만한가?’하는 점 때문이다. “호메로스의 이야기가 그리스 전설인 것과 마찬가지로, 아브라함과 요셉의 이야기는 히브리 전설이다.” 전설은 어떻게든 과장되고 날조되기 마련이다. 특히 예수에 대한 언급은 복음서들 이외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유대인 역사가 요세푸스(37∼100년경)가 예수에 대해 “그는 메시아였다.”라고 적은 게 남아 있다. 도킨스는 메시아가 그 당시 군사 지도자를 부르는 단어였기에 예수가 메시아였을 리 없다고 주장한다. 왜나하면 예수는 스스로 처형 당하는 걸 선택하고, 언제나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는 메시아의 그리스어 번역이다.” 여전히 교회에서 울려퍼지는 그리스도는 원래 호전적인 군사 지도자를 의미했다. 

구전되는 이야기를 믿으면 안 되는 이유는 다음의 도킨스 주장에서도 확인된다. “복음서(마르코, 루가, 마태오, 요한)들에 있는 모든 내용은 마침내 문자로 기록될 때까지 수십 년 동안 말로 전해지면서 귓속말 놀이의 왜곡과 과장을 겪었다.” 도킨스는 “오늘날 어떤 진지한 학자도 복음서들이 목격자에 의해 쓰였다고 생각하지 않고, 학자들은 네 복음서 중 가장 오래된 『마르코의 복음서』조차 예수가 죽은 지 약 35∼40년 후에 쓰였다는 데 동의한다”라고 적었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오늘 아침에 전한 말이 저녁이 되어 변질돼있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렇다면 구전이라는 기록 수단은 과연 얼마만큼 믿어야 할까. 

『신, 만들어진 위험』에는 구전의 왜곡에 대한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그중 충격적이었던 것은 성모 마리아에 대한 것이다. 자주 들어서 알고 있듯이, 성모 마리아는 예수를 낳았다. 그것도 처녀로서 말이다. 숫처녀를 뜻하는 ‘동정녀(童貞女)’가 어떻게 아기 예수를 낳을 수 있었을까? 하느님의 아들이라 가능한 것일까? 도킨스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마태오가 인용한 ‘동정녀’라는 단어는 이사야가 사용한 히브리어로는 알마(almah)였다. ‘알마’에는 동정녀라는 뜻이 있지만 ‘젊은 여인’이라는 뜻도 있다.” “요컨대 단순한 번역 오류가 세계적인 ‘성모 마리아’ 신화를 낳고, 로마가톨릭교도들이 마리아를 일종의 여신, 즉 천상의 여왕으로 숭배하게 만든 것이다.”

다만, 모든 경전은 그 당시 문법과 맥락에 따라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점이다. 도킨스는 종교 근본주의자들을 비판하고 있다. 다양한 해석과 열린 태도를 통해 경전의 메시지를 읽으려는 이들은 역사적 기록의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성경』을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도킨스 역시 이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종교 근본주의자들이 벌이는 테러나 혐오를 비판하고자 한 것이다. 

 

믿지 못할 구전되는 이야기와 이중잣대

도킨스가 신을 만들어진 위험이라고 주장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이중잣대 때문이다. 이중잣대 관련해서는 여러 사례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여기선 한 가지 사례만 언급해보자. 같은 뿌리를 가진 아브라함의 종교는 복음서들을 종교의 근거로 삼는다. 그런데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정경(正經)과 그렇지 않은 복음서가 존재한다. 가령, ‘도마의 유년기 복음서’이다. 이 복음서에 따르면, 어린 예수는 길을 가다가 어깨가 부딪친 소년을 죽였다. 이런 기록 때문일까? “382년경 로마에 모인 주교들과 신학자들 덕분에 운 좋게 정경에 포함된 네 복음서는 뭐가 그렇게 특별한가?”라고 도킨스는 질문한다.  

