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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 마감’도 이젠 과학의 시대...디테일의 정수를 담다
‘목재 마감’도 이젠 과학의 시대...디테일의 정수를 담다
  • 김재호
  • 승인 2022.07.29 10: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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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_『목재 마감』 밥 플렉스너 지음 | 김준형·정연집 옮김 | 모눈종이 | 328쪽

전문서적의 끝판왕…미국에서 70만 부 이상 팔린 바이블
친절하고 정확한 현장 중심의 ‘목재 마감제’에 대한 교과서

최근 출간돼 화제가 된 『목재 마감』은 디테일의 정수를 알려준다. 사포질, 붓질 하나에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재료 등 과학적 면모가 담겨 있다. 가령, 붓질에서 흔히 발생하는 문제점은 붓 자국, 기포, 티끌, 흘러내림과 처짐, 끌림 현상 등이 있다. 각각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목재 전문가 밥 플렉스너의 경험과 데이터, 과학적 탐구에 의해 제시된다. 

 

이 책은 가히 전문서적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밥 플렉스너는 40년 이상 가구 제작 및 재마감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목재 마감』은 미국에서만 70만 부 이상 팔리며 ‘목재 마감의 바이블’이라고 불린다. 지난 6일, <교수신문>과 서면 인터뷰를 한 김준형 동아대 교수(화학공학과)는 “가장 쉬운 목재 마감 방법인 오일 마감부터 아주 전문적인 2액형 마감제에 이르기까지 취미 목공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부터, 전문적인 공방 운영자, 그리고 대규모 제조 전문가들에게 일독을 권할 만큼 내용이 충실하다”라고 평했다. 김 교수는 이 책을 공동번역했다. 

목재 마감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어판 서문에서 밥 플렉스너는 두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목재를 더욱 풍부하고 심도 있게 보이게 한다.” “둘째, 마감은 액체와의 접촉으로부터 목재를 보호한다.” 김 교수는 “최근 들어서 사회의 구성원들이 목재 관련 DIY 활동을 시작으로 다양한 생활 목제품 제작과 여기에 필요한 마감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온·오프 라인을 통해서 관련 정보가 유통, 확산되고 있다”라며 “최소한 취미 목공, 가구 제작 공방, 가구 제조 산업 등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진지하게 정확한 마감제 관련 정보를 학습하고, 경험으로 녹여내어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목재 마감이 안 되면 재면의 청결 유지, 치수 안정화, 장식 효과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목재마감의 함수율(含水率: 수분이 포함돼 있는 비율) 측면에서 마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목재 마감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목재는 갈라짐·틀어짐, 접합파괴 같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잘 마감된 목재는 여름, 겨울을 지나면서 일정한 함수율을 지닌다. 

 

천연 마감제도 결국은 화학물질

“최선의 마감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목재 마감』의 저자 밥 플렉스너는 제조사의 주장이나 속설에 속지 말라고 경고한다. 김 교수는 “마감제 관련 제조사의 과대 광고나 목공 관련 인터넷 동호회의 제한된 사용경험으로 인해 소수의 제품이나 특정 사용방법이 최선의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라며 “본 역서에 소개된 것처럼 다양한 특성인 마감 후 외관, 보호력, 편의성, 안전성을 고려하여 주어진 환경에서 선택하면 된다”라고 밝혔다. 

 

김준형 동아대 교수(화학공학과). 사진=학과 홈페이지

특히 김 교수는 “천연 재료에 기반한 마감제에 비교해서 석유화학 기반의 마감제에 대한 근거 없는 위험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마감제에 사용되는 천연 재료, 예를 들어, 아마인유, 동유, 셀락, 옻칠도 특정 분자구조를 가진 화학물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석유에는 벤젠을 비롯한 발암물질도 포함되어 있지만, 요즘 도마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미네랄오일은 베이비오일로 사용될 만큼 고도 정제되어 안전하다”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마감제에 포함된 성분, 희석제로 사용된 성분, 마감제의 작동 방식 등을 사용자 스스로 판단해서 목적에 맞는 마감제를 선택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은 목재 마감의 역사로 마무리한다. 18세기 마감재부터 인터넷으로 정보를 접하는 요즘까지 다룬다. 환경과 건강을 고려한 마감제의 변화도 눈길을 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JTBC, 연출 김석윤, 극본 박해영)에는 산포싱크대가 나온다. 싱크대를 만드는 곳이지만, 목재를 마감하는 장면들이 디테일하게 나온다. 나무를 목재로 활용해 정성스럽게 싱크대를 만드는 모습은 초연하다. 목공의 최종 작업으로서 목재 마감은 그러한 정성에 화룡점정이다. 『목재 마감』은 그 방법을 A부터 Z까지 친절하고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마감작업, 마감제 등에 대해서 관심이 적었던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사항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저자인 밥 플렉스너도 서술했듯이, 마감제에 관한 이해에는 다양한 물리 화학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취미 목공, 가구 제작 공방, 가구 제조 산업 등의 다양한 수준에서의 정확한 지식에 근거한 교육이 필요한데, 이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사회의 구성원들이 목재 관련 DIY 활동을 시작으로 다양한 생활 목제품 제작과 여기에 필요한 마감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온·오프 라인을 통해서 관련 정보가 유통, 확산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취미 목공, 가구 제작 공방, 가구 제조 산업 등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진지하게 정확한 마감제 관련 정보를 학습하고, 경험으로 녹여내어 소비자들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재 마감에 대해 가장 일반적으로 잘못된 정보는 무엇인가.

“미국 TV골동품 쇼인 앤티크 로드쇼에서 ‘재도장하지 말라’는 잘못된 메시지가 전달되는 현실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20쪽) 
앤티크 가구 재마감 분야에서는 저자의 의견대로 타당하지만, 국내에서 일반적으로 부딪히거나,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조사의 주장, 혹은 쉬운 속설처럼 최선의 마감제는 존재하지 않는다.”(199쪽)
마감제 관련 제조사의 과대 광고나 목공 관련 인터넷 동호회의 제한된 사용경험으로 인해 소수의 제품이나 특정 사용방법이 최선의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본 역서에 소개된 것처럼 다양한 특성, 즉 마감 후 외관, 보호력, 편의성, 안전성을 고려하여 주어진 환경에서 선택하시면 됩니다. 
천연 재료에 기반한 마감제에 비교해서 석유화학 기반의 마감제에 대한 근거 없는 위험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감제에 사용되는 천연 재료, 예를 들어, 아마인유, 동유, 셀락, 옻칠도 특정 분자구조를 가진 화학물질이며, 석유에는 벤젠을 비롯한 발암물질도 포함되어 있지만, 요즘 도마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미네랄오일은 베이비오일로 사용될 만큼 고도 정제되어 안전합니다. 
위 최선의 마감제에 관한 질문과 마찬가지로, 마감제에 포함된 성분, 희석제로 사용된 성분, 마감제의 작동 방식 등을 사용자 스스로 판단해서 목적에 맞는 마감제를 선택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또한, 마감제는 목재를 보호하기 위해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마감제에 대한 지식은 목재에 대한 지식을 외면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목재와 마감제에 관한 감성적인 속설들이 많은데, 예를 들면, 특정 마감제는 목재의 관공을 막아 목재가 숨을 쉬지 못하게 한다는 내용(273쪽 참조)이 나오는데, 목재는 숨을 쉬지 않으며 공기를 마시지도 않습니다. 다만, 목재는 주변 대기와 습기를 교환하면서 팽윤하고 수축할 뿐입니다. 목재의 변형 및 곰팡이에 의한 부후 등의 많은 문제점들은 대부분 수분의 전출입에 기인하기 때문에, 많은 마감제들의 목적은 목재의 표면을 효과적으로 봉인하여 (숨을 쉬지 못하게 하여) 수분의 전출입을 차단하고자 합니다. 라텍스 페인트는 유성페인트 보다 수분의 전출입에 용이하기 때문에 (목재가 숨을 쉬에 해서) 수분에 쉽게 노출되는 (요리, 샤워) 실내용 페인트로 사용됩니다. 목재와 연관된 마감제의 특성을 분명히 알고 선택 사용하시면 됩니다. (296쪽 참조)
“특정 회사의 오일 마감제는 산패(酸敗) 하지 않고, 강한 도막을 만들어 낸다.” 모든 형태의 천연오일 (동유, 아마인유, 들기름..) 은 분자 내에 존재하는 이중결합이 공기 중의 산소를 통해 산화되는 것으로 반응이 시작되며, 계속되는 반응을 통해 고분자가 형성되면서 목재 표면에서 마감층이 형성됩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저분자 화학물질이 생성되며, 이것이 증발하여 후각세포에 감지되면 우리는 쩐내가 난다, 산패되었다라고 판단하게 됩니다. 위에서 언급된 석유에서 고도 정제된 미네랄 오일은 분자 내에 이중결합이 없는 포화 탄화수소이기 때문에, 산소와 반응할 수도 없으며, 더 이상의 결합을 할 수도 없습니다. 천연오일에 기반의 마감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느나, 쩐내를 동반하는 산화 혹은 산패 과정을 거치며, 이것은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산패라는 어감에 너무 민감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이런 속설들에 바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전문 지식이 요구되는 것은 사실이나, 관련 교육, 정확한 정보의 보급을 통해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목재 마감』은 굉장히 전문적인 책으로 상세한 설명과 저자의 경험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이 책의 독자는 주로 어떤 분들이 될까.