신이 필요하지 않은 세 번째 이유를 제시하기 위해 도킨스는 『성경』의 유용성을 살펴본다. 즉, ‘『성경』은 선한 책인가?’, ‘우리는 선한 책 『성경』, 『코란』을 따라야 하는가?’ 하는 질문이다. 도킨스의 주장에 따르면, 성경은 선한 책이 아니다. 「출애굽기」 34장 14절만 인용해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야훼는 질투하시며 원수를 갚으시는 신이다.” 아울러, 꼭 선한 책이라고 볼 수도 없는 『성경』, 『코란』을 따르지 않아도 인간은 충분히 선할 수 있다. 도킨스가 적은 다음의 두 문장은 이에 대한 근거로 충분하다. “세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자선 기부자들인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는 모두 종교가 없다.” “(2013년 7월에 조사한 수치에 따르면) 유죄판결을 받은 수감자는 무신론자보다 그리스도인일 확률이 750배나 높았다.” 그래서 도킨스는 “그(예수)의 지혜는 여러 면에서 인상 깊었지만, 신이 아니라 그 시대 훌륭한 사람의 지혜였다. 그는 훌륭한 사람이긴 했지만 그저 사람일 뿐”이었다고 결론 내린다. 

신이 없다는 근거로 제시된 네 번째 이유는 ‘있을 법하지 않음’의 논리이다. 신은 있을 법하지 않은 존재이기 때문에 유신론자에 의해 가정된다. 하지만 그 반대 역시 그대로 성립된다. 신은 있을 법하지 않기 때문에 그 존재가 부정되는 셈이다. 『신, 만들어진 위험』의 백미는 다윈의 진화론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다. 여기에는 인간의 신비한 눈부터 흰개미의 성당 건축, 찌르레기들의 군무와 이를 모방한 컴퓨터의 시뮬레이션 등 다양한 사례가 제시된다. 사례들은 매우 재밌다. 하지만 이러한 있을 법하지 않은 사례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그런 것들은 설계된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게 만든다”라고 도킨스는 지적한다. 그는 “(오랜 시간 진화를 거쳐 현재의 복잡한 상태로 존재하는) 눈이든, 눈을 설계할 수 있는 창조자든 있을 법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도킨스는 “있을 법하지 않은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나오지 않는다”라며 “어떤 것을 설계할 정도로 충분히 똑똑한 존재, 충분히 복잡한 존재는 우주에 늦게 등장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만약 신이 그만큼 완전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담당할 만큼 복잡하다면 나중에 등장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완전한 신은 신성하지 않고 불완전한 세상을 그대로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아울러, 종교적 믿음 역시 뇌과학의 진화 차원에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집단의 믿음을 갖는 것이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다. 

 

전 옥스포드대 교수였던 리처드 도킨스는 아마도 현존하는 가장 논쟁적인 과학자일 것이다. 사진=위키백과

 

'신=설명'이 아니라 설명되어야 할 존재

도킨스의 논리는 과학적이다. 하지만 종교적 믿음은 과학적이지 않다. 다만, 이 세상을 과학과 종교로 분리하는 것은 타당할까?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영역은 종교여야 할까? 과학의 경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 도킨스 같은 무신론자나 철저한 과학자들은 이 세상이 과학으로 충분히 해석될 수 있다고 간주한다. 종교인들은 그렇지 않다고 본다. 둘 사이에 흐르는 강은 메워질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킨스의 논리를 (아마도 과학적 방법이겠지만) 우리가 설득될 수 있도록 반박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도킨스는 “우리가 모르는 틈새가 있을 때마다 사람들은 그걸 신으로 메우려고 한다”라고 지적한다. 이미 그러한 가능성들마저 과학의 관점에서 예상하고 논리를 세워둔 것이다. 종교인들이 어떻게 반박할지 궁금하다. 

『신, 만들어진 위험』에 나온 다음의 문장들로 서평을 마무리해보고자 한다. “신이 우리를 창조한 것보다 우리가 신을 창조했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는 것이 내가 내릴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이었다.”(미국의 코미디언이자 배우 줄리아 스위니), “하지만 그 모든 것을 설계했다는 신은 ‘설명’이 아니라 설명되어야 할 존재다.”(옮긴이 김명주)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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