질문하신 바와 같이, 본 번역서는 저자인 밥 플렉스너의 도장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이를 보완하기 위한 여러 물리 화학적 지식이 함께 녹아들어 있습니다. 
가장 쉬운 목재 마감 방법인 오일 마감부터 아주 전문적인 2액형 마감제에 이르기까지 취미 목공을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부터, 전문적인 공방 운영자, 그리고 대규모 제조 전문가들에게 일독을 권할 만큼 내용이 충실하며, 이와 더불어 각 마감제 적용에 따른 문제점 해결까지 제시하고 있어, 실제적인 목재 마감 과정 혹은 현장에서 충분히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됩니다.  

△번역하시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저자인 밥 플렉스너는 40년 이상 가구의 도장마감 및 재도장 분야에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이 부딪힌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오랜 기간동안 마감제에 대한 공부를 통해 본 서적을 저술하신 분입니다. 아마도 밥 플렉스너는 이에 필요한 물리, 화학적 현상을 이해하고 공부하는데 많은 시간과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반면, 저는 화학공학을 전공하고, 동아대학교 화학공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이라, 저서의 번역에 필요한 물리, 화학적 지식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10년 이상 취미 목공으로 시작해서 생활에 필요한 가구 제작과, 최근 겸직으로 마감제 제조관련 업무에 종사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본 역서에서 언급된 마감제를 모두 사용해 보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공동번역자인 정연집 박사님은 목재의 구조와 관련된 목재해부학의 전문가로서 30년 이상 관련 업계에 종사하시고, 관련 교육에 몰두하신 분이지만, 마감제 사용에 있어서는 저와 비슷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이유로, 저자인 밥 플렉스너의 실제적인 마감 관련 경험, 특히 본 번역서에 표로 잘 정리된, 마감 관련 많은 문제점 해결에 관한 내용들을, 저자의 의도대로 100 % 전달하기에는 조금의 아쉬움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감히 약속하건데, 본 번역이 계기가 되어, 멀지 않은 미래에 관련 전공자로서의 물리 화학적 지식과 목공인로서의 경험이 함께 어우러진 목공 마감 관련 저서를 출판할 수 있기를 다짐합니다.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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